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그 엄마는 아이의 학교시험 점수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다.
첫째와 둘째의 실패를(여기서 실패란, 어디까지나 그 엄마의 기준) 늦둥이 막내에게 또 겪고싶지 않단다. 시험 결과가 잘 안나오면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져서 아이를 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리곤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다.
멀리서 그 엄마를 지켜보면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다짐하곤 했다.
그리곤 조언하듯이 말했다. ' 초등학교 시험점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요즘은 시험 점수가 다가 아니에요' '다양하게 여러가지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해요'라고
전화 중간에 자꾸 문자가 들어오기에 양해를 구하고 문자를 확인했다.
딸의 문자였다.
'엄마, 저 아무래도 세상에서 없어져야 되나봐요'
'엄마 딸이 영어를 4개나 틀렸답니다'
'과학도 수학도 많이 틀린 것 같아요'
'눈물나요, 걍 죽여주세요'
나는 ' 지나간 시험은 잊어버려.' ' 나중에 잘보면 되지' '죽기는 왜 죽어' 라고 위로의 문자를 보냈다.
그
런
데
'수학을 7개나 틀렸어요' 라는 문자를 받자마자 멘붕!!!
속으로 '얘가 미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7개를????
이제껏 이런 최악의 점수는 없었는데......
순간 전화하던 엄마에게 내가 했던 말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난 어떤 엄마란 말인가?
그날 오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안난다.
딸이 친구문제로 무척 힘들어하던 몇 개월 동안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친구들과 잘만 지내도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ㅡ.ㅡ;;
복잡한 생각들이 머리를 휩쓸었다.
내년이면 6학년인데...수학이 저렇게 엉망이라니
정말 친구관계만 좋아도 성적이 많이 떨어져도 엄마인 나는 괜찮단 말인가?
그건 아닌데... 어떻게 영어를 4개나 틀렸지?
그리고 며칠 후 나는 생전 처음으로 서툰 솜씨를 발휘해서 빨간 털목도리를 떠주었다.
맘에 든다는 딸의 말에 내심 행복했는데.....
뜨게질의 여왕인 어머니가 막둥이의 목도리를 떠주셨는데 패턴이며 디자인이 끝내줬다.
딸이 동생의 목도리를 본 순간 ' 엄마, 진짜 비교되네요. 와~~ 확 틀리네' 이런다 ㅡ.ㅡ;;
난 최선을 다했는데 딸이 비교를 하며 나의 작품을 한참 아래로 보니 문득 나자신이 정말 부끄러웠다.
딸도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그럴 수도 있는 거였다. (하지만 난 적어도 겉으론 괜찮다고 했는데 흑 ㅡㅡ::)
이번 방학은 '딸과 잘 지내기'가 나의 숙제다.
자꾸 가르치려 드는 엄마에서 좀 벗어나서 아이를 많이 존중해주고 남은 초등학교 1년을 어떻게 보낼 지 같이 계획도 세워보며 잘 지내보련다.
구체적 계획은 쑥쑥모임에서 엄마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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