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이름 & 자아 정체성

제목이 좀 거창한가요..?
오늘 오전에 아는 후배로부터 전화를 받았어요. 조금 있으면 아기가 태어나는데, 영어이름을 지어주고 싶다고.. 몇 개의 후보 중에 어떤 이름이 괜찮은 지 골라달라는 전화였어요. 뭐 골라주긴 했지만, 이 전화를 끊고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거구요.
님 아이들은 영어이름이 있나요.? 언제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셨나요.?
쑥쑥은 유아영어전문 사이트이기 때문에 여기 들어오는 대부분의 회원들 자녀는 영어이름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이 드네요. 글로벌 시대에 영어이름은 당연하지 않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생각해 봐야 할 문제 같아요. 유독 한국 사람들은 외국에 가면 가자 마자 이름을 영어 식으로 바꿉니다. 그에 반해 일본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고수하지요. 아이들이 즐겨보는 “티모시네 유치원”에서도 보면 “요코”라는 일본아이가 나옵니다. 물론 일본이름 자체가 영어식으로 발음하기도 편하기도 하지만, 꼭 그런 이유에서만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 경우에는 저희 부부가 미국에 살고 있을 때 태어났습니다.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한인들은 아이들이 태어나면 영어이름, 한국어 이름 모두 만들어놓습니다. 그리고 보통은 한국어 이름을 middle name으로, 영어이름은 firtst name으로 합니다. 저도 아무 생각 없이 남들이 하는 대로 영어이름을 지어 first name으로, 한국 이름은 middle name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이에 우리 남편이 태클을 걸고 들어오더군요. 왜 영어이름을 굳이 만들어야 하냐구요. 우리는 한국 사람이고 우리 식으로 이름을 지으면 될 뿐이지 꼭 영어식으로 이름을 지어야하냐구요.? 남편은 미국에서 살면서도 한국이름 그대로 고수하고, 심지어 한글을 휘갈겨 쓰는 사인도 미국에서 그대로 바꾸지 않고 쓰는 그런 사람입니다. (한국어로 쓴 사인을 보고 뭐라 하는 사람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특이하고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으니깐요. 사인이란 것이 본인임을 나타내 주는 유일한 것이니 더 좋은 것이지요.)
영어이름 필요없다는 남편의 말에 반박할만한 근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발음하기 어려워서 미국 사람들이 부르기 불편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남편은 아이이름을 들고 외국 사람들에게 발음하도록 시켰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내가 보기에도 어려워 보이는 우리 아이 이름을 오히려 외국 사람들이 정확하게 발음 하는 것이었어요. 아랫집 집주인인 이태리 부부에게도 물어보고, 남편 영어선생님에게도 물어보고, 외국 친구들 등등에게 발음 시켜 봤더니 모두 제대로 발음 하더라구요. 심지어 남편 영어 선생님은 영어이름 없이 그냥 한국이름을 쓴다고 칭찬도 바가지로 하셨습니다. 미국에서 계속 살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좀 찜찜하긴 했지만, 남편의 논리를 이길만한 근거가 없었기에 첫째 아이 이름은 미들네임없이 한국식이름으로 지었습니다
병원에 가거나 아이가 유치원에 갔을 때 아이이름이 한 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습니다. 저보고 영어이름 없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어요. 그냥 그대로 불러주었고, 아이 유치원 친구들도 아이이름을 잘 불렀으니깐요
그 후 둘째가 태어났고, 이번에는 제대로 된 논리는 없었지만, 제가 그냥 밀어 붙여서 영어이름으로 지었습니다. 사실 한국 시댁에서 둘째 아이 이름을 지어 보내셨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여자 이름이지만, 미국에서는 주로 남자이름이거든요. 뭐 이런 이유도 있고 해서 영어식 이름을 지었습니다. 물론 집에서는 미들네임인 한국이름을 불렀지요. 근데 병원에서 나도 생소한 우리 아이 영어이름을 꼬부라진 발음으로 부를 때 가끔 못알아 듣고 가만히 앉아있을 때가 있었어요. ㅋㅋㅋ
미국에서도 아무 문제 없던 첫째 아이 이름이 오히려 한국에서 문제가 되더군요. “영어이름 없어요?”라는 질문을 받았으니까요. 영어서점에서 하는 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름을 써 내라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의 이름을 영어로 썼더니 영어이름 없냐고 묻더라구요. 없다고 하니깐.. 여자아이 이름 리스트를 쭈~욱 보여주시더니 여기서 하나 고르랍니다. 그냥 한국이름으로 불러달라고 부탁했더니 약간 갸우뚱….하시더니 알았다고 하더이다.
