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오전 내내 병원에 있다 나오니까 허기가 둥실둥실 배를 탓합니다.
알리올리오 스파게티를 상상하며 집에 들어왔는데, 아침에 만들어 둔 순부두로 시작하는
된장청국장 찌게가 저를 째립니다.
'네가, 나를 잊어?' '아침에 먹지도 않아놓구선?'
상상해보세요.
순두부로 시작하는 된장청국장 찌게으게으게으.
그 순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알 수 없어하며 남기고간 울집 아이들은 뒤에 두고...
상상해보세요.
남편의 부재 한꼬집, 아이들을 향한 사랑 한 꼬집, 된장 5분의3숟가락, 청국장 1과 4분의 1숟가락을
넣어 익힌, 통분이 필요한 세상으로 뒤덮인 순두부된장청국장 찌게으게으게으.
순두부는 부서지지 않게 넣으셔야 합니다.
육수는 그저 멸치와, 해장용으로 사놓았다가 2년이상 묵힌 명태쪼가리를 함께 넣고 애들 깨우러 가는 시간을 채웁니다. 그러면 정말 맛나게 우려지고, 제 속도 뒤집어 집니다.
호박과 양파가 중요합니다.
호박은 애호박을 넣으면 갓(어허...갗...어허...) 결혼한 새색시....
늙은 호박은 아니지만, 중년의 우리는....살터지듯 둥그렇고 퉁실퉁실한 호박을 준비해, 미리 열려놨다가 네손가락만큼만 넣어줍니다. 양파도 비슷합니다.
청국장과 된장은 좋은 생균을 살릴 생각말고, 그저 푹~~ 끓일만큼 끓여줍니다.
생균을 먹고 싶으면, 뜬 맛을 고르면 되고,
맛난 한끼식사를 원하면 깊이있게 끓여주세요.
저는, 지금 그렇게 맛나게 한끼를 먹었습니다.
곧 저녁이 다가오면, 저는 또 지금 굽고 있는 고구마를 먹겠지요.
가장, 중요한 소스는 '처음'입니다.
두번째 만들면, 이 맛이 안납니다.
세번째 만들어도 이 맛이 안납니다.
그러니, 매번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는 편이 차라리 낫습니다.
글을 쓰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이귀이귀이귀이...처럼 속이 시원해집니다.
때로는 뒷감당이 안되서 숨고 싶을 떄가 많지만, 그래도 오들, 사사로운 일에
토라지는 오늘, 쑥쑥자란 대나무밭에 와서 외치고 갑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이귀이귀이귀이귀이~
내마음은 바늘 귓구녀그녀그녀그녀그녀그~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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