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습니다. 평생 이렇게 '업'을 해야한다는 강박이 없던 나날은 처음입니다.
학업을 무진장 길게 했고, 직업이 있으면서 다른 일을 할까 하는 평생이었지요.
쑥쑥에서 들어가지 않은 듯 사라졌듯, 늘 있었던 듯 인사합니다.
제 얘기는 항상 개인 경험으로 출발합니다. 그저 소소한 수다이지요.
그런 가운데 뭔가 메세지가 전달된다면 그건 소득.
존경하는 어르신 얘기.
올해 일흔다섯의 은퇴한 해양학자인데 영어를 퍽 잘하십니다.
가끔 영어 문장에 관해 물으시는데 들어놓은 예문 수준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존경하는 건 아니고 인품 때문이지요.
다정하고 부드러우시나 원칙에 관한한 양보가 없는 매서운 분입니다.
그 옛날 그 분 군 복무 얘기에 배꼽을 뺐네요. 당시에는 군인이 무학도 많았답니다.
병사들이 국민핵교도 안 댕기다 와서 글을 못 쓰니 집에 편지를 못 씁니다.
가방끈이 긴 이 분이 대필 편지를 써주셨답니다.
대필자: "뭐라고 쓸까?"
군인: "....."
대필자: "너희 집에 소 있냐?"
군인: "응, 있어."
대필자: "그럼 소가 잘 있냐고 물을까?"
군인: (박수를 치며) "그래 그래. 나 그거 묻고 싶었어."
대필자: "그 다음 뭐 쓸까?"
군인: "...... 글쎄."
대필자: "누이 계시냐?"
군인: "응. 시집 갔어"
대필자: "누이도 안녕하시냐고 물을까?"
군인: "좋아, 좋아, 나 그 말 하고 싶었어."
이 군인의 문제는 글자를 모르는 것 외에 무슨 내용을 써야할지,
그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문헌을 대해 본 적이 없어 다른 이가 글에서 무엇에 대해 쓰는지,
하고픈 말을 어떻게 펼쳐놓았는지, 그래서 나는 어떤 글이 좋았는지 경험이 없습니다.
하루 단어 목록 수십 개 외우기, 문제집 몇 장 풀기, 어려운 글 간신히 해석하기는
이 무학 군인이 못 받은 교육 탓에 문헌을 접하지 못한 것과 같은 격입니다.
이는 마치 글짓기 하라면 "Today I went to school....
I went to the supermarket with my mom."
아무도 관심 없어할 이벤트를 나열하는 요즘 아이들과 같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친구야 잘 지내자," 진심 상당히 의심되는 문장 나열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쑥쑥 아이들은 동화를 읽고 소설을 읽습니다. 그야말로 빙고!!
좋은 글을 접하고 이것이 차곡차곡 쌓여 내가 글을 써야 할 때 영향을 줍니다.
단점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 무작정 읽기만 했다고 그렇게 쓸 순 없다는 점.
한 권 읽었다고 그게 바로 내글이 되지는 않아요. 무작정 많이 읽어야 합니다.
무작정 읽었다고 글이 써지지는 않습니다. 훈련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글쓰기 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글쓰기란 것이 꼭 주제에 대해 쓰고 훈련이란 게 꼭 첨삭을 받는 게 아닙니다.
개발괴발 글을 자꾸 쓰게 유도하면 아무 거나 쓰다가 작가가 됩니다.
아이가 동화 읽고 등장인물에게 편지 쓰기를 하도록 유도해 보세요.
그냥 막 쓰는데 차츰 자기 마음도 표현하고 상대도 이해하는 고운 글이 나와요.
제 아이가 1학년 때 Arthur가 강아지 때문에 고민하는 내용을 보고 편지를 썼더군요.
이사하다 찾았습니다. 남편 왈, "무슨 Gae소리야?" 뭐라고 쓰긴 썼는데 뜻이 뭔지....
첨삭 한 줄 없이 그냥 벽에 붙여주었던 겁니다. 글 쓰는 게 어렵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내복 입고 앉아서 그런 편지를 매일 찌끄렸거든요.
그 애는 지금 영어를 그 따위로 하지 않습니다.
그 Gae소리 후 성장해 에세이도 쓰고 영자신문 기자도 하고...
술 먹고 길바닥을 휩쓸고 다니고...(어휴.... .)
이 겨울 거창한 독후감, 일기 쓰기는 약간 줄이고 등장인물에게 편지 쓰기 해보세요.
유치환 님의 절절한 사랑가 같은 편지가 나올 지 누가 압네까?



쑥쑥몰
체험이벤트






















한국사 #1 숙제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