미국에서도 “나는 왜 영어이름 없어?” 라는 질문을 하지 않은 아이가 한국에 와서 이런 질문을 해서 저를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우리 아이는 자기 영어 이름은 “Cinderella”라고 본인이 만들었어요.

왼쪽 사진이 한참 자신을 씬데렐라라고 불러달라고 할 때 쓴 거랍니다
그러다가 제가 설명도 해주고 이해 시켜 줬더니 이제는 자신을 이름을 그대로 씁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영어이름에 대해서..
직장에서 대리님, 과장님 , 부장님이란 호칭을 쓰거나 또는 선생님, 아저씨, 아줌마 등등으로 부르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문화에서는 이름이 중요합니다.심지어 아이들도 선생님을 xxx teacher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이름을 부르지요. 미국은 서로 이름을 부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습니다.
영어권에서 살려면 영어이름 있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받침이 있는 어려운 한국 이름은 발음하기 어려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를 때마다 스펠을 물어보고 한다면 본인도 스트레스가 될 것입니다. 더군다나 특이한 이름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서 놀림감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저 미국이란 나라, 서양이란 나라가 좋아 보이고, 영어이름이 왠지 있어 보이는 것 같아서 무턱대고 그냥 짓는 것은 반대합니다. 특히나 한국어 이름이 영어로 발음하기 쉬운 것이라면 그냥 사용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미국에 사는 많은 젊은 부부들이 영어로 발음하기 쉬운 한국이름으로 이름을 짓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Hannah라고 여자 아이 이름을 짓기도 합니다.(한국어로는 ‘한나’, 미국식으로는 “해나”라고 발음.)
자신이 한 평생 써오던 한국이름을 헌신짝처럼 버리면서 영어이름만을 고수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혹 아이가 영어 유치원을 다닌다거나 영어수업을 받게 되어서 영어 이름이 필요하게 된 경우, 아이에게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신이 늘 써오던 한국어 이름 대신 영어이름을 쓰게 되는 것도 아이에게 혼란이 올 수 있고, 자아 정체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한국 사람인데 왜 엄마는 영어이름으로 부르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조금은 상관없는 얘기 같지만, 여기서 자아 정체성(Self Identity)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자기정체성은 자기자신에 대한 내적인 느낌, 자아상,외부의 평가 등이 통합되어 내가 누구인가를 자각하는 것, 이는 외부의 환경이나 주위 사람과의 접촉 속에서도 자아가 분열되지 않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한다. 이것을 갖춘 사람은 혼자 있으면서도 외롭지 않고, 남과의 관계를 맺을 때 상대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정신적인 끈을 공고하게 유지해나간다
또한 자기정체성이 강한 사람은 스스로를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볼 줄 안다. 그것은 곧 자기가 원하는 일을 빨리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크다는 것 의미한다. 물론 그것이 미래 사회에서의 성공의 지름길이이다
신의진 교수님의 [현명한 부모는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 중... |
제가 미국에 살 때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 학생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들이 커서 자아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사실 이것이 추상적인 개념 같아 보이지만, 그들의 생활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요소임을 저는 옆에서 체험했습니다. 영어를 쓰며 미국사회에서 나고 자란 그들은 자신을 미국인이라 믿으며 성장합니다.. 그런데 생김새부터 다른 그들을 외부에서 볼 때는 그렇게 인정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저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일 뿐이지요. 내가 한국인일까? 미국인일까?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서 자아정체성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자기 내부에서 찾지 못하고 그것을 외부에서 구하고자 하면서 힘들어하게 됩니다.
