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3탄. 열화 = 댓글 꼴랑 10개 미만.![]()
껌정신비국어샘은 결혼 이후에도 새색시 느낌 전혀없는 요즘 말로 쿨한 여성이셨다.
그 분 결혼하고 얼마 뒤 하교길인가, 동네 어귀에선가 나는 옛 친구를 만났다.
(새 캐릭터 등장: 그 당신 기준으로 볼 때 중3 이전, 그러므로 옛 친구)
그 애는 눈이 왕방울만한, 그건 참 장점인데 이쁘다기 보단 독특한 외모의 친구였다.
뭐랄까, 눈 코 입을 붙이고 난 뒤 정수리부터 턱을 엄지와 검지로 잡고 위 아래로 누른 느낌?
결정적으로 그 아이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공부를 참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는 학생의 인격이 존중되던 시절이 아니라 성적순위가 담벼락에 붙곤 했는데
진짜 진짜 아랫칸을 차지하는 부동의 하위였다.![]()
수다스럽고 말 많고 - 같은 말인가?- 웃음이 터지면 멈추지 않아 선생님들께 자주 혼났다.
나를 부를 때도 "반장 반장" 두번 복창 후 사연을 말하곤 했는데 나는 이 애와 잘 지냈다.
집 근처까지 가는 길에 수다를 듣곤 했을 거다. (아, 생각났다, 초등 동창인가보다.)
자, 그 애를 만났는데... 더 이상 반장도 아닌 나를 불렀다. "반장, 반장!"
그날 나는 소식을 접하였다. 신비검정샘이 그 왕방눈알네 집에서 셋방살이를 한다는 것.
엥? 우리 집에도 셋방살이 하는 새댁팀이 있는데 좀.... 세련된 삶이 아니던데.
나는 물값이며 전기세가 얼마이노라, 전하라는 안주인 우리 엄마의 명을 받들기도 하고,
반찬 나무랭이를 나눠주는 심부름을 전담하였으므 셋방 팀의 면모를 잘 안다.
우리 멋진 국어선생님이 그런 셋방살이를 한다는 게 참 속된 말로 '깨는' 일이었다.
그런데 더 충격인 것은 그 아이가 이미 찡그러진 듯한 얼굴을 더 찡그리며 하는 말이었다.
"야 니네 국어생임 을마나 불쌍한 줄 아냐? 그 남편이 매일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온다.
그리고 있잖아, (더 찡그리면서) 술 먹고 이불에 오줌을 싸. 그 여자가 매일 이불 빨아."
아, 난 몰라...... 난 무슨 정신으로 집에 왔는지 그 뒤는 필름이 끊겼다.
왕눈 휘굴리며 아래 위로 인상을 찌푸리던 그 아이 표정이 지금까지도 선명할 뿐이다.
이튿날 학교에 가서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가 입을 일단 놀렸다가는
아이들 사이에서 멋진 여성이 얼마나 동정의 대상 내지는 커다란 휼거리가 될 것인가?
아니 그런 숭고한 마음에서가 아니었다. 나의 침묵은 순전히 착한 반장을 위해서였다.
국어 선생님이 불행하다는 걸 아는 순간 그 아이는 큰 상심을 할 것이었다.
존경을 넘어 흠모하는 대상이 말도 안되는 남자와 산다는 사실을 알면 어떻겠는가?
결국 그 왕방울이의 고발은 나의 머리 속에 담겨 봉인되었고 아무런 부작용은 없었다.
부작용이라면 내가 국어 시간에 말이 없어졌다는 점 하나.
선생님의 이야기, 표정 그 모든 것 뒤에 불행을 품고 있을 것이라는 나의 상상은
끝없이 선생님을 동정하다, 경멸하기도 하는 묘한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젊은 남자가 시대가 요구했던 술 문화로 어쩌다 한 실수를
그 왕눈알이가 침소봉대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럴 수도 있었던 일이었을 거다.
신비샘도 아이를 낳고 키워냈을까? 얼마나 고상하게 아이를 키워내셨을까?
착한 반장애는 어떻게 되었을까? 틀림없이 훌륭한 인재, 나라의 일꾼일 거다.
우리 왕눈알이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큰 소리로 웃는 행복한 여인일 거다.
휘리릭 매직트리 타고 현실로 돌아왔다.
그냥 전철 안이고 앨범 꽃힌 가방이 눈 앞에 있다. 오늘 많이 걸어 피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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