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아이가 일곱 살 즈음에 내게 써 준 포스트잇 쪽지이다. 얼마 전, 예전 앨범과 일기장들을 뒤적이다가 한 귀퉁이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런 적도 있었나, 재미있어 카톡으로 아이에게 보내 주었다. 엄마인 나는 그냥 ‘왠지 알아? 내 자신을 위해서야’ 라고 쓴 부분이 우습기도하고 ‘아이고 야무져라’ 정도의 귀여운 느낌이었는데 아이의 반응은 좀 달랐다. “엄마, 엄마가 잔소리 할 때마다 얼마나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라고 했으면 그 꼬마가 그런 말을 썼겠어, 완전 세뇌 당했구먼 하는 것이었다. 아,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잔소리를 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세상에 있을까? 사소한 이유들, 숙제는 언제 하나, 방 좀 치우지, 레슨비 생각하며 연습 좀 했으면 하는 마음에 잔소리가 목까지 올라온다. 새 학기가 되었으니 좀 달라졌으면, 형(누나, 동생) 반만 해도 좋을텐데..., 꾹꾹 참다가 겨우 한마디 할라치면 지금 막 하려 했는데 엄마가 하라고 하니 하기 싫다며 토라지는 아이의 반발. 엄마도 참을 만큼 참았거든.... 이렇게 서로 마음이 상한 적이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애나 어른이나 잔소리 들어 좋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친한 선배의 아들이 어느 날 ‘어머니, 이제 저를 좀 포기하십시오’ 하며 성인이 된 자신에게 더 이상 잔소리를 그만 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는데 선배가 이렇게 대꾸했단다. ‘니가 나의 아들인 이상 나는 너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그런데 과연 우리가 하는 잔소리를 통해 누군가의 성격과 습관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 지 생각해 본다. 다른 사람은 둘째 치고 내게 누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건강에 좋다’,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며 매일 잔소리를 한다 한들 내가 이 야행성 습관을 버리게 될까? 생각해보니 누구에게 하는 잔소리건 간에 판단의 기준은 나였던 것 같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 어쩌면 좋고 싫음의 기준으로 내가 원하는 상대방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댔던 것이다.
아직도 어떻게 해야 ‘너를 위해,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가 듣기 싫은 잔소리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선배 말처럼 상대방이 누가 되었던 애정과 기대가 남아 있는 한 포기란 있을 수 없다. 다만 내 마음엔 좀 안 들더라도 대세에 큰 지장이 없다면 잔소리를 줄이는 노력은 지금부터라도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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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http://www.suksuk.co.kr/momboard/read.php?table=BEC_001&number=6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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