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책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책 두 권에 마음을 뺏겼더랬어요. 오래되어 보이는 빛바랜 표지에 아이들이 그린 표지.
삐뚤빼뚤 써내려간 글을 보면서 그것을 써내려간 아이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지요.
마주이야기란 아이들의 말을 어른이 받아 적어 둔 것을 그 아이들이 어른들의 글씨를 보고 그림을 그리듯이 글자를 쓰고 그림도 그려 넣은 것이라고 해요.
그래서 이 시의 지은이 나이는 글을 잘 모르는 유치원생 정도쯤 될 거예요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때그때 토해 내는 짧은 말은 흔히 시가 된다.” 라고 이오덕 선생님은 말씀하십니다. 진짜 아이들은 다 시인인거 같아요. 이 작은 시인이었던 아이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시가 사라지고 있다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면서 이 글들이 얼마나 소중한지요.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 애들이 하는 말들 그냥 흘려보내기엔 정말 소중한 말들이 많잖아요. 아이들의 감정상태를 아이들만의 언어로 표현한 것을 보면서 감동적이고, 참신하다고, 창의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또 우리 어른들이 봤을 때 따끔한 말들도 있구요.
그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것이 이 책 마주이야기의 특징인거 같아요. 아이들을 존중하는 것의 또 하나의 방법이 아이들이 적은 글,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글을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아요. 제가 존경하는 이오덕 선생님의 정신이기도 하구요.


너무 귀엽죠 ?
다음글은 둘째 아이가 1학년 때 했던 말들을 적어놓은 마주 이야기입니다.
같은 반 친구 이름은 제가 임의로 바꿨어요.
<우리반에서 내가 2등이야>
아들: 내 생각엔 우리반에서 공부는 류지환 다음에 나야
엄마“그걸 어떻게 알아?
아들: 그냥
엄마:류지환이 똑똑해?
아들:응
엄마:네가 그 다음이고? 박현수는?
아들: 박현수는 맨날 책만 봐가지고 잘 못할걸. 책 보느라 문제도 안 풀어
아이들 사이에서도 공부 잘하는 애는 누구다. 1학년인데도 그걸 아나봐요. 제가 알기로 박현수라는 친구가 정말 잘하는 애로 알고 있는데 ㅎㅎ그래봤자 1학년이지만요. 걔가 책만보느라 문제도 풀지 않는다고 하니 웃겨서 적어놨죠. 저희 둘째는 공부잘 하는 편은 아닌데 근자감은 있나봐요. 아무도 2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스스로 2등이라니 ㅎㅎ
<내 짝꿍한테 시험지 보여줬다>
아들: 난 김서진한테 시험지 보여줘
엄마: 왜?
아들: 자꾸 보여줘라. 한 번만~ 그런단 말이야
엄마: 그럴 때 어떻게 하고 싶어?
아들: 자꾸 그러니까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안보여 주고 싶기도 하고
나만 백점 맞고 싶은데 김서진도 백점 맞으면 좀. 그렇잖아 흐흐
엄마:그래서 어떻게 했어?
아들:그냥 보여 줬어. (웃으면서)
그래서 나 백점맞고 김서진도 백점 맞았어.
근데 류지환도 백점 맞았드라.
저희 애가 천진하게 둘 다 백점 맞았다고 웃는 모습에 저도 그만 같이 웃고 말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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