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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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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돼야 영어하나?.

  • 홍박샘
  • |
  • 2017-02-11
47

경고: 수다이나 내용 길어요. 가스불 끄시던가, 읽지 마셔유.


지금은 외모력 신장을 위해 크림도 챙겨 바르고 영양제도 먹습니다만,

젊어서는 시간도 경제력도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아니해 대충 살았습니다.

때때로 기본 정장은 했어도 일상 생활에서는 셔츠와 기본 바지로 해결.

게다가 끄는 차는 그저그런 거. 비싼 가방? 언감생심였죠.

그러다 보니 외모 기준 평가 [인간수준하위]로 분류돼 벌어진 일이 있어요. 

다 옛 이야기, 호랑이가 필통 만한 휴대폰 쓰던 시절 이야기이고, 

저를 아는 분은 이미 들은 겁니다. 노인의 특성: 한 얘기 또 한다.


미국 생활할 때 학부형 노릇을 해야했는데 똥차 끌고 다니면서 애를 픽업했어요.

그 동네에 한국 학부형들 중 오신지 1년 넘은 베테랑 주부가 계셨지요.

제가 일본어가 부전공이었는데 딱 10단어 기억해낸 덕으로 일본 엄마들을 도왔어요.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일본 부모가 영어로 일 해결을 못 하셔서.

베테랑 한국 주부는 저를 일본어를 조금 하는 촌스런 한국여자로 입력,

저만 보면 미국 선생님들과 유창하지 않은 영어를 큰 소리로 하셨습니다. 

촌스럽게 생긴 사람은 영어를 못하나요? 거참 이상하지....

그 베테랑 아줌마 자녀 반에 제 지인의 아이가 새로 왔는데

제 지인은 독일에서 공부하신 유명 피아니스트셨어요.

남편이 영문학자라 본인이 영어할 일이 없으셨을 뿐 사실 영어도 하시는데 

그분도 이미 반에서 G무시. 노랑고무줄로 머리 묶고 다닌 바람에...


하루는 밤에 이루어진 학교 행사에 어쩌다 한국 부모들이 다 모였는데,

베테랑 여사가 한국엄니들 한 번 모이자고 아침 시간을 대셨어요.

피아니스트가 "J 엄마(저요, 저)는 오전에 안돼요. 미국학교 선생님이세요."

베테랑여사가 놀랐던 표정을 기억합니다. "예에?" 정말 외마디더군요. 

선생은 무슨... 피아니스트 아줌마가 복수할 마음으로 제 경력을 부풀린 거지요.

뭐 미 초등에서 여차여차 일하고 있었고, 어쨌든 베테랑여사보다는 영어 잘 했다 뭐. 

생긴 건 촌스러워도.... 차는 똥 차라도,... 아들은 맹~ 했어도....


2화

워싱턴 DC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이미 좌석에 앉았는데 다 내리라대요.

"비행기 수선 차, 아니 수리 차 12시간 후 다시 타라. 그 사이 호텔 가서 쉬어라."

제 옆자리에 검은 투피스를 입고 도도하게 앉아 계션던 사모님이 직원더러,

"우리 집이나 호텔이나  가깝기로는 매한가지 그냥 집에 갔다 다시 올란다."

DC 근처 동네, 아무래도 수도 근처이고 학군이 좋아서 부자 동네가 많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남편더러 자기를 다시 데리러 오라고 전화했는데.....

                  ------- (이 줄 사이에 잠깐 시간이 흐른 겁니다.)

사모님 조용히 호텔로 모든 승객을 따라 오셨습니다. 남편이 그냥 있다 가라고....


저는 뱅기 탈 때 편한 옷 최우선. 더군다나 13시간 비행에는 츄리닝 수준으로 입습니다.

공항 패션은 비즈니스나 1등석 타는 사람들 얘기입니다.

이코노미 석에 이 긴 몸을 삼단으로 구겨 13시간 가는데 잘 입었다가는 죽습니다.

호텔에 가족은 한 방에, 그렇잖으면 2인 1실로 넣더군요. 도시락과 전화 카드로 주고.

사모님과 인사를 하고 각각 침대 차지, 도시락을 까먹었습니다. 사모님 도도하시대요.

Alexandria시에 사신다고 (알레ㄱ잰드리아.... 집 값 비싼 동네인 건 저도 알아요.)

남편께 전화해 큰 애 오케스트라 연습 데려가라. 작은 애 어디 데려가라...

(그거 이미 남편이 아는 거 아닌가?)

저도 전화를 해서 일정 변경을 여기저기 알려야 하니까 전화 카드를 쓰느데,

호텔 밖으로 전화를 걸라믄 9를 먼저 누르고 1을 누르고 등등 지시문이 있더군요.

에고머니나, 제가 뭔 짓을 한 건지 911이 눌렸습니다. 제가 후다닥 영어로 사죄했지요.

다시 시도했는데 어우 또 그 짓을. 같은 911직원이 다시 받길래

"또 나다. 비행기 연발로 호텔에 쳐박혔는데 전화 카드 씀서 바보 짓 한다. 용서해라."

사모님이 들어보니 이 후줄근한 여자가 영어가 좀 되네, 느끼신 거지요.

취조를 당했지요. 의외로 제가 영어관련 해서 가방 끈 긴 전문직 여성임을 아셨습니다. 

그로부터 수 시간, 저는 슈퍼와 학교 식당에서 일하면서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신 

한 교포의 삶에 관한 얘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병환 드신 친정 엄니 봬러 수년 만에 한국에 간다는 눈물 겨운 성공기.

저를 하찮게 봤을 때는 목 인사만 하시더니 갑자기 태도 변화.

사모님은 그 투피스 차림으로 13시간 비행 후 다시 친청으로의 긴 국내 여행 가셨어요.


지금도 제가 영어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길에서 곤란에 처한 듯한 외국인들을 보면 뛰어가서 돕는 오지랖 여사인데

그 현장의 다른 한국인들이 놀라요. 평범한 중년 여성이 영어를 한다는 사실에.

해외여행 중에도 영어로 질문하면 제 주변에 있던 젊은이들이 흘끔흘끔 봅니다.

우리 엄마 또래인데 영어를 하네? 아주 솔직히 저 그거 즐겨요.

얘들아, 촌스러운 아줌마도 영어 할 줄 알아. 세련되지 못했다고 영어 못 하냐?

나, 젊어서 치열하게 노력했어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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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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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esi
  • |
  • 2017-02-22 13:42
답댓글
우와 감동하면서 읽었습니다. 정말 멋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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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라이언이네
  • |
  • 2017-02-16 17:05
답댓글

내면을 채워야하는데 보이는 모습만 신경쓰는 우리나라지만

저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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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짱
  • |
  • 2017-02-14 01:46
답댓글
박사님 얘기 잼나요. ^^ 반갑습니다. 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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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박샘
  • |
  • 2017-02-14 11:53
아~~ 기억나요. 테슬수강생. 이만하면 내 머리 쓸만허네. 잘 지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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