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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체를 남에게 발설하지 말라~~

  • 은주리
  • |
  • 2012-05-16
9

저한테는 고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아니 사실 크고 작은 고민이 무지하게 많습니다 ^^:)

예전에 잠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엄마의 직업이 아이에게 영향을 안미쳤으면... 하는 것이었지요.

 

어머.. 저집 애 엄마가 쓱싹닷컴의 은주 머시깽이래.. 근데, 애는 영어 뭐 그냥 그렇네?

뭐 이런 소리를 들어서 아이가 상처를 받으면 어쩌나 하는 것이지요.

하진이에겐 영어를 잘하면 당연한 거고, 못하면 무슨 큰 장애인 것 처럼 취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제가 요즘 들어 많이 느낍니다.
(하다못해 유아원에서도 선생님께서 뭔가를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 느껴지네요..TㅅT)

 

그래서, 하진이 친구 엄마들에게 제 직업이나 정체(?)을 밝히는 것이 살짝 저어되기도 합니다.

그럼 막 갑자기 아침 저녁으로 상담 전화가 오기도 하고... 이건 아니다 싶기도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는 아이에 대한 기대치를 정말로 정말로 낮게 잡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지요?)


예전에 200점 만점짜리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연합고사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193점을 맞았었어요.
그런데, 저희 아버지가 그러시더군요. "나머지 7점은 어디다 팔아먹었냐.."

부모님은 저에대한 기대치가 좀 높으신 편이었습니다.
국민학교 땐 공부를 꽤 학교에서 알 정도로 좀 했었거든요. 그런데 중학교 들어가서 완전 뺑뺑 놀아서 성적이 정말 바닥이었는데, 중 2정도에 정신차려서 그거라도 맞은 거거든요.
(아... 우리 아버지가 기대치가 있어서 그렇지, 저는 무지 이뻐해 주셨습니다. 오해는 마시길...)

그때부터인가... 전 아이를 낳으면 기대치 낮게 잡고 아이가 노력해서 받은 성과에 대해 겸허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자.. 하는 생각을 은연중에 키워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하진이에게 참 관대한 편이지요.

말이 남들 보다 엄청 느린 편이지만... 뭐 지가 다 알아듣는데, 머... 언젠가 하고싶음 하겠지....

기저귀를 아직도 차고 댕기고 이제야 겨우 쉬야는 조금 가리지만 머... 초등학교 가기 전엔 때겠지...

남들은 한글공부도 막 한다던데... 머... 지가 읽고 싶으면 읽겠지....

 

아이들을 보니, 참 때가 있는 거고... 그 때를 맞춰서 쇠도 달구어졌을 때 쳐야 하듯이
그 시기가 오면 참 힘 안들이고 쉽게 갈 수 있는 것을 미리미리 조급한 욕심에 아이에게 다그쳐 봤자...

큰 효과 없다는 것을 나름 배워 온 탓도 있겠지요.

 

 

영어책이야... 뭐 애기 때 부터 읽어 주었습니다.

배운 도둑질이 그것이니... 뭐 제가 하는 게 그것 밖에 없더군요.
제가 뭐 이유식을 맛있게 만들거나, 아님 육아서를 읽으며 밤을 세우는 그런 열혈엄마는 아니지만

책은 재미있게 읽어주는 그런 엄마였던 것 같습니다.

영어책은 좀 알겠는데, 한글책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기도 하고, 주변에 물어보기도 하였지만

머.. 영어책과 한글책을 평균 5:5 정도는 꾸준히 읽어주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노래를 엄청 불러주었습니다.

비오면... Rain Rain Go Away를 부르거나... 아님 어떤 날은 비야 비야 오지마~ 이렇게 부르거나...

목욕하면서 눈은 어디있나..를 부르거나.... 아님 다리 마사지 하면서 Old MacDonald 부르거나...

그냥 영어 동요 틀어놓고 따라부르면서 덤블링 뛰기...

말도 안되는 가사 만들어서 애 간지르면서 놀기...

잠들기 전에 위씽 가사집 가져다 놓고 아는 노래 다 부르고 자기...

노래는 뭐  거의 말도 안되는 하진똥은 똥꾸멍... 뭐 이렇게 만들어서 부르기도 하구요.


 

이렇게 노래를 부르거나 책을 읽을 때도 신체접촉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무릎 위에 앉혀놓고 읽기, 누워서 팔베개 하고 읽기, 시시 때떄로 간지름 태우면서 읽기

뭐 물고 빨고 하는 건 당연하구요.
지난 주말에는 얼굴에 멍이들 정도로 빨아버려서, 선생님께서 혹시 아이가 맞았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미안해... 하진아.. 네가 좀 이뻐서 빨았는데 멍이 들 줄은 몰랐어...TㅅT

 

제가 기대치가 많이 낮다고 했지요...?

그래서 아이가 조금만 뭔가를 해 줘도 그게 그렇게 신기하고 이쁠 수가 없는 겁니다.

 

밥먹다가... 놀이 매트 위의 알파벳을 보더니 (매트 위에 알파벳 한 번도 읽어 준 적 없음. 매트는 매트일뿐..)
엄마, K! 하는 겁니다.

그러더니 또 L! 하네요... 허어.. 신기한 녀석....

아빠는 옆에서, 가나다라는 못하면서~~ 하는 뻔한 애비식 레파토리를 읇습니다.

