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을 두드리며
아들맘님과 리치 흐름님 글을 보다가 자판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어느 분 답글에 올릴까 하다가, 결국 어디에 올리기에도 좀 애매한 글이 되었네요. 일단 수학에 관해 제가 강조하는 것은 스스로 학습과 기본교재 확실히 이 두 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 근거를 얘기하기 위해 심화, 경시 교재 등에 대해 언급하고 교과과정에 대해 얘기하고 여러 가지를 얘기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짧은 글로는 좀 힘들고 단행본 정도 되어야 하고 싶은 얘기를 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심있고 센스있는 부모가 최고
사실 중요한 것은 부모님의 관심입니다. 특히 수학에서는 아빠들의 관여가 있으면 더욱 좋구요, 내신관리나 영어에 있어서는 엄마들의 섬세함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의 지속적인 관심이 있으면 아이들이 엇나가기가 쉽지가 않죠. 또 고민하다 보면 자신의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잘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어느정도의 센스도 필요합니다. 가끔가다 무센스에 무지하고 용감한 분들도 계신데, 이런 분들은 상반된 여러 견해들을 최대한 많이 듣고 보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셔야 합니다. 많이 듣고 나서, 절대적인 것은 없고, 모두 상대적인 견해일 수도 있고 내 아이에 맞는 방법은 오래 고민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면 무센스에 무지하고 용감한 행동으로 아이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창의사고력 수학
저는 하니비님의 답글 (창의력수학, 사고력수학)의 내용에 거의 동의하는 편입니다. 영어로 하면 스피킹에 해당한다는... 별로 필요가 없다... 는 의견이죠. 스피킹에 해당하지만 영어와 달리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써먹을 데가 마땅치 않아 스피킹처럼 여러 가지 사회생활에 필요한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필요없다입니다.
기회비용
창의력, 사고력 수학을 해서 사실 나쁠 것은 없습니다. 창의력, 사고력이 길러질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장점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초등 경시 문제 풀다 보면 중학교에서 나오는 복잡한 방정식, 고등학교에서 나오는 수열, 순열, 경우의 수, 확률 등의 개념도 수식없이 다룰 수 있고, 결과적으로 중고등학교에서 남보다 수월하게 개념을 잡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장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필요없다 라고 과감히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희생되는 “기회비용” 때문입니다. 창의사고력 문제집, 경시 문제집은 하루에 몇시간을 잡아먹을 만큼 많은 시간이 소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또 수학에 소질이 적은 학생의 경우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과연 이렇게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해야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특히 노는 시간 책읽는 시간 확보가 절실한 초등학생이 이런 코스에 접어들게 되면, 그야말로 하루종일 시간에 허덕일수밖에 없게 됩니다.
욕심
그런데도 시키는 이유는... 아마도 가장 큰 것이 바로 부모의 욕심일 겁니다. 진짜 수학실력 때문에 창의사고력 문제집을 시키시나요? 이 질문을 받으신다면 아마 자신있게 대답하시는 분 몇분 안계실 것입니다. 마음한구석에서는 ‘그걸 해야 경시 스펙도 쌓아서 영재학급도 가고 영재교육원 시험도 보고... 어떻게든 스펙쌓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지. 누군 시키고 싶어 시키나’ 이런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영재교육원이나 스펙쌓기가 전혀 없다면 다소간은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모든 경시 수상기록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자기소개서 등에는 얼마든지 기록하여 스펙으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또 영재교육진흥법에 의해 영재교육원만은 생활기록부에 기재해 준다고 합니다.
가능성
문제는 가능성입니다. 가능성이 있는 아이라면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스펙도 챙길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아이를 파악해야 합니다. 대개의 경우는 본인의 아이는 과대평가하기 마련입니다. 머리는 좋은데... 이건 잘하는데... 가능성은 있는데... 조금만 끌어주면 되는데...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꺼림직하다면 그쪽길은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고생만 하고 결국 얻는 것이 없게 되죠.
