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날씨가 꾸물꾸물 바람이 불더니
밖에는 눈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어제 혁이 아빠가 야근을 한다는 전화에 잠시 고민하다가
어차피 둘이라도 가려던 공연 아닌가 하는 마음에 두툼하게 옷을 챙겨입고
칼바람을 맞으며 밤 8시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차를 가지고 갈까하다가 낯선 거리에 고장난 네비 달고 가느니
좀 춥더라도 맘 편하게 지하철을 타고 갔습니다.
그렇게 바람이 매섭더니 오늘 결국 눈이 내립니다.
눈이 수북히 쌓이면 산을 깍아 만든 빌라 꼭대기에 있는 우리집은
이번에도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할 것입니다.
창을 열면 손에 닿을듯한 감나무 위에 새들이 감을 쪼아 먹으려고 앉은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고,
올해도 먹을것을 찾기 어려워 우리집 베란다 밑까지 꿩이 날아들 것입니다.
작년에 혁이가 던져준 검은콩 몇 알을 먹은 그 꿩이 혁이를 기억할 지도 모릅니다.
동네 사람들은 눈 쌓인 골목길에 맘이 상해도
울 남편 차를 빼지 못해 기분이 언짢아도,
저 혼자 유리창을 바라보며 미소짓겠지요.^^
몰매 맞을까봐 "아, 아름다워."하는 혼잣말만 중얼거리면서요.^^
오늘은 퓨전국악연주를 들으러 갑니다.
눈 내리는 길을 헤치고 가서 듣는 국악 연주는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어제 오케스트라 연주는 혁이가 좀 지루해 했습니다.
이 독한 에미는 저도 잘 모르면서
4살박이 꼬마를 무진장 끌고 다닙니다.
혁이가 "엄마 나는 판소리가 더 좋아. 이건 이제 그만 듣고 싶어."해서
우리는 오늘을 위해 어제 자리를 조금 일찍 떴습니다.
그래도 1시간이 앉아있어준 아들이 고마웠습니다.
공부할때나 공연을 볼때나 아이에게 잘 물어보지 않습니다.
공부는 그냥 하는 거고, 공연은 그냥 보는 겁니다.
공부할때 제가 늘 하는 말은 "이제 그만 할까? 더할래?"
공연 보고 제 묻는 말은 "좋았니?"
그러니 대답도 늘 "응, 아니."둘 중 하나 입니다.
공부할 때 더 한다고 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래도 썩 재미없지는 않나보다 하고,
국악연주때 어깨를 들썩이며 손뼉을 치는걸 보니 국악에도 조금 관심이 있나봅니다.
25개월까지 말을 못하던 아들에게
14개월부터 한글을 가르치면서 터득한 비법이 묻지 않는다입니다.
16개월부터 시작한 학습지 선생님이 하신말......
"혁이가 말만 해준다면 제가 조금 더 가르치기 쉬울텐데
아이가 아는지 모르는지 제가 모르겠어요."
그런 답답함을 누르고자 그냥 합니다. 알던지, 모르던지.....
절대 묻지 않습니다. 혼자 떠듭니다.
그런 아이가 요즘은 엄청 수다스러워졌습니다.
글구 글자를 알면서 좀 난감한 문제는.......
"어, 이제 혁이 좋아하는거 다 끝났네, 그만 TV끄자."하면
"엄마, 여기 이어서 한다고 써있잖아."
화면 우측 상단에 Next 파워레인져 미라클포스.....이라는 글자를 가리킵니다.
야가 이제 next란 말의 의미도 아는군...쩝쩝쩝....
아이들은 어느 날 보면 지가 필요한 건 다 알고 있더군요.
물어보지 않아도, 시험하지 않아도,
아이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혼자서라도 알아가는것 같습니다.
이 에미는 조금의 물꼬만 터주면 될 듯 합니다.
에미 닮아 감수성이 예민한 아들래미는 어린이집 등원하면서
조금씩 날리는 눈을 보며 설레이더군요.
"엄마, 커다란 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들어야겠어."하길래,
"작은 눈이 오더라도 많이 오면 눈사람 만들거야."
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12월 저에게 주어진 한 달이라는 휴가동안
혁이랑 어떤 추억을 또 만들까하는 기대를 합니다.
오늘은 차가 가지고 갈까합니다.
어제 너무 추웠어요. 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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