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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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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자랑질 1편

  • 홍박샘
  • |
  • 2017-05-24
31

자기가 하기 수월한 게 장기입니다.

수월하면 힘들지 않고 남보다 성과가 빠르지요.

그래서 그걸 잘 한다고 하고 그러면 엉겹결에 장기가 되지요.

우연히 속한 세상이 그걸 우위로 쳐준다면 행운.

수학하는 게 수월해서 몇 시간 하는 게 힘들지 않고

그래서 시험 보면 백점인데 그 사회가 수학달인을 선호.

에헤라 디야~~


억울한 건 이런 수월함은 유전자가 영향을 준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속한 세상에서 우위로 처주는 유전자를 못 받았다면?

상당히 성취 지향적이라면 노력을 해서 우위에 속하게 됩니다.

'나도 수학을 꼭 백 점 맞아서 칭찬을 받을 거야!' 두 주먹 불끈.

내가 그런 근성도 없고 우위 유전자도 받지 못했다면,

부모의 끊임없는 서포트가 유일한 해답이지요.

이 경우 인정하기 싫지만 선호되는 요소가 나의 장기는 못 됩니다.

낙오는 되지 않는 중간 이상이지요.


이 경우 열등감 느끼지 않고 자존감 세우면서 살 방법은

남들이 우위로 치는 데서, 그 지겨운 고리에서 나오는 겁니다.

수학, 즉 학업능력 만이 이 세상이 아니라는 깨달음,

그래서 내가 하기 수월한 걸 찾는 것이지요.

미국 명문대 진학한 한 아이는 대장장이 자격증을 갖고 있어요.

어려서부터 쇠 녹이고 무두질해 칼 만드는 걸 배웠대요.

성적 더하기 그런 장기로 대학에 갔습니다. 경시대회 메달 별 거 없시요.


제 친구들은 아직도 현직에 있습니다.

그 말은 회사라면 중역이요, 아니면 의사, 교수지요.

평생 저를 열등감에 몰아넣었을 친구들과 우정이 유지된 건

제가 가진 인간과의 친화력 덕이었습니다.

잘난 친구들이 저와 시간 보내기를 무척 좋아해요.

제가 웃기거든요. 세상 많이 쏘다녀서 얄팍하게 아는 게 많습니다.

요즘은 백수라서 제가 리더입니다. 뭐, 그러면 됐지요.


그 외에 저한테 무지무지 쉬워서 좋은 건 뭐냐?

하하, 자랑질 들어갑니다. 저는 체형유지가 쉽습니다.

고3 때와 임신 때 특별 체중 외에 평생 거의 체중계가 멈췄습니다.

그럼 그게 어려우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고,

좀 노력을 해야겠다 싶을 때도 힘들지 않습니다.

이 사회가 과체중을 싫어하니 제가 운이 좋은 거지요.


우선 먹는 양이 적습니다 - 타고난 거지요.

단 것, 기름진 것 안 먹습니다 - 자랄 때 가난해서 못 먹어봤나?

얼굴은 작고 팔 다리가 깁니다 - 타고난 거지요. 으쓱으쓱!!

자랄 때 부잣집 맏며느리 상이 대세일 때 저는 비렁뱅이 관상였슴다.

제 동생은 183인데 3분의 2가 다리이고 꼭대기에 주먹만한 얼굴이 하나....

제 엄마가 저와 동생 때문에 심하게 ㅉ팔려 하셨어요.

엄마가 게을러서 아이들 안 해 먹여 저 꼴 이라 소리 들을까봐.

세상이 바뀌어서 우리 남매는 얼굴 내밀고 삽니다.


이 짧은 생애 동안 외모 평가가 그리 바뀔 줄 뉘 알았겠습니까.

앞으로의 세상이 어찌 바뀔지? 지금 아닌 장기가 나중에 어찌 될지?

그럼 지금 시스템에서 최고가 아닌 내 자식이 죄인은 아니라는 거!

(결국 요게 제 글의 은근한 주제가 되겠슴다.)


제 친구 아이들은 이 세상 1퍼센트 수재를 자식으로 갖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제 아들은 그들 턱에도 못 미치는 학습능력 소유자.

