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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컨텐츠

오래간만입니다, 구두씨

  • koneko
  • |
  • 2016-10-11
14

오랜만입니다, 구두씨.


아침 바람이 상쾌도하여 색상을 잘 맞춘 옷차림으로 햇살을 가릅니다.


새로 산 상아빛 뾰족 구두를 꺼내어 신고

정수리에 가득한 흰머리를 묻어둡니다.


자, 이제 걸어갑니다.

몇 발자국 안갔는데 스타킹이 밀려납니다.

신발 속에서 스타킹이 밀려나니 이 세상 발 딛고

설 곳이 없습니다.

그동안 운동화에 양말만 신었던 탓인듯도 합니다.

그저 탓하겠습니까 스타킹을 몰랐던 것이겠지요.


특히 왼쪽 발이 심한듯합니다.

다시 올라가자니 오늘의 옷맵시가 무너집니다.

하루인데 어쩌겠지 싶어 돌아가던 마음을 데려옵니다.


걷는데 양쪽 골반과 허벅지가 만나는 자리가 

고통스럽습니다.

11자로 의식해서 걸으려니 더욱 그렇습니다.

아무도 없는 틈에 팔자로 걸어보지만 

이상하게도 잘 되지 않습니다.


구두는 와우...살 때는 5센치라 생각했는데

7센치는 되어보입니다. 앞굽이 높은 것을 샀으니 망정이지 버스에서 조용히 깜놀합니다.


영화 은교가 떠오릅니다.

거기서 박해일씨가 누구의 시를 인용했지요.

기억은 나이 마흔만큼만 납니다만,


젊음이 너희의 특권? 거저받은 선물? ㅋㅋ이듯이

늚음도 나의 잘못이 아니다.

뭐 인터넷 찾아서 잘 쓰면 좋겠지만, 못찾고 

쓰는 것도 투박하니 좋지 않나요?

늙어가는 입장에서 아주 공감을 쏟아냈습니다.


내 마음은 하이힐인데 거죽이 늙어버렸어요.

아가씨인척 이쁜옷이 더욱 그리운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름옷이 한창이네요.


결국 남들의 10분지 1의 속도로 걸어갑니다.

느리게 느리게 뾰족구두를 한탄하며 걸어갑니다.

얼마나얼마나 빠르게 다녔는지를 깨달으며,

얼마나얼마나 느리니 한장한장의 바닥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앞으로, 적어도 40년은 더 살아야할텐데

이 몸으로 어찌 버틸지 고민입니다.


우리 중국어 반에는 80인 노인분들이 계시지요.

60이면 중간이라 소리합니다.

막내인 저는, 함께 늙어갑니다.

40이면 다 산건줄 알았는데 새로이 시작해야함을 

알고 갑니다.


이제 내립니다.

다리가 휘어지겠지요.


그래도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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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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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라하자
  • |
  • 2016-10-13 17:37
답댓글

애 낳고 발목이 안좋아 구두는 정말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고선 못신고 있어요.

신발장을 열고 신발을 고를 때 항상 눈 한 번 마주치고 손은 운동화로 가네요.

글을 읽고나니 서글프기도 하지만 지금 이 몸으로 최선을 다해 예뻐보이려 노력하는 수밖에요~~

다들 구두를 포기한 대신 더 많은 것을 얻으셨을 거예요.

보이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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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물연우
  • |
  • 2016-10-12 08:59
답댓글

퇴직한 후로는 구도와 빠이빠이 했네요.  어쩌다 정장 입어야해서 꺼낸 구두는 . . .  가는길은 그래도 버티는데 잠시 쉬었다 걸으려면 발가락들이 아우성입니다.  

저번에서 길거리서 싸구리 슬립온을 사서 갈아신고 온적도 있어요.  양말에 운동화, 플랫슈즈만 신고 다니니 내발은 구두랑  점 점 멀어지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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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씽씽마미
  • |
  • 2016-10-12 07:45
답댓글

어제  간만에 저두 구두 신고 외출했었더랬지요~~ ^ ^

설~~  나들이루요..


정말 예전엔 7센티 힐을 신고도

그렇게 잘 뛰어 다녔었는데

이젠  5센티도 버겁네요..

어케  뛰어다녔을까요??

젊음의 힘이 었나요??

발바닥도  젊 - 음 -  이 ~~


이룬  갑자기  슬퍼지려하네요..


첨엔   이뻐서 신었는데 

몇시간 지나니 

아~~ 편한 운동화나 스니커즈가 생각나더라구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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