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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컨텐츠

너희 집에 소 있냐?

  • 홍박샘
  • |
  • 2017-01-12
118

쉬었습니다. 평생 이렇게 '업'을 해야한다는 강박이 없던 나날은 처음입니다.

학업을 무진장 길게 했고, 직업이 있으면서 다른 일을 할까 하는 평생이었지요.

쑥쑥에서 들어가지 않은 듯 사라졌듯, 늘 있었던 듯 인사합니다. 


제 얘기는 항상 개인 경험으로 출발합니다. 그저 소소한 수다이지요.

그런 가운데 뭔가 메세지가 전달된다면 그건 소득.

존경하는 어르신 얘기. 

올해 일흔다섯의 은퇴한 해양학자인데 영어를 퍽 잘하십니다.

가끔 영어 문장에 관해 물으시는데 들어놓은 예문 수준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존경하는 건 아니고 인품 때문이지요.

다정하고 부드러우시나 원칙에 관한한 양보가 없는 매서운 분입니다.


그 옛날 그 분 군 복무 얘기에 배꼽을 뺐네요. 당시에는 군인이 무학도 많았답니다.

병사들이 국민핵교도 안 댕기다 와서 글을 못 쓰니 집에 편지를 못 씁니다.

가방끈이 긴 이 분이 대필 편지를 써주셨답니다. 


대필자: "뭐라고 쓸까?"

군인: "....."

대필자: "너희 집에 소 있냐?"

군인: "응, 있어."

대필자: "그럼 소가 잘 있냐고 물을까?"

군인: (박수를 치며) "그래 그래. 나 그거 묻고 싶었어."

대필자: "그 다음 뭐 쓸까?"

군인: "...... 글쎄."

대필자: "누이 계시냐?"

군인: "응. 시집 갔어"

대필자: "누이도 안녕하시냐고 물을까?"

군인: "좋아, 좋아, 나 그 말 하고 싶었어."


이 군인의 문제는 글자를 모르는 것 외에 무슨 내용을 써야할지, 

그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문헌을 대해 본 적이 없어 다른 이가 글에서 무엇에 대해 쓰는지,

하고픈 말을 어떻게 펼쳐놓았는지, 그래서 나는 어떤 글이 좋았는지 경험이 없습니다.


하루 단어 목록 수십 개 외우기, 문제집 몇 장 풀기, 어려운 글 간신히 해석하기는 

이 무학 군인이 못 받은 교육 탓에 문헌을 접하지 못한 것과 같은 격입니다.

이는 마치 글짓기 하라면 "Today I went to school.... 

I went to the supermarket with my mom."

아무도 관심 없어할 이벤트를 나열하는 요즘 아이들과 같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친구야 잘 지내자," 진심 상당히 의심되는 문장 나열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쑥쑥 아이들은 동화를 읽고 소설을 읽습니다. 그야말로 빙고!!

좋은 글을 접하고 이것이 차곡차곡 쌓여 내가 글을 써야 할 때 영향을 줍니다.

단점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 무작정 읽기만 했다고 그렇게 쓸 순 없다는 점.

한 권 읽었다고 그게 바로 내글이 되지는 않아요. 무작정 많이 읽어야 합니다.

무작정 읽었다고 글이 써지지는 않습니다. 훈련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글쓰기 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글쓰기란 것이 꼭 주제에 대해 쓰고 훈련이란 게 꼭 첨삭을 받는 게 아닙니다.

개발괴발 글을 자꾸 쓰게 유도하면 아무 거나 쓰다가 작가가 됩니다.

아이가 동화 읽고 등장인물에게 편지 쓰기를 하도록 유도해 보세요.

그냥 막 쓰는데 차츰 자기 마음도 표현하고 상대도 이해하는 고운 글이 나와요.


제 아이가 1학년 때 Arthur가 강아지 때문에 고민하는 내용을 보고 편지를 썼더군요.

이사하다 찾았습니다. 남편 왈, "무슨 Gae소리야?" 뭐라고 쓰긴 썼는데 뜻이 뭔지....

첨삭 한 줄 없이 그냥 벽에 붙여주었던 겁니다. 글 쓰는 게 어렵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내복 입고 앉아서 그런 편지를 매일 찌끄렸거든요. 

그 애는 지금 영어를 그 따위로 하지 않습니다. 

그 Gae소리 후 성장해 에세이도 쓰고 영자신문 기자도 하고...

술 먹고 길바닥을 휩쓸고 다니고...(어휴.... .)


이 겨울 거창한 독후감, 일기 쓰기는 약간 줄이고 등장인물에게 편지 쓰기 해보세요. 

유치환 님의 절절한 사랑가 같은 편지가 나올 지 누가 압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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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그마
  • |
  • 2017-01-26 12:23
답댓글

박사님~~~~ 엉엉~~~

다시 돌아오셨군요...

가끔씩 박사님 생각하곤 하는데...^^

찐~~~하게 안아드려요.

앞으로 자주 뵈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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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테파네스
  • |
  • 2017-01-24 14:33
답댓글

유게를 후끈달아오르게 만드시는 주인공 홍박사님 반가워요~^^ 와락 껴안아드리고 싶네요~~

보고싶었답니다~~~

방학핑계대고 댓글도 늦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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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롱이
  • |
  • 2017-01-18 12:10
답댓글

큰아이(고1)초등때 쑥숙 들어와 홍박사님 만나고  박사님 모르게 의지했었는데...

작은아이(초3)키우다가 잊고 있던 쑥숙 들어와 기욱기욱..

어느날 ... 홍박사님이 안계셔서 어찌이런... ㅎㅎㅎ 홍박사님이 나를 버린듯...허탈함...

이렇게 다시 보니 반가움에 ...글재주 없는 내가 군인 무학도 처럼 ...ㅎㅎㅎ

방가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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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박샘
  • |
  • 2017-01-18 18:39
내 그대 닉네임 익숙하오. 우짜요, 제가 전처럼 자주 오지는 않아요. 그러나 할 일 없는 백수. 자주 올게요. 잊지 않고 가끔 오게 되는 곳이 있는 게 참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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