그런데 그 아이들 보다 키가 한 뼘은 더 크고 다리가 두 뼘은 더 기네요.

성격 좋아, 잘 놀아, 매일 밤 여기저기 불려다닙니다.

수재 엄마가 자기 아들 좀 데리고 클럽 가달라고 전화가 와요.

그 수재가 안방 샌님이라 걱정.... 걱정도 팔자셔.

자랄 때 매일 상 받고 떠들썩한 성적표 때문에 어깨 피고 살았음서.


쑥쑥엄마, 그대들에게 수월한 거 뭔가요?

수월헤서 몇 시간 들여 매달려도 지겹지 않은 거 고백해주세요.

타고 났는지 그다지 노력하지 않아도 칭찬 듣는 거 말해달라고요.

그 고백이 곧 장기요, 말하면 자랑이 되는 겁니다.

제발 나는 잘하는 거 없다, 특기 없다 하지 마세요.


자, 릴레이니까 한 사람씩 지명. 인생 고백장 마련합니데요.

다음 차례는 초록사과님이 해주시라요. 해놓고 말미에 한 사람 찍으슈.

이런 거 읽는 재미로라도 여기 들어오게. 나의 쑥쑥이 너무 허전해.... 속상해.....


초록사과 나와라 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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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린
  • |
  • 2017-05-31 15:02
답댓글
선생님 글은 참 재미있어요, 위트도 있고 풍자도 있고! 
글쓰는 재주는 정말 부러워요! 

선생님의 외모는... 이번 생애에 저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것이기에 
감히 부러움도 접어두었어요. ^^

저는 선생님처럼, 유머있게, 위트있게 깔끔하게, 때로는 시원하게 말하되 그 안데 애정이 담겨있는 그런 말을 하고 싶어요. 늘 상대가 상처받지 않을까를 살피며 말하게 되니 말에 힘이 실리지 않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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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박샘
  • |
  • 2017-06-02 19:30
나이 들며 눈치 덜 보게 되더라고.
그대 아직 젊으니 아직은 곱게 조심하며 말씀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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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kcarrot
  • |
  • 2017-05-30 12:32
답댓글


역시 여기저기 리더하시는 말솜씨 유머솜씨에 미모와 지성까지 겸비하신 박사님~ 글솜씨 또한 훌륭하십니다~!!^^

재미난 릴레이 타고 오다보니 역시 박사님께서~^^

사람들이 살아가는데는 다들 자아도취가 있어야 한다더라구요~ 아무리 못생긱 사람도 왠지 이뻐보이고 잘생겨 보이는 날이 있다잖아요~~^^ 상대적인 평가가 그래서 필요한건지도 모르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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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박샘
  • |
  • 2017-06-02 19:29
자아도취가 필요? 맞다 맞다.
전에는 그런 이가 싫더니 그들이 가진 자신감 좋아 보이는 요즘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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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그마
  • |
  • 2017-05-26 18:05
답댓글

이 글을 넋놓고 읽다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내려야 하는데 동대문까지 갔다지요. 박사님 글은 중간에 끊을 수가 없어요. 글이 맛깔나고 재밌고, 또 결론이 늠늠 궁금하여...ㅎㅎ

박사님, 이 참에 영어책 말고 에세이 한 권 내시죠~ ^^

박사님의 위트, 기럭지, (최강) 동안 요 세 가지는 정말 부럽부럽이에요. 근데 이 세 가지는 다 타고나는 거?^^

아웅~~ 좋으시겠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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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박샘
  • |
  • 2017-05-27 08:20
그런 말 들으면 "아이 뭘요" 해야 하는데 난 "제 생각에도 그래요" 억지로 형식적으로 답하는 거 싫어서리. 그래서 어려서 어른들한테 혼났다우. 통역비 몇 푼 주면서 "영어연습하는 기회되겠네" 그러길래 "이미 아는 영어 쓰는 겁니다" 했다가 건방지다고 ㅋㅋ 자기가 내 도움 받으면서, 그래서 외국인 앞에서는 절절 매면서 돈 줄 때 태도 돌변하길래 그리 말했다가. 내가 좀 특이하긴 한가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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