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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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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으로 승부하는 아이

  • 수경샘
  • |
  • 2014-08-20
8

학기 초나 말이 되면 학생들의 면담신청이 늘어납니다. 한 여학생이 개인면담을 신청했습니다. 이제 2학년을 마쳤으니 진로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할 시기입니다. 요즘엔 학생들이 대학을 4년 만에 졸업하는 경우가 극히 드뭅니다. 재학 중에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이나 자격을 갖추기 위한 준비를 하지요. 해외연수나 교환학생, 워킹홀리데이, 인턴과정, 자격증 공부 등 휴학사유도 다양합니다. 입학에서 졸업까지 여학생은 6년, 남학생들은 군대를 포함하여 8년 정도가 보편적입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이 여학생은 어느 길로 가야 할 지 고민이 매우 큽니다. 본인의 희망과 능력, 적성만이 진로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학생처럼 가정 형편이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지요. 빨리 학교를 마치고 직장에 들어가 가계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습니다. 학기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말에는 10시간 이상을 레스토랑에서 일합니다. 교환학생도 가고 싶고 졸업 후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데, 부모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으니 어쩌면 좋겠냐고요. 물론 학생의 성향으로 봤을 때, 직장 생활도 아주 잘 할 것입니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에 수업준비나 발표도 깔끔하게 잘 합니다. 가을엔 스피치콘테스트에서 1등을 하여 유럽행 티켓을 부상으로 받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능력있는 학생이죠. 상담 내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인생에 관한 진로 상담은 극히 조심스럽습니다. 제일 당혹스러운 때는 바로, ‘교수님 강의를 듣고, 졸업 후 언어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입니다. 내가 학생들의 진로결정에 혹시나 잘못된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지 한 편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공부는 오랜 시간 자기와의 싸움일 뿐만 아니라 주변의 도움과 희생도 따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확실한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니 섣불리 뛰어들면 안 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확고한 신념과 자신감으로 시작했다 해도 중간 중간 회의를 느끼고 고비를 맞게 되는 것은 여타 직업들과 마찬가지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공부한 기간은 끝맺음을 하기 전까지는 경력으로 인정될 수 없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방학동안 자신을 잘 들여다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멀고도 험한 길이 될 수 있고, 도중에 빠져나올 수도 있다는 일말의 망설임이라도 있다면 더욱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도 어려운 판국에 더구나 가계를 책임지라는 압력을 수시로 받게 된다면 시간이 갈수록 버티기는 더욱 힘들 것이 자명한 사실입니다. 결국 자신의 의지를 확인할 수밖에요.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고 있는지... 고집이 있다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원하는 답을 주었는지는 모릅니다. 인생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에 무조건 파랑새의 꿈을 부추길 수만은 없으니까요.

 

새 학기에 다시 만난 그 학생은 여전히 꿈을 놓지 않고 고집스럽게 학과공부에 아르바이트에 각종 행사까지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지난 가을 부상으로 받은 비행기티켓으로 여름방학에는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겨울 방학엔 학생통역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1년간 현지에서 공부와 일도 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니 그녀의 고집스런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정형편과 그 부담감 때문에 눈물짓던 학생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역량을 탄탄하게 다져가는 의지의 한국인이 있을 뿐이지요.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할 지 가닥이 확실히 잡힌 듯합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많은 학생들을 대하다 보니 고집스런 아이들에게는 남다른 면이 있습니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과 추진력이 있다는 사실이지요. 고집이 센 아이들은 커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반드시 관철시키려 하거나 하던 일은 어떻게든 끝맺음을 하고자 자신과의 싸움에 승부를 겁니다. 성인이 된 대학생들에서는 주관이 강한 학생들이 그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리더쉽이 강하고 그에 따른 책임감도 남다릅니다. 체계적인 사고와 설득력도 겸비하지요.

 

떼를 쓰는 것과 고집을 부리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부당한 일에 억지를 부리는 것이 떼를 쓰는 것이라면 고집은 자기주장을 꺾지 않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고집이 센 내 아이, 아이가 고집을 꺾지 않고 막무가내일 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떨지요? 아이의 고집을 무조건 꺾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설사 시행착오를 겪는다 해도 아이에게 얻어질 교훈이 있다면 그것도 교육이라는 생각입니다. 역시 판단은 엄마의 몫이겠지요.

 

항상 정갈하게 잘 차려주는 밥상만을 받아먹는 내 아이, 이것이 내 아이를 위한 최고의 영양식일지 자문해봅니다.

 

수경샘과 함께하는 소통여행 칼럼글 모두보기

원본 게시물: http://www.suksuk.co.kr/momboard/read.php?table=BEC_001&number=6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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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심과여유
  • |
  • 2014-08-22 23:28
답댓글

고집 부리는 것과 떼 쓰는 것의 차이!!

 

아이가 커 갈수록 아이의 고집은 쎄지고..

엄마는 속으로 "감히~" 라면서 아이의 고집을 억누르게 되는데..

제 행동은 어떠했나?? 생각하게 되네요.

저도 다른 엄마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즘 아이랑 붙어있다보니

아이가 눈물바람으로 결국은 자신의 고집을 꺽는 모습을 자주 보아요.