창의사고력, 초등수학 올림피아드라고 하지만, 교재를 놓고 비교해 보면 비슷한 문제유형의 반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규칙찾기, 수열, 경우의 수 등은 지겨우리만큼 많이 나옵니다. 창의사고력이라 하는 문제들도 문제집마다 거의 비슷한 패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창의사고력이지만 유형학습이 가능할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창의적인 사고, 문장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이런 것들도 훈련에 의해, 유형학습에 의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착각
죽어라 시켜서 창의사고력 문제를 잘 풀게 된 것인데, 그것이 마치 영재여서 잘 푼것처럼 착각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보통아이인데, 그래도 공부습관은 잘 들어 있어서 성실하고 열심인 아이가 문제입니다. 어찌 어찌해서 영재의 타이틀(영재교육원 합격 등..)을 달고 그때부터 시간낭비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후 과고 영재고를 목표로 한다며 과도한 수학 학습, 그것도 수능에 도움이 안되는 방향의 수학 학습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입니다.
어떤 분의 “ 공부하다 죽은 사람은 없다”는 말씀도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실력이 남았을 수 있고, 잘못된 길이지만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동의하구요. 다만 저라면... 영재라는 착각속에서 가능성 없는 고난의 길을 죽어라 시도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겁니다. 하니비님 말씀처럼 아이의 선택이 있다면 모를까...
분위기 편승
그런데 사실 더 문제되는 것은 아무 생각없이 그저 창의사고력을 꼭 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고 또 하고있는 일반적인 분위기입니다. 기본 실력 심화 경시 사고력까지 모두 다 풀어야 되는 걸로 알고 있고, 또 어려운 문제집을 풀면서 스트레스받는 경우입니다. 왜 해야 되는가 하는 고민이 없었던 경우입니다. 그냥 남들이 하니까... 잘 모르기는 한데, 그거 해야 수학실력이 제대로 되는거 아냐... 학교시험도 잘봐야 하고... 심화도 해야 되고... 센스있는 분이라면 아이와 진행과정에서 분위기를 간파하고 즉시 노선수정에 들어갑니다만... 무센스인 분들은 여러 가지를 듣고 읽고 알아가고 또 고민하고 하는 과정을 되풀이해야 합니다.. 저처럼 말이죠...^^
진인사대천명
노력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놓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 이 말이 수학에서도 응용이 됩니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하늘이 내리는 것이 있습니다. 창의사고력, 고도의 수학응용력은 노력한다고 쉽게 되지 않습니다. 비슷한 유형의 창사 문제집 올림피아드 문제집을 많이 풀어보니까 유형에 익숙해진 것 뿐입니다. 어느 정도는 소질이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의 소질이 있는 아이들끼리의 경쟁입니다.
누구나 하면 되는 것이 있고, 노력해도 성과가 적은 것이 있습니다. 수학적 사고력, 쉽지가 않습니다. 수학도서 읽고 개념알고 어려운 문제 아무리 많이 풀어봐도, 풀어보지 않은 문제를 푸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반면 아무것도 안하고 예제만 알고도 어려운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런 학생이 진정한 영재인 것입니다. 진정한 영재는 대개 부모님이 못 따라갑니다.
경제원칙 - 최소비용 최대효율
영재 외에 보통학생들은 누구나 하면 되는 것까지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되는 것이 어느정도인가 궁금해하실 것입니다. 바로 교과서와 기본서입니다. 교과서와 기본서에 나와 있는 내용을 완벽하게 철저하게 하는 것이 바로 최소비용으로 최대효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다른 모든 것들을 아무것도 안하고 교과서와 기본수준의 문제집(또는 참고서) 한권만 100% 소화한다면,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맞출 수 있습니다. 또 이 정도의 수준은 보통 학생이라도 노력만 한다면 해나갈 수 있는 과정입니다. 또 이런 과정의 문제들이 개념에 가장 충실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처음에 배가 고팠을때 먹는 한덩어리의 빵은 너무나 맛있습니다. 그러나 두 개 세 개 ... 다섯 개 정도까지 가면 이젠 먹는 것이 고역이 됩니다. 재화가 한 개 더 추가될때 늘어나는 효용이 줄어든다는 것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수학문제푸는 모습도 비슷합니다. 교과서 기본서 풀때는 스스로도 잘합니다. 기본개념에도 충실한 문제이고, 학교시험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제 실력 심화 문제집 풉니다. 또 비슷한 문제집을 또 풀기도 합니다. 더 높은 수준의 문제집을 풀때는 부모도 풀이과정을 잘 모르고, 아이도 어려워합니다. 학원에서 풀어줄 때는 알 것 같은데... 만만치는 않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들어가고, 고통도 늘어갑니다. 소식하면 오래 사는데, 과식을 해서 건강을 해치는 경우입니다.
