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에서 새로 고위직 공무원에 지명된 분이 논문을 표절했느니 직접 쓰지 않은 논문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느니 하는 문제로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 반대하는 쪽에선 정직성에 해당되는 문제이므로 공직에 부적격하다는 것이었고 당사자 측은 잘못된 일이긴 해도 관행이 그랬고 또 본인만 그런 것은 아니지 않는가하는 야릇한 변명을 했었다.
나는 평소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줄 때 남의 글을 베끼지 말라고 단단히 강조한다. 그런데도 인터넷에서 구해 여기저기 짜깁기한 흔적이 있는 글들을 읽노라면 학생들이 단순히 숙제가 하기 귀찮아 그랬는지 아니면 남의 글을 내가 쓴 것처럼 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인지 묻고 싶어진다. 심지어 해당 학생에게 본인이 쓴 것에 대한 의도나 의미를 질문하면 답을 잘 못하는 경우조차 있는데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고 그냥 베껴 쓰기에 급급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베껴 쓰기는 외국 학교에서는 정학, 심하게는 퇴학 처벌에 해당 될 정도로 매우 엄하게 다스려지는 큰 잘못이다.
또 최근에는 스펙을 가짜로 꾸며 아이를 한의대에 합격시켰다가 발각이 된 사건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학부모와 아이 그리고 교사까지 한 통속이 되어 그런 일을 저질렀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그 엄마가 지금 속임수를 쓴 것을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을지, 아님 혼자만 그런 것도 아닌데 재수 없이 저만 들킨 것이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씁쓸한 궁금증이 생기는 건 왜일까.
딸아이가 대학에서 장학금 신청을 위해 지원서에 이런 저런 사항을 적어 넣을 때 사실을 뒷받침할 서류라고는 제 아빠의 재직증명과 납세증명서일 뿐 다른 공증이 필요치 않았던 것을 기억한다. 질문은 의외로 세세해서 재산이나 부채가 얼마이며 심지어 소유하는 자동차 종류가 무엇인지 일 년에 식비, 문화비 지출이 얼마나 되는 지도 묻고 있었는데 반면 우리가 적은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에 대한 요구사항은 전혀 없었다. 이 후 4년간 같은 서류를 되풀이 작성하면서 미국은 자기가 한 말에 대한 진실성과 정직함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고 전적으로 믿어주지만 일단 거짓이 드러나면 엄중한 책임을 묻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껴 쓰기 문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자기가 쓰지 않았음에도 썼다고 한 ‘거짓말’에 대해 무거운 벌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시험에서의 부정행위가 드러났을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우리는 낙제 처리함으로써 마무리 짓지만 미국서는 그 과목의 낙제 사유로 ‘academic dishonesty (학과 부정행위)'라는 것을 성적표에 밝힌다고 들었다.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취업할 때 굳이 성적증명서를 제출 않더라도 범법행위로 처벌 받은 사실이 있는가를 적는 난이 있는데 이를 숨겼다가 밝혀지는 날에는 가차 없이 퇴학, 해고의 사유가 된다 하니 당사자에게 평생을 따라 다니는 낙인으로 이보다 더 무서운 벌이 없을 것 같다.
사실, 거짓과 속임수가 없는 사회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이라고 사람 사는 모습이 별반 다르겠는가. 하지만 이젠 우리 스스로가 신뢰와 정직에 대해 달리 생각해야 할 때라고 느낀다. 바른 부모 밑에서 바른 아이들이 자라는 법, 요령이라는 미명 아래 잔꾀와 거짓말을 가르치는 부모와 그 아이들이 득세하는 사회에서 살게 된다는 것은 정말 상상만으로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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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http://www.suksuk.co.kr/momboard/read.php?table=BEC_001&number=63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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