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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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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친구야

  • 지나샘
  • |
  • 2014-10-20
8

외국에 살 때의 일이다. “사내자식들이 몇 대 치고 박고 한 걸 가지고...” 학교에서 싸우다가 상대 아이를 때린 것이 문제가 되어 학교에 불려간 부모가 있었다.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법인데 아들에게 사흘 정학 처분을 내렸다고 학교에 몹시 화를 냈다. 오로지 학적부에 기록이 남아 대학 가는데 지장 받을 게 걱정일 뿐, 상대방을 때렸다는 사실이나 맞은 아이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 따위는 관심 밖인 듯했다. 기죽지 않고 한판(?) 벌인 아들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싸움은 대수롭지 않은, 일상적인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다만 이 다툼이 폭력적이 되면 특히 외국학교에선 문제가 심각해진다. 공작용 가위를 들고 단지 찌르는 시늉만 했는데 그 광경을 목격한 학생들의 신고로 해당 아이가 자퇴를 하게 된 경우를 보았다. 그런 공격성이 다른 학생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이유였다. 부모들이 평소 방관하면 안 될 부분이다.

 

딸아이를 키우다 보니 폭력이 걱정된 적은 별로 없지만 친구문제는 늘 신경이 쓰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이던가, 늘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하던 아이가 어느 날인가부터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얘가 어쩌고 쟤가 저쩌고... 주로 반 아이들에 대한 것이었는데 자꾸 듣다보니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2, 3년에 한 번씩 이제 좀 적응할 만하면 옮기게 되는 사정인지라 미안함도 있었을 것이다. 얼른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을 신청했다. 그런데 내 불만을 잠자코 들어주시던 선생님은 말끝으로 ‘그렇지만 댁의 따님도 만만치 않습니다’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애나 어른이나 다툼이 생기면 잘못한 사람은 하나도 없고 서로 상대방 탓만 하는 법, 전학 후 새 학교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아이들끼리 기 싸움을 한 것인데 나는 내 아이 말만 듣고 다른 아이들을 탓하는 한참 모자라는 엄마였던 것이다.

 

사소한 감정 다툼이란 언제 어디서고 겪는 일이고 부모로서 아이가 상황을 슬기롭게 잘 넘기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도 맞다. 그런데 말은 이렇게 쿨하게 할 수 있지만 막상 자기 자식이 따돌림을 당하게 되면 그 화나고 속상한 마음을 삭히고 다스리기란 쉽지 않다. 또 속 시원한 해결책이 없으니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엄마는 내가 외국아이들과도 친하게 잘 지냈으면 하지? 그런데 내가 주말마다 놀러나간다고 하면 싫어할 거잖아, 걔네들과 친해지려면 금요일 밤엔 같이 영화도 보고 밤샘파티에도 가야하는데” 프랑스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친구문제로 잔소리를 하자 아이가 울면서 한 말이었다. 딸아이는 그때 겪은 외로움을 엄마인 내 마음에는 들지 않았던 그 친구 덕에 잘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같이 점심 먹고 같이 수다 떨고 숙제하는 친구, 그냥 편한 친구가 하나라도 있어서 웬만한 따돌림은 견딜 만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동안 친구 하나 없이 혼자 점심을 먹어야했던 아이의 외로움을 헤아려 주지 못했던 것이 몹시 미안했다, 남자아이들 경우엔 같이 운동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그런 걱정은 없다는데 그렇다고 농구나 축구를 실컷 하고 들어와 저녁밥만 먹으면 쓰러져 자버리는 고등학생 아들을 보는 엄마들의 마음이 썩 편한 것만도 아닌 눈치였다.

 

친구들도 두루 잘 사귀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라니, 이 모순 아닌 모순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이 공부하는 ‘착한(?!)’친구들하고만 어울리라는 것이 엄마들의 속마음일 텐데 엄마가 좋다고 하는 친구들만 사귄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지..... 아이 어릴 적 학부형들과 친해져서 여전히 자주 만나며 재미있게 지내는 낼 모레 환갑인 당신 딸이 살림은 안하고 너무 밖으로만 나돈다며 “갸들이랑 놀지 마래이”했다는, 80세 넘으신 노모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지나샘의 딸내미 메고 세상 한 바퀴 칼럼글 모두보기

원본 게시물: http://www.suksuk.co.kr/momboard/read.php?table=BEC_001&number=6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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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심과여유
  • |
  • 2014-10-25 13:19
답댓글

아이들 커 가면서 걱정이 이것 저것 많지만..

교우관계가 제일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요즘은 아이들 친구는 엄마가 만들어 준다는 말도 있지만..

그것도 아주 어릴 때나 가능하지.. 조금만 크면.. 스스로 친구를 찾아나서야하죠.

