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가 되고 싶은 아마추어의 한숨 식구들이 모두 나간 휴일 낮. 전국노래자랑을 보면서 한껏 게으름을 피우고 앉아 있었습니다. 오늘의 최우수상 수상자는 보기 드물게 노래를 잘 하네요....정식으로 데뷔해도 좋겠다 싶을 정도 입니다. 아직도 식구들이 오지 않은 저녁 무렵. 쇼 프로를 보면서 노래하고 춤 추는 가수들을 보고 있습니다. 화려한 쇼를 부리는 가수들을 찬찬히 보고 있는 데, 그 너머로 아까 낮에 본 그 아마추어 가수들이 겹쳐 보입니다. 그 아마추어 가수가 데뷔를 한다면 이 정도로 할 수 있을까....아마추어 수준에서 잘 하는 것이지 프로로 데뷔한다면 오히려 노래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다 싶어집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는 어디일까요.....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프로'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서 열심히, 그야말로 열심히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직장에서 일하는 여러 분들 중에는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해 아주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겠지요. 자기가 스스로 만족하는 수준이 아니면 용납이 안되어서 밤을 새며 일하는 분들도 분명 있겠지요.... 사람 사는 데에는 여러가지 활동들이 있지만, 주부로서 저는 분명 아마추어 입니다. 제가 아마추어라는 것은, 시어머님 밑에서 집안 일을 하면서, 혹은 가끔 놀러 오는 올케나 시누이, 동서를 보면서 뼈저리게 느낍니다. 아마추어인 저는 설거지를 깨끗이 하는 게 전부인데, 프로인 그들은 설거지의 뒷처리까지, 그리고 그 다음에 바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도록 부엌을 준비시켜 놓고 나서야 "일을 끝냈다"고 합니다. 제 부족함이 드러나는 민망한 일이 많아서 같이 무슨 일을 하기가 겁이 납니다.(곧 추석이네요...) 우리 집 냉장고에 있는 것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며, 깔끔하고 위생적으로 맛깔스럽게 먹거리를 만들어 냅니다. ....기가 죽습니다. 슬그머니 부엌을 넘겨주고 TV 앞에 앉아 이리저리 채널을 돌립니다. 학부형으로서 어쩌다 학교에 가면, 어김없이 자기 일감을 탁탁 해 내는'프로 학부형'을 만납니다. 학교서 일어나는 일을 빠짐없이 소상히 알고 있으며, 학부형이 덤벼야 하는 일과 삼가야 할 일들을 가릴 줄도 압니다. 용기를 내어 한번 나섰다가 분위기 파악 못하고 나 혼자 뒷북치고 있었다는 핀잔만 들었습니다. ....기가 죽습니다. 회비 같은 거 내라면 얼른 주고 슬그머니 자리를 뜹니다. 세상엔 프로 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나도 좀 대접 받고 싶은 데 설자리가 없습니다. 그나마 한가닥 희망이 있다면 그동안 10여 년간 몸 담은 일에 대한 노하우. 그래 그거라도 해보자...배우면 좀 더 나아지겠지 싶어서 다 늙어서 들어간 대학원엔, 영어 잘하고 컴퓨터 잘하는 젊고 쌩쌩한 스물 댓살의 선후배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차라리 수업을 하면 좀 낫습니다....아직 현직 경험이 별로 없는 선후배나 혹가다 교수님들도 귀를 기울여 주시니까요.^^ 하지만 수업을 준비하며 원서를 들고 낑낑대는 제 옆에, 두꺼운 원서에 밑줄 박박 그으며 줄줄 읽어대는 젊은 동기가 옆에 있고, 컴퓨터 앞에 앉아 무슨무슨 새로운 프로그램을 실행하며 어쩌구저쩌구 하는 후배들에 둘러 싸여 있을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럴 땐 또.......기가 죽습니다. 한글로 된 참고 문헌 몇 권을 주섬주섬 싸안고 슬그머니 강의실을 나옵니다. 그나마 직장 다닐 때는 큰 소리 좀 쳤었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잣대가 자기들 편리한대로 왔다갔다 하는 무리들 속에서는 오직 실력만이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것을 깨달았지요. 경력이 짱짱한 대 선배 한테도 일 처리의 잘잘못 따지며 허리 꼿꼿이 들고 대들었었습니다. 나이 어리다고 무시 하거나, 여자라고 따돌리거나, 학벌을 앞세우는 치사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있어도 되도록 눈 똑바로 뜨고 할 말 하고 살았었습니다. 가끔 그게 너무 힘들 때도 있었지만, 힘 있다고 함부로 하거나 쓸데없이 넘치는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당당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노력 했습니다.... 당당하기 위해서 더더욱 프로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오직 실력만이 그 길이다............그렇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 싶을 때, 스스로의 부족함에 화가 날 때, 프로가 되고 싶은 현재의 이 아마추어는 깊은 수렁이 빠집니다. 배워서 남 주자....뭘 알아야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으면서도, 제 자신의 욕심이 끝이 없어 보이고, 철 없고, 부질 없어 보일 때가 있습니다. 프로가 돼서 뭘 어쩌자는 건지.....? 집에 엄마가 없어도, 숙제하고, 내일 학교 가져 갈 준비물 미리 가방에 챙겨 놓고, 혼자 샤워하고, 은근 슬쩍 며느리 흉보는 할머니 잔소리 엄마한테 고자질 안하고, 내일 입을 옷들을 머리 맡에 챙겨 놓고, 컴퓨터 하다 책 보다 잠이 오면 잠 자는 기특한 내 아이를 생각합니다. 엄마가 자기 욕심 채우는 사이에 저만큼 커 가는 아이..... 집안 일도 아이 일도 제대로 하는 것 하나도 없는 아마추어 엄마 옆에서, 어쩔 수 없이 자립심을 키워가는 내 아이..... 빈말인 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공부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는 아이의 한마디가 정녕 진심이기만을 바랍니다. 그 한마디에 용기를 얻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프로가 되고 싶어 안달하는 이 아마추어는 가끔씩, 스스로가 넘 한심하고 모든 게 부질없게만 보입니다. 무엇이 되어 보고자 하는 것도 아니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저 길을 향하여, 무작정 터덜터덜 가고 있습니다. 동네 엄마들 모인자리에 가서, 내가 생각하기에 교육이 어쩌고 저쩌고 한창 수다를 떨다가 '그래, 너 잘났다...'하는 시선과 마주치면, 헉....하고 말이 입 속으로 숨어 들어 갑니다. 제 풀에 신이나서 떠들다가 문득 제 정신을 차립니다. 내가 고민하고, 내가 주장하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단지 내 고민일 뿐이지 저들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었던 거야.... 이러한 수다들도 결국은 순전히 내 허영일 뿐이야.... 내 속에서의 프로가 되고 싶은 욕구와 그를 향한 고민 속에 나온 생각들은, 일상 속에서는 그저 잘난척이었나 봅니다. 다른 것과는 달리, '교육'이라는 학문은 대중이 있어야 하고, 반드시 실천적이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무장 되어 떠들어 대는 저의 수다도 어쩔땐 참으로 공허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면서 또,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은 데.....겨우 이런 정도로 나서는 게 아니다 싶어 반성도 합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어딘지는 아마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어쩜 자기가 자기를 인정하는 순간이 아마 그 경계일지도 모르겠네요. 주변에서 나를 기죽게 하는 수 많은 프로(!)들을 만나면서, 어디쯤 내가 설 자리도 있을까 기웃거립니다. 그러다 한숨 팍~ 쉬고...... 프로가 아니어도 사는 건 다 즐거울텐데 말입니다요........에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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