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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가보니 이렇습디다 6

  • 준준맘
  • |
  • 2015-05-25
45

저도 '우리 쑥쑥' 이란 마음으로 부르지도 않았는데 끼어듭니다.

다름 아니라, 속도 조절을 하느라고요. ㅋㅋㅋ


'이렇습니다' 버전과 '이렇습디다' 버전 두개가 있던데 저는 후자로...

왜냐하면 두째는 아직 2학년이지만 큰애가 6학년이라.. 좀더 초연한 느낌이 들잖아요 ㅋㅋ


큰애 때는, 요밑에 똘~똘한 따님들 두신 엄마들처럼 입학 시에는 포부가 대단..했지만

입학과 동시에 아이가, 다른 모든 아이의 들러리가 되어가는 것을 느꼈고

그것은 시스템이나, 우리 국민의 성향이나.. 그런 탓을 하기 전에 우리 아이가 많이 느려서였답니다.


1학년 가을 즈음 되니 받아쓰기는 벌써 예전에 포기했고

단원평가를 하면 5점, 10점이었어요. - 요렇게 된 사정에 대한 얘기가 긴데

요걸 다 풀어놓으면 제가 좀 ... 비참해지니 패스하구요.

어쨌건 제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지상 목표는

학습도, 1등도 아니요 오로지 '적응' 이 되어버렸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가 저학년부터도 너무 그~윽성이구나... 하는 반감이 들어 왠지 공교육이 좀.. 그렇다 라는 느낌이 들던 차..

아이까지 헤롱헤롱하니 교육의 콘텐츠에는 거의 관심이 멀어져버렸죠.

원래 학교에 보내지 않는 홈스쿨링에도 관심이 있었고, 아이 생일이 11월 후반에

많이 늦다는 생각이 들어 1년 유예를 고민했던 차라 많이 후회도 되었지만 어떻게 하겠어요.

아이는 이미 학교에 들어갔는데...



암튼 저는 아이가 학교에 왔다갔다만 잘 해주어도 감사한 지경이 되었고

1학년 말부터는 소아 정신과에 가서 약도 받아다 먹였고...

저와의 관계는 엄청나게 호전되었지만 아이의 상태는 아주 천천히 변화되었습니다.

2학년 때는 학교를 무사히 다녀오는 것에 감사할 뿐이었는데

3학년 때는 3월 한달 배앓이를 하더라구요.

4학년 내내 입병이 돋아, 밥을 잘 못먹었는데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고...



저는 그 와중에 공부를 시키는 것은 시간 낭비가 너무 심한 것 같아 영어 이외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고 시간과 돈을 투자해준 것은 '예체능'이었습니다.


제가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악기는 뭐라도 하나 시켜주고 싶었는데

피아노와 바이올린처럼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악기는 피했고

어떻게 하면 쉽게 갈까? 라는 생각에 관악기를 하나 택했어요. - 이것도 어찌나 못하고 안하려 드는지.. 사실 그만 두는 게 정답이긴 했는데 '공부도 안 하는데 이거라도 해야지' 라는 제 생각으로

거의 끊지 않고 명맥만 유지하다가

3년째인 작년에야 괜찮은 선생님을 만나...이제사 좀 들을만한 곡을 불어줍니다.


아이 사회성도 너무 비리비리해서, 집에서 배깔고 엎드려 레고나 하고 노는 걸 좋아하기에

운동 가르치며 밖으로 돌렸습니다.

수영도 단체강습에는 적응을 못하여 개인강습으로 2년 이상 돌렸고 - 수영도 정말 못하는데 싫다는 걸 그냥 시켰지요. 이유는 악기와 같아요. '공부도 안 하는데 이거라도 해야지'

축구 농구 야구... 닥치는대로 (무얼 해도 그 클래스에서 제일 못하는데도) 시켰더니...


이제사 밖에서 너무 놀아 걱정인데 저는 잘했다 싶습니다.

내성적인 남자아이들은 집에 들러붙어 게임이나 하며 시간 보내기 일쑤라...

중간중간 게임도 하겠지만 공 들고 나가 땀냄새 풍기며 들어오는 게 훨씬 보기 좋거든요.

공부를 안 할거면 사회성과 체력이라도 기르라고요.


책가방을 좀 큰 걸 사달랍니다. 왜? 하고 물으니

야구글러브를 2개 갖고 다니기 때문이예요. 자기거 하나, 친구거 하나..

친구가 글러브가 있어야 야구를 같이 할 수 있으니까요.

남의 아이면 웃음이 나오는데 .. 사실 제 아이라도 웃음이 나옵니다. 하하~!

학교에 왜 다니는지 그 목적이 너무 확실하죠?

사실 아이가 저렇게 된 이후, 학교보내는 제 인사말이 이거거든요.


'재미있게 놀다 와라~'


제가 공부를 등한시 하는 떨어지는 녀자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힝....힝....

제가 평생 자랑하는 거 하나 있는데, 학력고사 세대인 고등학교 때 1등급이었거든요. ㅋㅋ

공부 원래 잘하는 1등급이면 자랑하기 민망한데.. 원래 잘 못하던 아이가 등급 받을 때 1등급 받은 거라... 사실 제가 다닌 학교는.. 그 시절 특목고...

전교 `100등 안에 들어 벽보에 이름 올라가면 좋아하고 ... 그랬거든요.


저 그런 녀자인데.. 첫째 키우다가 이렇게 되었어요 ㅠㅠ


왜 '학교에 가보니... ' 분위기 흐름에 안 맞는 이런  이상한 글을 쓰냐면요.