 

아직 6살인 아들 보면서.. 항상 걱정인 부분입니다.

유치원을 안 가고 집에 있으니 더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어떤 때는 처음 보는 또래랑도 잘 놀면 내심 안심을 하지만..

또 어떤 때는 계속 혼자 놀다거나 다른 애들한테 당하고 들어오면 엄마는 마음이 쓰립니다.

 

근데.. 그런 상황이 엄마는 왜? 화가 날까요?

 

한 번은 아이가 저한테 그러네요..

"친구들이 자기한테 뭐라하는 건 그런대로 괜찮은데..

엄마마저 그렇게 말하니.. 힘들어요.. ㅠ.ㅠ"

6살 꼬맹이의 말에.. 제가 순간 울컥!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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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로라공쥬
  • |
  • 2014-10-22 18:43
답댓글

부모맘에 드는 친구랑 노는 법이 없으니 그게 아이들 문제일까요......

80세 되신 노모 눈에 낼모레 환갑이 딸의 친구들조차 못 마땅한데 말여요.^^;

근데 제 눈에는 왜이리 딴집아이들의 장점만 보이고 울아들 단점만 보이는지

저도 자꾸만 다른집 아이들과 비교를 하고 있더라구요.

저 집 아들은 밥도 잘 먹는데 넌 뭐냐.....

저 집 아들은 일찍 일찍 자는데 넌 뭐.....

하지만 조금 있으면 우리 아들이 옆집 엄마와 비교하는 날이 올 것 같으니 조심해야겠어욤......^^;

저부터 좀 반성하고 나아지려고 노력해야지요.

내년엔 학교 가는데 왜 벌써부터 이리 걱정이 되는지 말예요.

잘 할거라고 그냥 믿고 들들 볶지 말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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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10-22 20:35
똑똑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일수록, 아이에게 거는 기대가 큰 부모일수록 비교의 '시험'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않은것 같습니다. 특히 맏이가 늘 비교 대상이 되지요. 그런데 아이가 잘하면 당연한 것이고 못하면 성에 안차서 다른 집 아이의 장점하고만 비교하는것, 그게 아이의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제일 큰 이유가 되는듯 합니다. 제가 바로 그런 경우였거든요. 무조건 잘한다 멋지다 해주세요. 아직 유치원생,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랄 나이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믿고 사랑하는 엄마가 나를 응원해주는데 무엇이 겁나겠어요? 오로라 공주님 아들 이름이 뭐지요? 기억해 두었다가 제가 기회될때마다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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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로라공쥬
  • |
  • 2014-10-22 21:11
어머나, 응원해 주신다니 감사드려요.^^
나혁이예요. 정말 엄마 눈치만 보는 아들 생각을 하니 조금 더 칭찬해 줘야겠어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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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10-22 21:15
나혁이를 응원합니다! 믿는만큼 성장한다는 말, 아이를 키워보니 사실이었어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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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박샘
  • |
  • 2014-10-20 10:23
답댓글
제가 아이를 외국에서 키웠기 때문인지 지나쌤 글은 공감되는 게 참 많습니다.
제가 학부모를 위한 통역을 많이 했는데 학생들이 치고 받고 싸워 부모를 부르면
점잖은 부모님들이 오셔서 교장 앞에서 한국에서는 그게 문화라고 하네요. 
내가 통역을 좀 돌려서 할래도 왜 그것만 "Korean culture.'라고 반복하시는지....
대한민국 국민이 김치 먹고 영화 보고 가족 사랑하듯이 남을 패는지 그 때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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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10-20 18:34
홍박샘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하셨군요. 전 자퇴를 못하면 퇴학시키겠다는 학교의 강경한 입장을 학생 엄마에게 설명하고 설득시켜야했는데 정말 어쩔 바를 모르겠더라구요. 엄마는 상황의 심각함을 잘 이해 못하고... 휴... 그 학생이 이 후 어려움을 잘 극복하였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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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박샘
  • |
  • 2014-10-20 18:47
컨닝을 해서 퇴학 당하는 건 다반사여요.
한 아이가 퇴학을 당했는데 부모가 학교 상대로 소송걸겠다고 해서 어안이 벙벙.
그 아버지가 한국에서 변호사이셨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또 술 먹은 고교생 정학 당했는데 교내에서 먹은 거 아닌데 너무 한다고 말해달래서,
술을 어디서 구입했는지부터 문제 삼아서 경찰서 가고 싶으냐고 제가 물었네요.
미성년이 어디에서 술을 샀는지 그것부터 따지면 상점 주인도 구속이잖아요.
그러고 보니 저한테도 사연이 한가득이로군요. 잊고 있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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