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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와의 동거!
필리핀을 돌아다니다 보면 길바닥에 널 부러져있는 바퀴벌레 시체들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이곳에 오고 며칠 되지 않아 나의 시야로 날아든 한 마리 바퀴벌레 녀석!
워낙 가난한 유년시절 단칸방에서 3남매가 옹기종기 모여 살 적 방금 감은 머리위로
곧장 날아와 달라붙은 바퀴벌레에 거의 넋을 잃고 비명을 질러대던 그때 그 커다란 바퀴를
이곳 필리핀에서 또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당시 이사를 밥 먹듯 하던 우리 가족에게 바퀴벌레와의 동거가 전혀 낯선 일이 아니었지만
그러한 환경이 지독히도 싫었던 시절..
그 시절을 절로 떠오르게 하는 익숙한 모습과 비행솜씨.. 하마터면 탄성을 지를 뻔 했다.
나이라도 어리면 비명이라도 지르겠지만
그저 발만 동동 구르다 도움을 요청 하러 달려 나갔고 처음 보는 바퀴가 마냥 신기하다며
cockroach!! 하며 바퀴주위를 떠나지 않는 딸래미..
22살 짜리 아떼가 나를 앞질러 방으로 기습한다.
그리고 어느 틈엔가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바닥으로 덥석!
뿌지직~ 하고 바퀴를 익숙하게 잡아내고는 휴지로 훔치는 광경이란! 거의 경이에 가깝다.
그날 이후로도 반갑지 않은 손님으로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바퀴와의 전쟁!
비 오기 전 거리의 바퀴들이 집안으로 찾아 든다는 이들의 말처럼 필리핀은 지금
바퀴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빈민촌과 도시 뒷골목의 쓰레기 더미 그리고 습한 기후가 그들을 양성해 내고 있는 탓이리라.
그 뒤로 멋진 비행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날아든 거대한 바퀴벌레를
모기 잡는 채로 멋지게 잡아주신 이곳 임교수 어머니인 할머니께 감사함을 전한다.^^*
일단, 필리핀으로 유학을 결심했다면 바퀴와의 동거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또한 그들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11월 5일 ’가은아’ 하면 도망가는아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온몸이 멍이라도 든 듯 .. 그렇게 감기 몸살이 찾아왔다.
아스피린 두 알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앉았지만 기운이 하나도 없다.
텅빈 집.. 아픈 나를 제외하고 온 식구가 외출을 했다. 가은이도 함께…
한국이 그립다..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엄마보다 언니들과 오빠, 이곳 식구들을 더 잘 따르는 가은이가 대견하면서도
가끔은 얄밉기도 하다. 혼자 던져진 듯한 공허함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
특히, 이렇게 몸이라도 아픈날이면 더욱 우울해지건... 이국 땅에서 어쩔 수 없이
견뎌내야 할 내 몫 이리라.
가은이에게 엄마는? 늘 잔소리하고 자신을 통제하려고만 드는 불편한 존재?
언제부턴가 엄마가 ‘가은아!’하고 부르면 못들은 척한다.
엄마가 부르는 이유는 두가지, 이제 그만 놀고 책 좀 봐야지, 공부 좀 해야지.
엄마랑 같이 수학문제 좀 풀자.
아니면, 사람들이 예뻐한다고 너무 심하게 장난치지 말고 예의 바르게 굴라는 것.
이렇게라도 통제하지 않으면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하염없이 놀려고만 하고,
사람들을 지나치게 귀찮게 하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엄마는 늘 따라다니면서 잔소리를 해댄다.
이런 엄마의 역할이 분명 필요하다는 것도 아이를 힘들게 한다는 것도 잘 알지만..
그간은 멀리 이국 땅까지 엄마를 따라와 잘 적응하는 것도 대견한데..
하는 측은지심이 그런 엄마의 역할을 소홀하게 했었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고,
슬슬 엄마의 제제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는 판단이 선 순간부터 아이를 부르고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한다.
말이 대화지 아이에겐 잔소리 나부랭이에 지나지 않을거란 걸 잘 알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엄마와 둘이 있는 환경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며 생활하는 탓에
엄마의 잔소리는 그닥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오히려 엄마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계기만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그냥 내 버려두는 게 나을런지.. 하는 고민은
아이에게 더 이상 수학문제 하나 더 풀라거나 책 좀 읽으라는 잔소리에서 해방시켜 주었으며,
단지 사람들과의 어울림에 있어 지나치지 않도록 늘 단속하느라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한 발짝 물러선 상태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여우 같은 아이는 밤이면 엄마의 품으로 파고 들어와 갖은 애교를 부리며
엄마가 할말을 미리 쏟아 놓고는 죄송하다며 선수를 친다.
아이가 부쩍 큰 듯 하다…
몸도 마음도.. 이젠 매일 밤 시키지 않아도 수학문제집 몇 장씩 꼭 풀고 잠자리에 든다..
엄마를 기쁘게 하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아는 여우는 그렇게 매일 밤 엄마를 위로한다.











멀리 필리핀으로 잠시 여행을 떠났어요 ^^ 가은맘의 알콩달콩 필리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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