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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무관심

  • 지나샘
  • |
  • 2014-11-10
8

쑥쑥에 글을 올리는 것을 알고 있는 남편이 하루는 내게 자녀 키우는데 있어 아빠의 역할에 대해 한번 써보라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적당한(?)’ 무관심이 아이의 교육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변명처럼 덧붙인다. 듣고 보니 아이가 대학을 잘 가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는 우스개가 생각났다.

 

동화 속의 아빠를 기억해 보자. 사실 옛날이야기 속에서 아빠들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거나 아니면 계모의 온갖 구박에 방관자로 또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나온다. 예를 들어 백설공주 이야기 속 사냥꾼은 백설공주를 숲에 데려가 죽이고 간과 허파를 가지고 오라는 계모의 명령에 차마 백설공주를 해치지는 못하고 다른 동물의 간과 허파를 대신 가져다준다. 분석하자면 동화 속에 등장하는 사냥꾼은 아빠의 다른 모습이다. 아이 눈에 비친, 엄마와의 사이에서 자기편이 아닌 듯 무관심해 보이는 아빠인 것이다. 가부장적 사회였을 그 시절에 아빠가 자녀 교육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리 없건만 옛 이야기 속의 아빠는 왜 하나같이 미미한 역할의 수행자로만 그려지고 있는 것일까? 아마 예전에도 아이의 성장과 교육에는 엄마들이 더 직접적인 관여를 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사냥꾼=아빠는 백설공주를 위해 적극적으로 계모와 맞서거나 편들어 주지는 않지만 큰 위험으로부터 구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의 아빠는 어떤가? 얼마 전 부터 아빠들이 아이를 돌보는 TV 프로그램들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행여 다칠세라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해대는 소심한 엄마들에 비하여 아이들의 저지레에 좀 더 대범하고 체력적으로도 우세한 아빠들이 아이를 돌보는 것은 확연히 달라 보인다. 같이 캠핑을 하며 부자, 부녀간 그동안 쌓인 서먹함과 거리를 메워나가고 또 아이들을 안아주고 밥을 먹이며 아빠라는 존재를 느끼게 한다. 저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얼마나 자존감과 든든함을 느꼈을 것인가,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다. 아빠가 인정해 주는 ‘나’는 엄마가 칭찬하는 ‘나’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저런 환경을 누릴 수 있는 아빠와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도 든다.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을 아빠들의 육아 휴직이 종종 화제에 오르고 실제로 휴직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윗사람 눈치를 보며 법정 휴가일도 제대로 못쓰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나는 요새 ‘미생’이라는 드라마에 빠져있다. 대한민국의 보통 직장인들, 가족사진을 들여다보며 하루에도 열두 번씩 사표 쓰고 싶은 마음을 접는 아빠들의 모습이 보인다. 매일 이런저런 이유로 술에 절어 귀가하는 남편이 잔소리하는 아내와 시청자를 향해 외친다. 니들이 술맛을 아냐고...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남편이 많이 안쓰럽다.

 

나의 남편도 예외가 아니어서 아이에게 섭섭함을 느끼게 하기 일쑤인 바쁜 직장인이다. 그럼에도 본인의 무관심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믿는 것을 보며 그 근거에 대해 한참을 생각해 본다. 그러자 그 속에서,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부침이 좀 있어도 묵묵히 믿고 지켜봐 준 버팀목 아빠를 발견한다. 그리고 딸아이가 잘못한 일로 내게 야단을 맞을 때 앞으로 다시는 안그럴테니 아빠에겐 절대 말하지 말라던 이유가 엄마의 잔소리와 꾸중은 참을 만하지만 아빠의 자신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는 것이 싫어서였다는 것을, 무관심의 모습을 했으나 그 속에 담겨있는 자신에 대한 깊은 신뢰를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제대로 이해한다.