 

뭐 혼자 중얼거려서 들어보면, one little finger를 부르고 있거나 Bingo를 부르고 있지요.

 

혼자 책을 들고와서 말도 안되게 거꾸로 들고는 엄마가 책 읽어준 대로 brown bear를 외워서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mouse paint CD를 갑자기 틀어 달라 하더니(제가 동화책 CD를 틀어준 적이 없어요... 귀찮아서 그냥 맨날 육성으로 읽어 줄 뿐... 노래도 내 맘대로 지어서 불러주었지요... 미안해.. 하진아.. 엄마가 늙어서 귀찮았어...TㅅT)
혼자서 CD를 들으면서 책장을 넘기질 않나...

단어를 듣고 해당 색깔을 찾으러 댕기질 않나...어...yellow 어딨지? 엄마!! 여기 orange에요~!!

뭐 이러면서 말입니다.

한번도 집에서 쏼라쏼라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없기에

Where is the elephant?라고 물어보았더니, 코끼리 그림을 턱 짚으면서 여기! 하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그런 what animal is this?라고 물어보았더니 lion!!

허걱!!!



물론, 쑥쑥의 많은 어머님들께서 저희 아이보다 훨씬 더 많은 영어 out put을 내 놓고 있는 아이들이 수두룩 하기에.. 저게 뭐...  에이~ 은주리 아들이면 지금쯤 리더스를 좔좔 읽어야 하는 거 아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요즘 하진이에게 너무 기쁩니다.

에미가 해 준건 코딱지 만한데, 하진이가 내 놓는 아웃풋은 정말 애드벌룬보다 더 큰 거거든요.

 

전 참 좋았어요.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이가 영어를 익혀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걸 스스로 너무 즐기고 있어 하는 것이 아이의 얼굴 표정에서 그대로 전해집니다.

 

한글이요... 한글책에 관심이 가져지는 날이 있겠지요.

그때 한글 읽을 겁니다. 영어 글자에 관심을 가지게되어 그것의 유의미함을 알게되면

한글의 유의미함... 분명 알게 될 것이고, 한글책을 스스로 읽게 되는 날도 오겠지요.

 

저 역시 한글을 엄마가 가르쳐 주지 않았고, 혼자서 동화책 읽다가 깨쳤듯이...

우리 하진이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깨치길 바래봅니다.

하진이가 어려워 할 때는 엄마가 옆에서 도와주겠지만 말입니다.

 

 

저는... 이 상태가 참 좋습니다.

아이에게 기대치가 낮다는 것이 아이를 무시하거나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이가 하는 모든 행동과 말에 기뻐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에서...

 

저는 우리 하진이를 바라보는 눈을... 아주.. 낮게.. 낮게 잡고 가려 합니다.

그리고 엄마의 직업에 의해서, 아들의 성과가 평가 절하되지 않도록....

되도록 정체(?)를 숨기면서 살아가 보아야 겠습니다.

 

쉿! 혹시 제가 누군지 알더라도, 모른척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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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원진현맘
  • |
  • 2012-05-17 09:35
답댓글

은주리님..멋져요...^^

 

저도 제 정체를 숨기고 싶어요. 흑흑흑...

제가 가끔 아주 티안나게(^^) 쓰는 저희 매장...

저도 제 정체를 숨깁니다. 왜?

그냥 저희가 그걸 하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이 미안해할까봐. 다른 곳에 갈 수 있는데 괜히 제게 미안해할까봐.(괜한 걱정일 수 있겠지만)

그래서 그냥 뭐해요? 물으면 '조그만 구멍가게해요'합니다.

밖에 나가면 가끔 눈길을 받습니다. 물론 좋은 일이면 좋겠지만 사람일이 다 좋은것만 있지 않으니까요.

저희 매장 있는 동네가 말많은 아줌니들이 많은 동네라...

허거거...

저도...제 정체를 숨기고 싶어요...

 

은주리님..전혀 다른 분야이지만..제 고미도 털어놔도 되지요? 쑥쑥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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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혁이맘
  • |
  • 2012-05-16 17:01
답댓글

음...맞아요. 구구절절 옳네요.

저도 그렇게 맘 먹다가 갑자기 어느날 살짝 미치나봐요.

갑자기....난 도대체 뭐하는거지? 그래도 넘 늦는거 아냐?

그래서 결국.....1,2,3,4,5,6,7,8,9,10....쓰는거 시키고 있어요.ㅠ.,ㅠ

아, 저도 이렇게 굳건하게 맘을 다잡아야하는데요.

또 어디선가 듣는 소리에 솔깃하기도 하고......

전 영어교육 이런거엔 맘 강하게 먹는데요,

수학, 과학하면 왠지 작아져요.ㅠ.,ㅠ

이노무 컴플렉스를 극복해야 하는디 말이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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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남매맘
  • |
  • 2012-05-16 14:11
답댓글

참.. 멋진엄마세요.. 정말..

사실 그런 위치에 있으면, 그런것이 쉽지가 않을것같아요...

우리애들 반에도, 영어 학원을 하는 엄마가 계시는데,

그 아이가 영어를 가장 잘하고, 또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더라구요..은연중에도요..

어쩌면 그런 시선들이, 그 아이는 다른 것에 더 관심가질수도 있는데..

그걸로 방해가 될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잠깐해보았어요. 정말..

 

참 멋진 엄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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