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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중인격자?

  • 꽃향유
  • |
  • 2017-12-11
28

아는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그 엄마는 아이의 학교시험 점수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다.

첫째와 둘째의 실패를(여기서 실패란, 어디까지나 그 엄마의 기준) 늦둥이 막내에게 또 겪고싶지 않단다. 시험 결과가 잘 안나오면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져서 아이를 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리곤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다. 

멀리서 그 엄마를 지켜보면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다짐하곤 했다. 

그리곤 조언하듯이 말했다. ' 초등학교 시험점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요즘은 시험 점수가 다가 아니에요' '다양하게 여러가지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해요'라고


전화 중간에 자꾸 문자가 들어오기에 양해를 구하고 문자를 확인했다.

딸의 문자였다.

'엄마, 저 아무래도 세상에서 없어져야 되나봐요'

'엄마 딸이 영어를 4개나 틀렸답니다'

'과학도 수학도 많이 틀린 것 같아요'

'눈물나요, 걍 죽여주세요' 


나는 ' 지나간 시험은 잊어버려.' ' 나중에 잘보면 되지' '죽기는 왜 죽어' 라고 위로의 문자를 보냈다. 

그

런

데

'수학을 7개나 틀렸어요' 라는 문자를 받자마자 멘붕!!!

속으로 '얘가 미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7개를???? 

이제껏 이런 최악의 점수는 없었는데......

순간 전화하던 엄마에게 내가 했던 말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난 어떤 엄마란 말인가? 

그날 오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안난다.


딸이 친구문제로 무척 힘들어하던 몇 개월 동안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친구들과 잘만 지내도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ㅡ.ㅡ;;


복잡한 생각들이 머리를 휩쓸었다.

내년이면 6학년인데...수학이 저렇게 엉망이라니

정말 친구관계만 좋아도 성적이 많이 떨어져도 엄마인 나는 괜찮단 말인가?

그건 아닌데...  어떻게 영어를 4개나 틀렸지?  


그리고 며칠 후 나는 생전 처음으로 서툰 솜씨를 발휘해서 빨간 털목도리를 떠주었다.

맘에 든다는 딸의 말에 내심 행복했는데.....

뜨게질의 여왕인 어머니가 막둥이의 목도리를 떠주셨는데 패턴이며 디자인이 끝내줬다.

딸이 동생의 목도리를 본 순간 ' 엄마, 진짜 비교되네요. 와~~ 확 틀리네' 이런다 ㅡ.ㅡ;;

난 최선을 다했는데 딸이 비교를 하며 나의 작품을 한참 아래로 보니 문득 나자신이 정말 부끄러웠다. 

딸도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그럴 수도 있는 거였다. (하지만 난 적어도 겉으론 괜찮다고 했는데 흑 ㅡㅡ::)


이번 방학은 '딸과 잘 지내기'가 나의 숙제다.

자꾸 가르치려 드는 엄마에서 좀 벗어나서 아이를 많이 존중해주고 남은 초등학교 1년을 어떻게 보낼 지 같이 계획도 세워보며 잘 지내보련다. 


구체적 계획은 쑥쑥모임에서 엄마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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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린
  • |
  • 2017-12-13 13:04
답댓글
중등 아이 기말고사 기간이에요. 
지난 중간 고사때 위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겪어서 그런지
지금은 마음을 내려놓고 있어요. 
어제도 시험 첫날 점수를 이야기하려 하길래 괜히 마음이 더 불안하거 있죠?
점수가 높아도 막상  성적표 나와봐야 아는 거니 괜히 김칫국마시고 싶지 않고, 
점수가 낮아도 그 나름대로 속상하고
점수가 보통이며 아이보다 엄마가 더 아쉽고...에효...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이...참...쉽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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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향유
  • |
  • 2017-12-15 12:40
벨린님~ 이번 오프에서 뵙나하고 기대했는데 못 오셔서 아쉬웠어요.
엄마의 마음은 평온할 날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니까요.
다음 오프에 참석하시면 꼭 이야기나눌 수 있기를 고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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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살맘마
  • |
  • 2017-12-12 21:27
답댓글

기말고사를 보는 학교인가요~~?

요즘은 초등에선 잘 안보는데..  그렇게 여러과목을 한꺼번에 시험본 학교가 나빴네요~^^;;

그러니 힘들어서 실력발휘가 제대로 안된게 틀림없어욧!!

요렇게 하나하나 이해해줄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그저 미완성의 인간일 뿐이자나요^^;;

엄마의 역할에서 가장 힘든것이 완벽해지고 싶은 마음인것 같아요.. 정서적으로도 건강하게 몸도 건강히 잘자라게 하고 지덕체까지 돌봐야하니 완벽하고는 싶은데 자꾸 내맘대로 안되고 어느순간 나에게 화가난건지 아이에게 화가난건지 혹은 남편에게 화가 난건지ㅠ

닉네임도 참말 예쁜 꽃향유님~~ 늦은 댓글이지만.. 걱정을 나눠주셔서 감사하고요~~ 오프때 실컷 우리의 고민과 어려움을 나눠보자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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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향유
  • |
  • 2017-12-12 22:25
화는 전염성이 아주 강하죠. 끓다보면 정말 대상이 누군지도 모른다는 ㅋㅋ
미완성의 인간이 완벽한 인간이길 바라는 세상이라서 더 힘들어요.
아이의 성적, 대인관계, 성격 모두 평균치에 다다라지 못하면 모두 부모 탓을 하니깐요.
목요일날 시간은 짧은데 나눌 이야기는 많고 어쩌죠? 개학 전에 한번 더 만나야 할까요? ㅎㅎ
햇살맘마님~ 목요일에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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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자리에서
  • |
  • 2017-12-12 12:10
답댓글

넓고 넓은 바다 같은 엄마가 되고 싶으나 현실은 우물물 엄마인지라

여전히 이리저리 흔들리며 나아가지만

그래도 난 사랑하니까라 스스로를 위안하며 지나갑니다.

그런데 사랑한다고 해도 아닌건 또 아니라는 문제가~~^^;

세상 가장 어려운게 부모 노릇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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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향유
  • |
  • 2017-12-12 22:20
세상 가장 어려운게 부모 노릇이란 말에 공감해요.
요즘엔 더욱 그러네요 ㅎㅎ
키우면서 많은 고비들이 있을 텐데 그 고비들 현명하게 버텨나갈 힘을 좀 길러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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