 

그렇다면 아빠의 ‘적당한’ 무관심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족을 위해 오늘도 달리는 대한민국의 아빠들, 모두 힘내시기를!Ⓙ



지나샘의 딸내미 메고 세상 한 바퀴 칼럼글 모두보기

원본 게시물: http://www.suksuk.co.kr/momboard/read.php?table=BEC_001&number=6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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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영사랑
  • |
  • 2014-11-12 10:43
답댓글

울 남편님도 요즘 드라마 '미생'을 본방사수하면 열심히 시청하고 있더라구요. ^^;;

 

제 남편님도 무관심한 편에 속합니다. ㅎㅎㅎ

아이를 전혀 돌볼 줄 모르지요.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못하는 거에요~ㅋ

육아라는 것 자체를 모릅니다. 결혼 전에는 아이들을 정말 싫어하는 타입이었거든요.

결혼후 자신의 딸아이가 생기니...딸 아이는 물고 빨고 좋아하지만...돌보는 방법은 모르더라구요.

 

직장인의 과중한 스트레스를 이해하지만...또 아이와도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줬으면...하는

저의 바람은 남편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요 스트레스로 작용을 하네요.

 

직장에서 일하는 것이 가족을 위한 일이기는 하지만....

남편이 가끔은 자신을 돈벌어오는 기계...로 느끼기도 하는 것 같아요.ㅜ.ㅜ

 

남편이 육아에 참여하게 하면서도....또 어느 정도 무관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

집에서는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제 마음을 비워야하는데...참으로 쉽지 않기도 합니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 노래가 가끔은 아빠가 다른 생각말고 돈 열심히 벌어오세요...로 들린다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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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11-12 11:36
초등게시판에 댓글 달아주신 그리미님 남편분도 '아빠 힘내세요' 노래를 싫어하신다네요. 같은 이유로.
아빠를 응원한다는 의미일텐데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무게가 그 노래를 그렇게 들리게 하나봐요.
제 남편도 현관문을 닫는 순간 집일은 몽땅 잊어버리는 스타일이라 제가 늘 투덜거리지만 잔소리안해 편한부분도 있습니다. ^^ 그래도 사회전체가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분위기이니 점점 좋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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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릴리여우맘
  • |
  • 2014-11-12 10:11
답댓글

아이들에 대해 저에대해 가끔 얘기를 해주는 신랑을 보면... 댁이나 잘하슈.. 하고 속으로 생각하곤 하죠..ㅋㅋ

예전 혼자 아이들을 끌고 나갈때나.. 이럴때는 나름 편하기도 하고.. 신랑에게 화를 내기도 했고...

혼자만 일하냐며... ㅎㅎ 나도 직장맘이라며...

지금은 함께 할려고 하는 신랑을 보면 고맙기도 하고.. 기특하기도하고...가끔은 그게.. 귀찮기도 하더라고요...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할려는 아빠가 좋네요...^^

제가 원하는 아빠의 모습이 있기도 하지만... 조금씩 만족해가며... 살라고요..

이러쿵 저러쿵하면.. 싫더라고요..그래서.. 무관심은 아니겠지만... 말없이 지켜봐주는것도 좋은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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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11-12 11:27
솔직히 저도 남편의 "지적질"에는 발끈하는 마음이 든답니다. 특히 살림을 잘 못한다는 자격지심을 건드리는 경우...
주말이면 집에서 딩굴면서 낮잠이나 즐기고픈 피곤한 직장인의 심정을 십분이해하면서도 같이 시간보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는게 사실이구요... 저에게 수퍼우먼을 요구하는게 버겁듯이 남편도 수퍼맨이 아님을 늘 상기하며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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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kcarrot
  • |
  • 2014-11-10 12:07
답댓글

ㅎㅎ 적당한 무관심이 필요하단 말씀에 동감이요~!

저희 남편이 아이한테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그건 관심의 표현이긴한데 아이가 느끼기엔 잔소리..

그래서 한동안 아빠는 맨날 소리지르고 화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러구나선 아빠가 바빠진 것도 있지만 조금은 무관심해져서 요즘은 좀 관계가 더 좋아졌네요~

이시대를 살아가는 아빠들은 참 힘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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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11-10 17:56
역할분담이라고 해야할지... 엄마가 늘 잔소리꾼이되어야 하니 좀 억울하지만 아빠는 한걸음 떨어져서 객관적이 되어주는것도 좋은것 같아요. 제 딸은 아빠한테 야단맞은 적이 거의 없는데 아빠를 더 무서워합니다. 아빠와 아이들 사이의 다리를 놓는 것이 엄마이다보니 그 역할이 어렵고도 참 중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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