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꽃향유님~
제가 앨리스랑 꽃향유님 땜시 오랜만에 쑥쑥에 글을 몇 자 적어봅니다.
큰 딸 중2님께서는 영어랑 수학은 이제 학원서 해결하고, 앨리스랑 동갑인 둘째는 공부는 안드로메다로 튕겨진 상태라 사실 쑥쑥에 쓸 말이 없더라구요. ㅎㅎ
저도 복습 얘기 듣고 깜놀~
저희 집 중2님은 학원 숙제도 안해가시는데...켈록.
불성실함과 나태함의 표본인 큰 딸 땜시 초등 내내 전쟁을 치루고 장렬히 전사한 엄마로서 몇 자 적어 보려고요.
아무래도 큰 애 키워 본 경험이 있으니 둘째는 설렁설렁 키우게 되더군요. 일단 많이 내려 놓는거지요.
우리 애는 천재가 아니다, 영재도 아니다, 전교 1등도 아니다, 반 1등도 아니다, 백점도 거의 없다, 수업시간에 집중은 하나? 지각 좀 안했으면, 숙제는 해가나? 어디 안쏘다니고 바로 집에는 오는군, 다행이다...
게다가 초6 겨울방학부터 동네 학원을 의지하며? 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딸의 일갈.
딸: 난 다시 엄마랑 공부 안해!
나: 에라이, 나도 싫다. 이 눔아! (소심하게 속으로)
왜? 이유가 뭐야?
딸: 엄마는 주먹구구식으로 옛날 방식으로 가르치고 체계적이지도 않고 내가 모르면 도와줘야 하는데 일단 먼저 욱 해!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그때부터 잘못된 엄마표에 대해 반성 많이 했죠.
그리고 큰 결심을 했어요.
내가 애들을 절대 가르치지 않으리라!
그냥 도와주리라.
엄마표는 엄마가 애들을 직접 가르치는 방식을 말하는게 아니라, 애들 손 안닫는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 주고 처방해 주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정도의 개입, 보살핌, 도움.
더 크게는 격려, 지지, 신뢰.
선생님 노릇이 아니라 그냥 엄마 노릇이나 제대로 했어야 했어요. ㅜㅜ
내 공부도 아니고 애들 공부이고 인생인데 내가 왜 안달복달이였던가...이런 반성을 하고 나서 정말 제 태도가 많이 바뀌었어요. 그리고 제 맘도 많이 편해지고요.
둘째는 최소한의 공부습관만 신경썼어요.
단원평가 있다고 알림장에 써오면 책 읽고 문제집 풀게하고, 수학, 영어는 아주 조금이라도 매일 매일.
힘들어하면 혼내지 않고 도와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래도 생활습관 땜에 엄마랑 부딪힐 일은 많더군요. ㅜㅜ
그러다 갑자기 둘째가 학교 생활에 큰 변화를 맞게 됩니다.
진로를 운동선수로 일찌감치 정하고 운동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3학년 1학기 마치고 여름방학 시작되기 전에 갑자기 학교를 옮겼어요.
전학 후 운동부 적응을 잘 하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보살폈는데 다행히 잘 지내더라고요.
담임 선생님이랑 면담도 몇 번 했는데 수업 시간에 집중도 잘 하고 교우관계도 원만하고 공부 시켜도 될 아이라고 하시는 거 듣고는 안심했어요.
그래서 붙들고 있던 걱정도 다 내려놓고 애 체력 키운다고 먹을거만 엄청 신경 썼어요.
공부는 수학 문제집 하루 한 장, 서술형이 나오면 하루 한 페이지. 딱 10분입니다. ㅋ~
영어는 레벨이 아주 세심하게 나뉘어진 e북 한 권 듣고 읽고 퀴즈 풀기. 이것도 딱 10분 걸립니다.
단원평가 본다 그러면 주말에 ebs 인강 듣고 전체 내용 정리만 했구요.
성공적인 전학이라고 나름 뿌듯해 하던 찰라 수학의 위기가 닥쳤습니다. 두둥~
애가 어느 날 울먹울먹 어렵게 말을 꺼내는데...
나눗셈과 분수를 모르겠다는 겁니다. 헐~
엄마가 좀 가르쳐 달랍니다.
속으로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라고 수 백번 비명을 질렀어요.
어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물으니 애들은 모조리 선행을 하고 있었고 선생님은 애들이 다 알아 들으니 원리, 개념 이런거 열씨미 알아먹게 가르치는 분위기가 아니였던 거에요.
전학한 학교가 집에서 마을버스로 딱 일곱 정거장 거리인데 학습 분위기와 관행은 산 일곱 봉우리 넘은 것 같았습니다. ㅜㅜ
게다가 담임이 어떤 문제를 내면서 답을 맞춰 보랬는데 제 아들 말고는 다 손을 들었대요. 그래서 선생님이 시간을 주고 아들만 풀어보라고 기회를 줬는데 당근 틀렸구요.