근데 돌이켜보면 아이의 행동이 그리 잘못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저도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키울 수 있도록 조금 멀리서 바라 보아야겠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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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4-08-26 00:01
아이가 커갈수록 '감히~'라는 생각이 엄마의 자존심과 직결되기도 합니다.
슬퍼질 때도 있다니까요ㅠㅠ
그럴 땐, '그래 엄마를 뛰어 넘으렴. 그래야 더 큰 사람이 되지'
이렇게 위안삼아요.

관심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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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로라공쥬
  • |
  • 2014-08-21 09:33
답댓글

고집으로 승부해야하는데 참 저는 아집으로 집착해서 늘 낭패여요.^^;

엄마 고집이 만만치 않으니 어릴 때부터 엄마가 한 번 안된다고 하면

끝까지 절대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서 아이가 고집을 부리지 않더라구요.

어느 날 돌아보니 내가 다 옳았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내 기준으로 옳지 않은것이였지 아이 기준에 옳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데

엄마 한 마디에 아이는 늘 쉽게 포기하는 다시 걱정이 되었습니다.

세상이 사실 우는 아이 젖준다고 울고, 떼쓰면 좀 해결되는 일도 있잖아요.

울지 않고, 떼쓰지 않는 것이 참 좋았는데 어느 날 보니 아이는 뭐든지 쉽게 포기하고 있더군요.

다시 육아의 방향을 살짝 틀어서 엄마도 빈틈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글쎄, 이게 될랑가 모르겄다....."

하고 말끝을 살짝 흐리자 아이는 자신감을 보이면서 해보자고 하더라구요.

결국은 안되는 일도 있고, 되는 일도 있었지만

아이는 직접 해보면서 오히려 많은 것을 깨닫는것 같았어요.

그래서 요즘은

"나도 잘 몰겄다. 니가 해봐라."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보니 좀 다치기도......^^;

 

서론이 길었는데 결론은 고집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거죠.^^

역시 엄마는 그냥 멀리서 바라보는게 나은거 같아요.

나처럼 키우면 결국은 나정도밖에 못하는 것을 자꾸 엄마기준에 맞추지 말아야지 다짐을 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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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4-08-22 10:52
저도 오로라공쥬님과 같은 생각을 합니다^^
내 틀속에 아이들을 가두려 하면 결국 나 정도밖에는 안될거라는... 더군다가 내가 아는 세상이 좁고 지식이 짧은데 무슨 용기로 아이에게 강요를 할 수 있겠나 싶기도 하고요.
아이들의 능력과 가능성을 믿으며 힘겨워 할 때에는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지원자로 남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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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시인
  • |
  • 2014-08-20 20:59
답댓글

요즘에는 다양한 자신들의 역량을 살려 특성화고등학교 쪽으로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하고

정말 열심히 뛰는 친구들을 종종 보게됩니다.

우리 아이도 주변에 그런 방향으로 진로를 정한 친구들 틈에 끼어서 자신도 그쪽으로 진로를 틀겠다고

무작정 고집을 피우던 때가 있었어요. 우리 아이에게는 그렇게 하라고 도저히 결정을 못하겠더라구요.

결국은 온가족 반대로 우리아이는 일반고로 진학을 했고 그때 다른 친구는 경영정보고등학교로 진학을 했습니다. 비교적 좋은 학교 축에 끼었던 그 학교에 우리 아이의 친구는 거의 최저 등수로 입학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3년만에 우리 아이의 부탁으로 그 친구의 취업을 위한 자기 소개서 작성을 도와주게 되었네요.

우리 아이와는 참으로 다른 3년을 보낸 그 친구를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더군요.

입학시에는 거의 꼴찌 수준으로 들어간 그 친구가 거의 1년만에 반에서 일등을 하고 여러 경영과 관련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대회에서 수상도 하는 등... 초반에 지원한 산업은행에는 떨어졌지만 이어 지원한 청와대 인턴쉽에 최연소로 합격하게 되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하러 왔더라구요. 수경샘이 예를 들어 말씀하신 그 친구와 참으로 많이 닮아 있는 친구였습니다. 자신의 일을 위해 고집도 있으면서도 정중하고 열정적으로 달려가는...

우리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하는 맘으로 그 친구를 도와주었었는데..

그 친구를 보니 한국의 미래가 밝지 않나... 라는 기분 좋은 생각도 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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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4-08-22 11:14
저희집 막내가 고등학교 2학년때 갑자기 기술을 전문으로 교육하는 학교들에 관심을 보이고 학교에서 하는 홍보특강에 참여하겠다고 했어요. 아마 학교에 며칠간 기술학교 선생님들이 오셔서 홍보하는 방문행사가 있었던 것 같아요.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하라고 했지요.
다음 날 아침, 담임 선생님께서 놀라서 전화하셨습니다. 아들이 실업계 고등학교 홍보 특강을 듣겠다고 했다고.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요. 특강을 들으려면 오전 수업도 못듣고 참여해야 한다고, 어머니께서 절대로 허락안하셨을텐데 무슨일인지 모르겠다고요. 아이가 실업계 학교로 옮길 수도 있다고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특강을 들어보라고 허락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순간 할 말을 잃으셨습니다.
그렇게 막내는 이틀간의 오전 홍보강의를 들었습니다. 결과는요?
들어보니 자신이 기대했던 교육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더래요. 그래서 그냥 하던 공부하겠다고요.
아무런 미련없이 탈탈 털어냈습니다.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대해 고민을 했었고 기회다 싶어 혹시나 해서 들었던 특강이었는데 아마 허무했을 거에요. 더 이상의 '혹시나'에 대한 방황은 없었으니 다행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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