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얘기요.
제 아버지는 삼형제 중 막내셔서 저 자랄 때는 명절이 그리 큰 일인지 몰랐습니다.
위 두 큰 아버님은 서로 가까이 사시고 각기 자녀가 많으셔서 그 두 댁이 합치면 굉장했을 거여요.
서울에 따로 사는 우리 가족이 차비 들여가며 큰 댁으로 가서 번잡스럽게 하느니
그 비용을 챙겨서 아버지께 쥐어드리면 혼자 다녀오시고, 그 이후 우리 명절이었어요.
결혼하고 보니 명절은 굉장하더군요. 그런 화려한(?) 명절 경험이 없던 저는 즐겁더라고요.
그렇지만 명절이 시어머님과 큰형님에게는 고통이라는 걸 금새 알게되었어요.
제 어머님은 둘째 며느리인데 큰 어머님께서 제사를 내치셔서(?) 조상님을 어떻게 버리느냐며
제사를 모셔와 얼떨결에 종부가 되신 사연이 숨어있었어요.
얼겁결 종부의 맏며느리인 우리 형님도 그래서 얼떨결 종부가 된 거지요.
이 부분에서 우리 어머님은 집안의 효부이면서 며느리에게는 죄책감을 갖게 되고요,
우리 형님은 집안의 엄청난 기둥이며 효부가 됐지만 마음 한구석 억울함이 있으실 겁니다.
스물다섯에 결혼한 철부지 막내며느리인 저는 그것도 모르고 명절에 히히덕 댔으니....
당시에는 거의 일주일 내내 명절 차례 준비로 바빴습니다.
명절 전날은 사촌동서들까지 모여 하루종일 전을 부치고 음식 준비를 했습니다.
기껏해야 설거지나 하는 저는 어린 조카들이 꾐에 빠져 그마저도 내치고 마당에서 놀았습니다.
사방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등....
한번은 설거지 하는 저를 두고 막내 조카가 왜 엄마는 일 안하고 작은엄마 일 시키냐고 항변해
저를 마당으로 끌어내주대요. 그 이쁜 눔이 지금은 서른 넘은 떠꺼머리 총각입니다.
그런 명절이 이제 없습니다.
아버님, 작은 아버님 모두 돌아가시고, 사촌 아주버님 형님 중에 세상 뜬 분도 계시고요.
조카들은 시집 가 각자 시댁 행, 또 유학이니 출장이니 해서 이제 모여봐야 열명 남짓입니다.
무엇 보다 음식이 팍! 줄었습니다.
형님과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음식 가짓수를 줄였고, 와서 먹을 사람도 없으니 그렇고요.
형님 힘 덜으려고 제가 전을 부처가기로 했는데 이제 저도 두 해 째 음식점에서 주문해서 들고갑니다.
기름 냄새 풍기지 않는 종가는 더 이상 명절이 아니더라고요.
이제 어머님 돌아가시면 정말 명절은 추억으로만 남게 생겼습니다.
내년에 구순인 어머님은 '조상 모시기'에 평생 전력을 하셨는데 당신 제사는 지내지 말라셔요.
그냥 아버님 제사에 묶어서 밥그릇 하나 더 놓고, 따로 챙기기 말라고요.
당신이 겪은 마음 고생, 몸 고생 물려주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명절, 힘 드시지요? 그 번잡스러움 저희 시댁에서 처럼 곧 사라집니다.
차후에 나를 보러올 사위와 며느리를 위해서 참고 그냥 즐겨부립시다요.
까짓거 일 좀 더 하고, 돈 좀 더 쓰고 그리고 콱! 마음에서 지워요 ㅋㅋ
여기저기 궁시렁 소리 들리네... "야, 그게 말이 쉽지...."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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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영#14] Silly sal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