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바람이 부는 것은.....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무엇으로 알았는가...
아주 더워서 햇빛이 따갑게까지 느껴지는데 다행히 바람이 분다.
횡단보도에 서서 부는 바람을 느끼는데, 무심결에 다리로부터 바람이 느껴진걸 깨닫는다.
바람은...그래....며칠전에 깎다 만 무릎밑 12센치 부근의 종아리털에서 시작되었다.
거기엔...수많은 털이 있었지.
나는 사람인데...곤충같기도 하고 식물같기도 하구나...
바로 옆 피부과에 가면 겨드랑이도 종아리도 말끔히 제거해 준다는데...
내 털들은 과연 그런 소임도 감당하고 있었구나.
냄새도 보관해준다는데, 내 시점에 그런건 안 고맙고....
털은, 내 털들은 나에게 바람을 느끼게 해주는구나.
분명 밀어도 털은, 절대 두꺼워지지 않는다고 방송에서 어느 의사선생님이 그랬던것 같은데...
그 뒤로 마루타가 된 내 털들은....아빠턱에 난 수염마냥 두꺼워 졌었지...
수련회 갔던 여름날 친구가 내 다리에 자기 다리가 닿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랐지.
따가워서....난 그때 마냥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이었거든. 교회오빠가 내 털을 보고 놀라면 안되잖아...
사실, 얼마전에 쑥쑥오프모임에 갔을때도 밀지 않은 얘네들을 어떻게 감추지 하다가 비누칠도 못하고 밀다가 뒷다리에 상처가 났다지.
피까지 흘리며 나간 모임이었는데, 박사님은 안웃기다며 엄마들을 웃기셨지.
심지어 인중에 난 수염은 깎지 않으면 안된다지.
다행히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닌 나는, 제모기선전을 보며 위안을 삼는다지.
장가사 되니까, 수요가 있으니까 광고까지 하는거지.
작년엔 앳된 처자가 수영장에 들어가기전 발가락위의 그것을 미는 걸 보며 위안을 삼았다지.
그후론, 마흔이 다된 나도 면도기를 들고 다닌다지, 이제사 들고 다닌다지.
그래도 깍을땐 쑥스럽다지.
파리지옥엔 잎의 끝에 난 감옥같은 창살외에 한가운데에 어제 깎다 만 것 같은 털이 몇개 나 있다지.
대체 이 허술한 모습은 뭘까 마냥 웃겼는데, 그것은 바로 먹이를 감지하는 장치라지.
아무때나 닫으면 에너지 손해가 크니까 영악하게도 몇군데 털이 두번이상 움직임을 감지하면 뚜껑을 닫아 곤충도, 개구리도, 심지어 들쥐까지도 녹여 먹는다지.
첫번째 사진속에는 왼쪽에 까만 콩같은 것이 들어있는데 그건 바로 바퀴벌레라지.
사올때 들어있던 거니까 우리집 것은 아닐테고, 소화를 못한걸 보면 너무 단단해서 인거 같기도 하지.

얘는 끈끈이 주걱인데 하루살이만 잡아먹는 줄 알았더니 복수전공으로 모기도 잡아먹는다지. 며칠뒤 모기는 몸이 홀쭉해졌어. 단백질만 쏙 뽑아먹고 거죽은 거들떠도 안보기 때운이라지.
얘네들은 수많은걸 감지하며 살아가는데, 나는 감지하기가 싫은건지 그것들을 올여름에 싹 정리하고 싶다지.
신은 나에게 털을 왜 주셨을까.
그것이 없는 삶은 분명 문제가 있지 않을까.
그것을 깎은 내 삶은 선인장. 고슴도치.
그것이 없는 내 삶은 ...
그것이 얇을 때 밀지 말 걸.
그것이 가늘 때 그냥 둘 걸.
사진출처 : 코네코네 집(왠일로 식물을 안죽이고 있음)
자료제공 : 서울대공원식물원내무인판매대 - 끈끈이주걱(시중 반값)
양재꽃시장 - 파리지옥(시중 제값)
미처못제공 : 양재꽃시장 - 네펜더스(얘에게 줄 먹이가 우리집에 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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