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한 신념이 있는 것은 아닌데 저는 TV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심심하면 잠을 잘 망정 TV는 내 친구가 아녀요.
그런데 최근 무지하게 TV를 보는 내 자신을 보고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아빠들의 육아 예능이라 하는 "아빠 어디 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때문입니다.
케이블에서 수시로 해주니 TV 틀었다 하면 꼬마들이 떼구르르 나옵니다.
아주 눈을 못 뗄 지경입니다.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고.
그 프로그램을 보면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 같아 고맙습니다.
저도 달랑 하나 밖에 못 낳은 주제에 젊은 사람들에게 자꾸 아이를 낳으라고
할머니들의 전유 멘트를 달고 살게 되었는데 "왜 애를 낳아야 되냐?"고 물으면
할 말이 참 없던 차에 "저걸 봐라, 얼마나 행복하냐." 답할 근거가 생겼어요.
내 얘기로 돌려서.
좋은 사람을 남편으로 두었느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예스"라고는 못합니다.
결혼 생활이 얼마나 힘들고, 가정과 아내에 잘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답은 "예스"가 맞습니다.
그 근거가 제 아이가 아빠를 무진장 좋아한다는 겁니다.
제 아이 중학생 때 공간이 넉넉했대서 옷장 삼아 쓰는 골방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남편 옷만 모아놓아 두었는데 가끔 문이 열린 채 불이 켜져있더라고요.
꼼꼼한 남편이 그런 채로 출근할 리도 없고, 도우미 아주머니가 청소 후 잊었나 했지요.
그런 일이 반복되길래 아이에게 물었더니 아빠 냄새가 맡고 싶어서 옷방에 들어 간답니다.
7시만 되면 퇴근하는 아빠를 못 기다려서 그 전에 옷방에 가서 아빠 냄새를 맡는 거지요.
방문 잠고 제 방에 들어갈 나이에 아빠 냄새를 그리워하다니 좋은 아빠겠지요.
아들을 잘 두었느냐는 질문에도 주저없이 "예스"라고는 못하겠습니다.
상위 몇 프로에 드는 수재도 아니요, 특출난 재능을 보이는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답은 "예스"가 맞습니다.
그 근거가 좋은 아빠 밑에서 자랐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아이 성장기에 업무에 필요한 경우 외에는 유희 모임을 안 가졌습니다.
바쁜 아내 때문에 아이를 많이 맡아야 했는데 회식이 잡혀있어도
저한테 일정이 있으면 회식 중에 자리를 털고 나옵니다.
중학생 때까지도 절대로 혼자 두지 않고,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일어났지요.
그런 아빠의 관심과 정성을 받고 자랐으니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겁니다.
아이는 아빠 키를 넘겨 성장했고, 아빠 말의 반은 잔소리로 듣습니다.
슈퍼맨이던 아빠는 걱정 많은 노인이 되어 가네요.
이제는 가끔 찾아주는 아들이 선심 써서 목욕탕에 따라가주시옵고,
같이 영화를 봐주시옵고, 삼겹살을 먹어주십니다. 술잔도 기울여가면서, 참나...
그런 날 남편은 입이 귀까지 걸려서 말이 많아집니다.
이제는 슈퍼맨이 아들입니다. 남편, 이러면서 살겄지요. "아들, 어디 가?"


쑥쑥몰
체험이벤트















D.W.7주차 숙제검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