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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흥미가 없는 아이

  • 개구쟁이맘
  • |
  • 2012-01-10
20

저는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어린 시절이 대부분 그러하듯 집안에 어린이용 서적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거의 유일한 어린이용 전집은 50권짜리 어린이용 위인전이었습니다.

누런 갱지에 깨알같은 글씨로 적혀있던 책이었지만, 저는 이 책을 마르고 닳도록 읽었습니다.

초등 고학년이 되어서는 친구네 집에 책을 빌리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들어가니 도서관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어 학교 도서관도 많이 이용했고,

학교앞 서점은 제가 한 구석에 자리잡고 앉아 책읽는 곳이었어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큰애를 낳자마자 독서교육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큰애는 저를 많이 닮아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하더니

휴식시간에 책을 즐겨보는 아이로 자라주었습니다.

다만 남자아이다보니 주로 만화책을 많이 보고,

자기가 좋아하는 특정 분야의 책만 한정해서 읽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이 아이의 일상에 독서가 일부가 되었으니 만족스럽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둘째(7세)입니다.

이 녀석이 16개월쯤 된 어느날,

저랑 형이랑 둘이 정답게 책을 읽고 있는 소파로 다가오더니

읽고있던 책을 뺏어 바닥에 던져버렸습니다!

이때부터 둘째에게 책이란 자기와 엄마 사이를 갈라놓는 흉물(?)이 되어버렸죠!

 

하지만 형을 따라하고 싶어하는 둘째의 본능 덕분에

이 녀석도 책에 다소 관심을 갖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형처럼 뭔가 몰입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책을 봐도 첫장부터 끝장까지 쭈욱~ 스토리를 따라가는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이 나오는 대목만 펼치고

끝없는 질문을 던지면서 자기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더군요!

처음엔 이 녀석의 독서 스타일에 영 적응이 안되었습니다.

'왜 얘는 책만 펴면 엉뚱한 소리만 하는 것일까?'

 

게다가 첫째는 다소 긴 책을 읽어줘도 머리속에서 상상하며 이야기 흐름을 잘 따라오는데

둘째는 이야기가 조금만 길어져도 금새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재미없다고 하니 좀 답답했습니다.

둘째라서 너무 책을 안읽어줘서 그런가 싶어 둘째에게도 장편 동화(300쪽)를 한달에 걸쳐 읽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일일드라마를 보듯 흥미를 갖고 장편동화를 듣던 첫째와 달리 다소 지루하게 의무적으로 책을 듣더군요. 그래서 다시 짧은 그림책 읽어주기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둘째와 어떻게 책읽기를 해야할지 약간 가닥을 잡았습니다!

 

둘째는 평소 저랑 놀이하기를 좋아합니다.

배트맨 놀이, CCTV 놀이, 미장원 놀이, 세탁소 놀이, 영화관 놀이 등

다양한 주제로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마치 연극을 하듯 둘이 놉니다.

그리고 잠자리에서는 자신이 주인공이 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합니다.

 

이 녀석은 수동적으로 책 내용을 듣는것에는 별 관심이 없고

자기가 등장인물이 되어서 이야기속에 참여해서

그 이야기를 책 내용과 다르게 이끌어가는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일단 책을 한번 읽어준 다음,

두번째 읽을때는 녀석을 등장인물로 넣어주어

저랑 마치 연극을 하듯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를 다르게 만들어갑니다.

 

실제로 며칠전 Dragon gets by 란 책을 읽어줬는데,

녀석이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 내가 드래곤한테 그문은 밖으로 나가는 문이 아니라 옷장문이야 하고 말하면?"

"그럼 드래곤이 고맙다고 말해."

"엄마, 내가 드래곤한테 그 마루는 원래 흙이라서 더러운거야 하고 말하면?"

"그럼 드래곤이 그렇구나 하고 더이상 빗질을 안해."

 

The big hungry bear 를 읽어줄때

bear 대신 녀석의 <이름+monster> 라고 읽어주니

아주 좋아서 죽으려 들더군요.

그러면서 자신이 적극적으로 이야기 안에 들어가서

책 내용과 다른 반응을 보이면서 다른 결말로 이끌어가는 겁니다!

 

우리는 대개 아이가 책에 관심이 없으면

아이가 좋아하는 책으로 접근하라고 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더라구요.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의 책을 보여주면 대개 흥미를 갖기는 하지만,

그 밖의 주제를 다룬 책들은 여전히 낯설어 하더라구요.

 

그래서, 아이가 어떤 식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고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살펴본후

그 고리를 책읽기와 연결시킬때 비로소 아이한테 책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다가오는것 같습니다.

 

둘째는 사실 책보다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더 관심이 많고,

사람들 사이의 감정의 교류나 숨은 의도를 파악하는것도 좋아합니다.

버튼이 많은 기계나 복잡한 파이프 구조물, 그리고 악기를 매우 좋아합니다.

그러다보니 책은 지루하고 재미없고 따분한것이 되어버렸어요.

하지만 자기가 적극적으로 이야기속에 참여해서 이야기를 바꾸어나가기 시작하자,

그때부터 아이는 책읽기가 놀이의 연장이요, 유의미한 활동이 되었던 것이죠!

 

아이들이 커갈수록 엄마의 노력보다는 타고난 성향이 더 중요하다는걸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엄마의 역할은 아이가 부족해 보이는 자질을 억지로 보충해줄것이 아니라,

아이가 이미 태어나며 가지고 온 좋은 자질들을 발굴해서 꽃피울수 있도록 도와주는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큰애는 태권도를 하고 오면 얼굴이 밝아지고, 작은애는 피아노를 치고 오면 얼굴이 밝아져요.