실제로 상류계층의 미국인들 중에 자신의 모국어를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엄연히 한국사람인데 어째서 한국말을 못하는 걸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민 초기 먹고 살기 힘들었을 때, 이런 문제까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많은 한인들은 아이들이 한국어를 잊지 않고 쓰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한글학교에 보내고, 어떤 부모는 집에서는 철저히 한국말만 쓰도록 규칙을 정해놓고 한국말로 묻지 않으면 대답조차 하지 않기도 합니다. (반대로..한국에서는 영어공부 시키느라 영어로 묻지 않으면 대답을 안 하기도 하지요.ㅠㅠ) 어려서부터 자신이 누구인가를 자각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이렇게 자아 정체성이 강한 아이는 자라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성공한 교포 1.5세대 또는 2세대들 중에 한국어를 잘 못하는 친구들이 한국어 과외를 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이 왜 뒤늦게 한국어 과외를 받을 까요.? 물론 직업적으로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또 자아정체성에 대한 뒤늦은 자각이 이유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름을 영어 식으로 짓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그 전에 내가 누구인가? 왜 영어이름이 필요한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해 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나의 뿌리, 바탕이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기업가로 알려진 태연 김은 일부러 자신의 이름을 고수하면서 고객, 파트너들의 주목을 받도록 하는 전략을 썼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랄프로렌은 앵글로 섹슨 시장 침투를 위해 Lifschitz 이라는 유대인성까지 바꾼 경우이지요.
영어식 이름을 만드냐 마느냐는 개인의 선택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이름에 대한 나의 생각이 어떤가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자… 이제 무거운 얘기는 그만하고..영어이름 짓는 Tip에 대해서 알려 드릴 께요.
한국어로는 좋은 이름이지만 그대로 영어로 표기했을 경우 뜻이 이상해 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혜나(HyeNa) --à Hyena 하이애나
소영(SoYoung) -à 넘 젊어
수미(SooMe) à 날 고소해~~
원빈(WonBin) à 우리의 원빈이 콩 하나(One Bean) 되는 구먼유
영어로 표기했을 때, 또는 발음했을 때의 의미를 잘 생각하셔야 되요. 또 거꾸로 이 이름이 한국인들에게도 불려질 수 잇기 때문에 또 주의해야 하구요. 아까 여자 아이 이름으로 Hannah를 예를 들었는데 만약 성이 손씨라면..? 미국에 있는 한국인들에게 ‘손해나’로 불리워 질수도 있거든요.. 손해나.. 손해안나야 하는데..ㅋㅋㅋ
그러고 보면 이름 짓기 어렵네요
우리가 보기엔 아주 괜찮은 영어이름인데 이것이 Old Fashioned인 경우도 있고(영희, 철수 처럼..) 어떤 이름들은 문화적이거나 역사적인 배경이 있는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이름 들은 특히 흑인들만 선호하는 이름일 경우도 있지요.
영어로 이름을 지을 경우에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영어권 문화를 잘 아는 분께 조언을 얻을 필요가 있습니다. 요 사이트(http://www.babynames.com)에 가보면, 현재 가장 유행하고 있는 이름, 이름의 기원, 숨겨진 뜻을 알 수 있습니다. 남자, 여자 아이 이름으로 가장 인기있는 이름음 뭘까요..?
이름에 관한 스토리가 담긴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The Name Jar (by Yangsook Choi)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한는 날 할머니는 은혜 이름이 새겨진 도장을 쥐어줍니다. 슬픔을 뒤로하고 은혜의 낯선 곳에서의 새 삶은 시작됩니다. 학교버스 안에서 은혜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합니다. 은혜라는 이름이 미국 아이들에겐 어려운가 봅니다. 교실에서도 은혜는 친구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어 버립니다. 은혜는 자신의 이름이 창피하고 싫어졌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은 은혜를 위해 병 안에 이름을 적은 종이를 하나씩 넣어둡니다. 병 속에 가득 담겨있는 이름들을 보면서 은혜는 무슨 이름이 어울릴까 생각도 해봅니다. 어느날 자세한 이름을 물어보는 Joey에게 은혜는 자신의 도장을 보여줍니다. 신기하기만 한 도장을 본 조이는 자신도 한국 이름을 가지고 싶어집니다.
은혜는 할머니의 편지를 받고 자신의 이름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Joey에게도, 같은 반 아이들에게도 '은혜를 베푼다(grace)'는 뜻을 가진 이름을 자신있게 얘기해 줍니다. 이제는 은혜라는 한국 이름이 너무 자랑스러워 졌습니다.
이 책의 내용 일부를 적어 봅니다.
"But it's so hard to pronounce," Unhei complained.
"I don't want to be different from all the American Kids."
"You are different, Unhei," her mother said.
"That's good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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