그 일이 있은 후 우리 아이가 반 아이들에게 바보 취급 당하고...
가슴 아픈 일들이 조금 있었습니다.
화가 나서 담임에게 항의하려다 일을 이렇게 만든 게 애들이 아니라 담임이라는 사실에 믿고 상의할 사람도 없었어요.
그래서 아들에게 그런 일이 있어서 너무 속상했겠구나, 너는 바보가 아니다, 엄마가 도와줄게, 엄마 믿고 도와달라고 말해줘서 고맙고, 운동한다고 모르면 모르는 채로 넘겨도 누가 뭐랄 사람 없었을텐데 끝까지 알고자 하는 네 태도가 너무 가상하구나, 노력해줘서 고맙고 기특하다고 했습니다.
문제집으로 복습만 했고 잘 풀었기 때문에 수학이 문제인지 전혀 몰랐답니다.
암튼, 그래서 팔자에도 없는 수학 예습이 시작되었습니다. ㅡ.ㅡ
전 여전히 부족하고 모자란 엄마였고 나눗셈, 분수를 모른다는 게 어떤건지 이해도 안가는 엄마였기에 제가 직접 애를 붙들고 가르치기 시작하면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ebs 수학인강과 문제집으로 예습을 시작했습니다.
삼십 분 가량 동영상을 들을 때 저도 같이 들었어요.
요즘은 어떤 방식으로 기본 개념 원리에 접근하는지 알아야 아이가 인강 듣고도 모르는 부분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저도 구세대라 기계적으로 푸는 것만 알지 잘 모르거든요.
EBS 인강 초등영역이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국수사과 순서로 잘 되어 있습니다.
당연 교과서와 개념에 충실한 것도 마음에 들고요, 무료인게 진짜 마음에 듭니다. ^^
그 후 예습하고 문제까지 다 풀어 보고 수업에 들어간 아이는 자신감도 많이 회복됐고, 백 점도 늘 맞고, 기본 개념을 알지 못하면 풀 수 없는 문제를 혼자서만 맞추는 경지에까지 올라 갔습니다. ㅜㅜ
반 아이들도 이제 무시하지 않는다고 해요.
아들만 어려운 문제를 맞추었을 때 반 아이들이 반신반의하며 실수로 맞았겠지 했다가 담임에게 디지게? 혼나기도 했다는군요.
병 주고 약 줘도 분수가 있지...
앨리스에게 딱 맞는 처방을 내드리는 글은 아니에요.
그럴 능력도 없고요. ㅜㅜ
둘째 키우며 아직도 좌충우돌하는 선배맘(큰 애가 나이가 더 많으니 ㅋㅋ) 얘기 듣고 위로 받으시라고요.
운동하는 아이라 진짜 다 내려놓고 이것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초등교육에서 다루는 부분은 다 알고 가자.
이게 어른이 되고 국민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알아야 하는 가장 기초이니까.
공부로 길을 가려는 아이들과는 양상이 좀 다르겠습니다.
선행과 심화는 꿈도 꾸지 않으니까요.
예습도 꿈꾸지 않았으나....ㅎㅎ
다만 공부로 길을 가려는 큰 애나 운동으로 진로를 정한 작은 애를 키우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바가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자, 아이에게 맞는 방법으로 진행하자(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자), 매일매일을 이기는 방법은 없다, 아이가 기꺼이 도와달라고 말 할 수 있는 엄마가 되자, 입니다.
앨리스 잘 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마시고요, 수학 매일 하는게 어렵다면 문제집 안 푸는 날 복습 겸해서 인강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기본 개념을 잘 다루고 있으니 앨리스도 반복해서 듣다보면 편법?을 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인강으로도 충분치 않다면 ebsmath 사이트에서 관련 동영상을 보여 주는 것도 좋구요, 수학동화도 단원 관련해서 읽히는 것도 한 방법이구요.
수학감이 타고나지 않았다면 다른 과목들처럼 독서를 통해 배경지식을 확장하고 감을 터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타고나지 않은 감각을 터득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실거에요.
이렇게 저렇게 도움 주시면 앨리스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실 수 있을 거에요.
자식 키우는데 지름길은 안보이고 시행착오는 꼭 거쳐야 하나봐요.
다만 두 번 같은 실수 하지 않기를 빌 뿐.
****맞은 중2 딸과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은 아들땜시 제가 쑥쑥에 거의 못들어 오고 있지만 쑥쑥은 제 친정 같은 곳이고 홍박사님은 친정엄마, 꽃향유님은 가족 같은 분이에요.
제 맘 알아주시고 오랫만에 들린 거 용서해 주실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