이 아이들의 밝은 얼굴을 잘 기억하며,

자기안에 있는 에너지의 불씨를 잘 살려주도록 지켜주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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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한송이
  • |
  • 2012-01-13 20:23
답댓글

저도 이제 6살 딸아이.. 자신이 원하는 걸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보다..

벌써 공부잘하길.. 미술 피아노까지..ㅋㅋ

모두 잘하길 바라게 되네요..

다른 맘들처럼 엄마표도 못해주면서..ㅋㅋ 반성하고 갑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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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구쟁이맘
  • |
  • 2012-01-16 11:58
6살 딸내미 얼마나 이쁠까요?
괜히 주변에 동요되지마시고 주관을 가지고 딸 이쁘게 키우세요~
모든것을 잘 하면 좋겠지만 그런 아이는 드믈어요.
엄마 자신도 부족함이 많지만 그런대로 자신을 긍정하며 살쟎아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자신감과 자존감을 길러주는게 제일 중요한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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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기냠
  • |
  • 2012-01-11 07:32
답댓글

개구장이 맘님 

이 글 넘 좋아요,.

우린 예비초등 여자아이와 .. 4살이지만 아직 27개월 된 남자아이가 있어요.

첫째는 그냥  평범하고.. 둘째가 .. 연구대상입니다.

한페이만 파더니.... 며칠전부터 한책만 파고...

그 책에서 맘에 드는 페이지 나오면 또 그 페이지를 수도 없이 읽으라고 하네요 .

첫째와 둘째가 남녀라서 성별이 달라서 ... 그렇거니 하고 나의 생각을 고집하고 잇었는데 ..

 

성별 아니라 아이의 성향에 집중해야겠네요 *^^*

이제부터라도..내 아이도 뭘 하면 얼굴이 밝아지는 잘 찾아봐야 겠어요 ~~~

좋은 글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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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구쟁이맘
  • |
  • 2012-01-11 13:13
27개월이면 아직 힘들때에요. 게다가 첫째가 딸이면 둘째 아들 키울때 많이 어려워하고 낯설어하시더라구요. 남자애들은 어려서부터 말도 안듣고 고집이 세쟎아요! 그래서 저도 애들 어릴적에 고생 깨나 하고 지금도 많이 힘들어요.
근데 남자애들의 그 고집이 일종의 자신감으로 이어져서 성인이 되었을때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내는 에너지원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그러니 너무 위험한 짓만 아니라면 되도록 허용적으로 키우는게 필요한것 같아요. 그러니 작은 사고에도 대범하게 임하는 엄마의 노력이 필요해요. 심호흡 하시고 남매 이쁘게 키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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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주와차
  • |
  • 2012-01-11 21:15
딸기냠님...
성별이든 성향이든...그 무엇이 되었건간에,
건우의 태도에 저는 적응이 너무 힘들었답니다.
큰애는 수많은책에 레이져를 쏘며 듣고앉아있었는데,
왜 건우는 이 개월수에 이게 안되는것일까...
불안해지기 시작하더군요. 책을 멀리하는 아이로 자라면 어쩌나, 자동차만 굴리고 공만 차니,
산만한 아이로 성장해가면 어쩌나, 별의별걱정에 고민이 좀 있었더랬죠.
그러다, 우연히 육아서를 읽었는데, 그때 알았어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다른육아방식중, 구체적으로 책읽기도 달라야한다며 나와있더라구요. 전 그페이지를 몇번이나 읽었는지 몰라요.. 내가 얼마나 무지했고 얼마나 건우를 존중하지않았으며, 다 안다고 얼마나 오만했는지...
솔이 이야기를 쓰셨길래, 제가 얼른 답을 다네요. 저도 건우를 그리 생각하며 갸우뚱거리며
보냈거든요. 그 책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불안해하며 지내고있을것같아요.
그책에서는,
여아는 감정이입을하며 책을 읽어줘야하고
남아는 동적인것에 초점을 맞추며 읽어주어야한다네요.
여아한테는, 오리가 너무 슬펐겠구나 그렇지? 라고 이야기해주고
남아한테는, 오리가 지나가고있네?
그게 3살까지의 아이들한테 읽어주는 태도여야한다네요.

저는 그때부터 조금 놓았어요.. 여자인 엄마가 남자를 키우면서 딸처럼 키우려했으니 잘 안되었던것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어렵지만요 ㅠ.ㅠ
건군과 솔군의 밝은표정은 어디서 나오는지...이제 그걸 찾아나서봅시당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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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은맘
  • |
  • 2012-01-10 19:17
답댓글

넘 좋은 글이네요~~~^^*

맞습니다.

내 아이가 어떤 식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고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고리를 찾아 책읽기와 연결시켜 주는 것~

아주 현명한 엄마입니다…

울 개구쟁이맘.. 처럼

 

요즘 특히나 엄마의 자리 그리고 역할에 대해

물음표를 달고 사는데..

도움이 되는 글월입니다.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이 든든한 조력자로 엄마의 자리를

지키는 것~

언제나 숙제이지만.. 이런 좋은 글들은

항상 나를 일깨워주고 또다시 그 자리를 지키게 끔하는

힘을 주는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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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구쟁이맘
  • |
  • 2012-01-11 13:10
가은맘 언니~~
언니 말씀은 언제나 육아서에 나오는 구절같아요!! ^^
이제 필리핀 생활도 마무리 되어가시죠?
종종 칼럼에서 소식 봤는데 댓글도 못달아서 죄송해요.
그래도 크리스마스 파티나 예쁜 거리 풍경 등 사진 잘 봤어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려요. ^^
가은이도 이제 드디어 초등생이 되네요.
워낙 오랫동안 쑥쑥과 함께 해온 아이라서
제 조카가 입학하는양 반갑네요. ^^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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