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집에 와 있습니다. 아들녀석이 귀국하면 서울에 있어야 해서요.
손자 올 때 쯤이면 드륵 거리는 거실 문을 수리하거나 보일라를 바꾸거나
샤워기를 교체하는 등 소소한 일을 하십니다. 무엇보다 먹거리 마련이 바쁘시지요.
녀석이 빨래를 보따리로 풀어놓고 트렁크도 흙강아지 만들어 팽개쳐 놓습니다.
그제 밤 귀국한 녀석이 어제 바로 물놀이 하고 왔다면서 바지를 시궁창 쑤신 듯 해왔네요.
햇살이 찬란한 아침, 엄마가 손주녀석 때문에 생긴 일거리를 즐거이 하십니다.
아직은 건강하세요. 손빨래로 얼룩을 지워대는데 머리 위로 햇살이 쏟아집니다.
좀 미안한 생각에 베란다로 나가 이런저런 수다를 나눴습니다.
노년의 생애에 관한 얘기가 요즘 우리 모녀의 주요 화제입니다.
엄마한테 특명 받았습니다.
이 다음에 혹시라도 당신들 목숨 부지 위해 연명치료 하지 못하게 하라.
아들과 며느리는 결정 못할 테니 네가 하거라.
저는 단호하게 그런다고 했습니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저 노인들 망가진 모습으로 보내고 싶지 않아요.
얼마전 제 친구는 아버님을 호스피스 병동으로 모셨다가 하늘로 보내드렸습니다.
입원 전 본인이 위급 시 산소호흡기 등 응급 조치 사용 금지에 싸인하셨답니다.
한달을 계셨는데 자식과 아내가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조용히 보냈답니다.
절명의 순간, 의사가 와서 앞으로 두 시간이라 알려주더라네요.
그리고 숨 넘어가시고도 세 시간 자리에 있으라고 지시 하더랍니다.
망인도 잠시 귀는 듣는답니다. 돌아가시고 한참은 예의를 지키라고요.
그래서 평화롧게 돌아가시게 했다고요.
자식과 엄마가 손과 발을 다 붙들고 계시는 동안 눈을 감으셨답니다.
엄마가 연명치료 하지 말라는 얘기에 그 장면이 떠올라 숙연했습니다.
저 찬란한 햇살이 서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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