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돌덩어리를 가슴에 얹어놓은 기분..
생각을 안하는 아이랑 대화해 보셨습니까??
꼴랑 일주일에 단어 세 개. 네 개 외우는 데 다 틀립니다. 게다가 뜻도 모릅니다.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지요.
'단어를 못 외우는 이유가 무엇일까?'
'......'
'그럼 단어를 잘 외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써요'
'그래 그러면 어떻게 얼마나 쓰면 될까?'
'열심히 해요'
'그러니까 열심히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아.. 그러니까.. 열심히.. '
'왜 영어를 배우니?'
'......'
'그럼 왜 수학과외를 하니?'
'......'
'학교는 왜 가야할까? 그냥 집에서 놀면 안되나?'
'공부해야 하니까...'
'공부 안하면 안되나?'
'그러면 왕따되니까...'
'공부 안하면 왕따가 된다구?'
'아니. 그건 아니구... '
'피아노는 왜 배우지?'
'그냥... 다른 것보다는 쉬우니까'
'다른 악기보다 쉽다는 말이니?'
'.. 그러니까... 미술보다는 쉽고.. 아니. 그게 아닌데..'
'수영은 왜 하러가니?'
'... 여름에 더우니까...'
'지금은 여름이 아닌데? 겨울에는 왜 수영을 할까?'
'......'
'생각하는 게 어렵니? 아니면 생각할 시간이 없니... '
'지금 최대한 생각하고 대답한 건데요!'
초등학생인 이 아이는 장래희망이 없습니다. 되고 싶은 게 없답니다.
지금 배우고 있는 어떠한 과목에 대해서도 목적이 없습니다.
첫단추가 잘못 끼워진 채로 계속해서 옷을 여미고 있는 느낌입니다....
마지막 단추부터 다시 풀러갈 엄두가 안 납니다. 게다가 저는 그 애 엄마가 아닌걸요...
엄마가 짜 준 스케쥴대로 움직이는 아이가 스스로 왜? 어떻게? 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생각할 필요가 없었을 테지요....
다음 주 숙제는... 영어가 아니라... '생각해오기' 입니다.
영어 수학 피아노 수영을 왜 하는가???
단어를 잘 외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책을 하루에 얼마나 읽어야 할까?
아이가 주섬주섬 가방을 정리하며 중얼거립니다.
'차라리 책을 더 읽어오라는 숙제가 낫지....'
추가 : 써놓고 나중에 읽어보니 마구 다그친 것처럼 보이네요. 너무 답답해서 살짝 그런면도 없지않아 있었지만 최대한 이야기를 끌어내어 보려고 40분을 이야기 했고 그 중 일부만 적은 거예요.
40분동안 아이로부터 들을 수 있었던 말이 별로 없어요.
마치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린 아이마냥...
늘 정답 찍는 연습만 했기에 저렇게 정답이 없는 질문을 너무 어려워해요.
학교 시험도 곧잘 보고 수학도 한 학년 심화과정까지 나가고 있는 아이구요.
심리상담 공부라도 해 볼까봐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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