수학 교수 vs 수학 강사
강석진 교수의 “아빠와 함께 수학을”이라는 책에 보면 문제집을 고르는 대목이 나옵니다. 연산만 있는 지루한 문제집을 제일 싫어한다고 하십니다. 문장제 문제집을 좋아하시는 듯합니다. 멋있습니다. 좋습니다. 이상적입니다. 그래서 이분이 서울대 수학교수인가 봅니다.
“아주 특별한 수학공부법”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자는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나왔습니다만, 학원강사(원장)이신 분입니다. 이 분은 수학을 “암기과목”이라 합니다. 공부원리의 민성원씨도 수학을 암기과목이라 합니다. ‘수만휘 공부법 사전’이라는 책에 보면 절차기억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수학은 어느정도의 풀이과정 절차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을 직접 가르쳐 보거나 직접 수능을 보거나 한 경우 선행과 암기의 비중이 높은 것 같습니다. 교수, 학자분들은 대개 선행에 부정적이고 암기를 죄악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몇 명 자료와 책을 본 제느낌일 뿐이긴 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학생들을 직접 일대일로 많이 가르쳐봤을 뿐 아니라, 늦은 나이에 수능을 다시 보기도 했습니다. 대학을 두 번 졸업한 경우이지요. 회사를 그만두고 과외를 하면서 두 번째 대학을 들어갔고 들어가서도 죽어라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결혼후 들어간 학교라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져야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다른 늙은 학생(?)들은 빛도 지고 어려운 생활을 했습니다만, 저희는 오히려 재산도 늘어나고 생활도 여유로웠습니다.
이때 제가 수학과외를 하면서 느낀 것은 대다수의 학생에게 기본내용과 문제의 확실한 암기와 선행이 필수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뛰어난 최상위권 학생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기본내용과 예제 풀이과정에 대해 확실한 암기가 없이는 도저히 응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숙제보다는 배운내용의 확실한 암기를 위해 테스트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렇게 한 경우 중학생의 경우 한두달이면 50,60점대에서 90점대로 바로 치고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의 경우 좀 더 걸립니다만,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죠.
얄팍한 공부 vs 깊이있는 공부
초등 연산, 교과서, 기본문제집 공부 ... 얄팍해 보입니다. 반면, 수학도서도 읽고 깊이있는 개념도 알아가고 생활속에서 수학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알고... 창의사고력도 공부하고... 퍼즐이나 교구 등을 통해 수학활동도 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깊이있게 알아가는 수학공부.... 멋있습니다. 좋습니다. 깊이있는 공부도 됩니다. 누구나 추구하는 이상적인 공부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수학은 암기해야할 것이 많습니다. 창의력, 깊이있는 개념... 이상속에서 존재합니다. 초등때 시간 많을 때, 해보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지루한 연산이 싫다고 더 복잡한 연산을 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고민하면서 풀라고 해서는 안됩니다. 단계별로 수준별로 현실에 맞게 밟아나가야 하는 것이 수학입니다. 얄팍해 보여도 초등연산은 거쳐야 할 훈련입니다. 창의사고력 문제로 연산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죠.
오리고 자르고... 그림 그려서 우뇌수학을 한다고 합니다. 고등학교에 나오는 수학을 그림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분은 강석진 교수같은 분만 가능할 것입니다. 환상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창의사고력, 우뇌수학, 개념... 모두 좋은 말이긴 합니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아이의 공부효율을 빼앗는 가장 큰 주범이 될 수 있습니다. 국어는 국어대로 공부하고, 영어는 영어대로, 수학은 수학으로 ... 어찌보면 얄팍해 보이지만 가장 적절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The better is the enemy of the best.
더 좋은 것은 가장 좋은 것의 적이다. 라는 말입니다. 좋은 방법들, 멋진 방법들, 이상적인 방법들이 많습니다만, 우리 아이에게 좋은 방법보다 가장 좋은 방법을 찾는 것, 이것이 부모님들의 숙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제부터 틈틈이 자판을 두드려서 지금에서야 마무리를 지었네요... 그래서인지 처음과 끝의 연결이 어째 매끄럽지가 않고 정리가 안된 측면도 있는데요. 더 이상은 정리가 안되네요...^^ 얄팍한 공부와 수학은 암기라는 둥, 악역을 해서 걱정도 되구요...^^ 모두들 좋은 하루 되세요...^^
원본 게시물: http://www.suksuk.co.kr/momboard/read.php?table=BEB_003&number=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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