집집마다 아이/부모/사정 다 달라... 어떻게 해야하는 게 맞는 지 잘 모르는 집도 있지만

알아도 할 수 없는 집도 많을 걸로 압니다.


다들 이래, 저래.... 최선을 다해 써포트하는 엄마와

잘해주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시고 혹여 마음에 부담가시는 부모도 계실 듯 해서요.

잘 하고 있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혹시 그렇지 못하다 해도 희망이 없지 않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아이의 5점짜리 시험지를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답니다.

나중에 훌륭한 사람되면 자서전 쓸 때 자료로 사용하라고요.

제 아이는 '집중력' 에 문제가 있는 케이스인데 학교 수업 시간에는 비교적 집중을 하나봅니다.

5학년 때 한국사가 어렵다고 들었는데

집에는 교과서도 참고서도 문제집도 없어요. 아이가 안 보기에 사지도 않습니다.

시킨다고 하지도 않고요... 그런데 단원평가를 보면 90점 이상 받아오네요.

(전 정말 이상한 거 있죠??)

아이가 역사를 좋아하고, 작년 담임샘이 매우 코믹하고 경쾌한 남자분이셨는데

아이와 코드가 좀 맞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었고..

그 영향이 아닌가 싶어요.


집중력에 조금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성적은 들쑥날쑥 합니다. 컨디션 따라서요.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예요. 아이가 이렇기 때문에 제가 아이의 점수-숫자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할 수 없답니다. 그래서 남들 보기에는 굉장히 도닦은 엄마로 보이지요..


저도 아이의 미래를 숫자로 예측할 수 없기에

기본을 깔아주는 교육에 매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성/영성/체력교육, 독서 교육 같은 거..

남들이 볼 때는 매우 기본에 충실해보이고 현실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엄마로 보일 수도 있는데 사실은 이런 속사정 때문이랍니다. ㅠㅠ

뭐 어짜피 저에게 온 상황이니 저는 좋게 해석하려고 하지요.

아니면 어쩌겠어요? 그찮아요..


그래서, 혹시 아이 교육에 관심 없는 엄마로 보여지는 한심한 집이 있다해도

그 집에 어떤 사정이 있나보다.. 하고 이해해주시면 좋겠고

(또 때론, 정말 한심한 집구석도 있긴 하더라구요)

어떻게 해주고 싶은데 못해주고 계시다고 너무 속상해 마시라고요.

아이들 앞날을 지금 모습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저희집에서 몇년째 인기 있는 동영상 링크합니다.

내용과 전혀 관계 없고 ㅋㅋ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것이라서요 ㅋ (스누피 아님 ㅋ)

그동안 많이 소개했는데

작가 홈피에서만 볼수 있었던 것이 드디어 유튜브에 올라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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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2015-05-27 00:16
답댓글

에고 에고~~이런 이야기가 맘속에 담고 이쓰면서
그동안 스누피글로 승화시키시고 계셨군요.
꼬옥~~~쓰담쓰담쓰담~~~@^^@
담에 만나면 누가누가 더 힘들었나 말해보면서 더 찐한 시간 가져보자하면 너무 암울하려나요?

암튼 준준맘님은 기특하고 발랄한 4차원스누피임에 틀림없어요.(이거 특급칭찬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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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준맘
  • |
  • 2015-05-27 09:07
원래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 그런거잖아요... 야, 내가 이런 일 당했거든~ 그러면,
야 말도 마... 나는 어땠는지 알아? 하고 자랑하는 걸 보고 제가 어릴 때,
'사람들 참 이상하네... 서로 자기가 더 불쌍하다고 자랑하고 있잖아? ' 했다니깐요 ㅋ

우리도 그 이상한 타임 가져볼까요? ㅋㅋㅋ
맞아요~ 저 4차원이예요~ ㅋㅋㅋ 오늘은 어떤 스누피로 쑥쑥님들을 즐겁게 해드릴까~~~ 룰루랄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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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서맘
  • |
  • 2015-05-26 14:54
답댓글

이렇습디다....가 정말 느껴지는 글입니다...^^

 

제가 그랬잖아요...ㅎㅎ

준준맘님 똑 소리 나게 생겼다고..ㅎㅎㅎ

제대로 보긴 봤구만요...ㅎㅎ

 

아직도 그 초롱하신 눈이 생각이 나네요..ㅎ

준준맘님의 현명하신 생각과 모습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별수 없어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일단 아이가 하자는대로 해 나가다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싶어요...^^

적어도 아이는 행복할테니까 말이죠..

 

남의 아이라고 막말하신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정말 그건 아닙니다..제 맘 아시죠??^^

 

담에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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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그마
  • |
  • 2015-05-26 15:01


엄훠~~~ 희서맘님 댓글을 보고 깜놀... 제 폰에서 알림기능을 설정해놔서 댓글이 오면 띠리링 울리거든요. 당연히 준준맘님 댓글이거니 하고 봤더니 희서맘님께서 바통이야기를...ㅋㅋ
희서맘님도 중학생 아드님을 두신 학부모님으로서 내공이 많이 느껴집니다.^^
저는 마음의 수양을 더더더 쌓은 다음에 먼 훗날 바통을 이어받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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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준맘
  • |
  • 2015-05-26 16:11
그러게.. 자식을 이기고 싶은 것도, 져주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그놈아가 생긴 것은 여리여리하나 도~무지 밀어도 밀리지 않는 바위같네요.
그놈아 덕에 제가 강해지나본데 저는 강한 여자이고 싶지도 않거든요. ㅠㅠ
바람 불면 휭~ 하고 흔들리는 여자이고 싶은데 ㅠㅠ

암튼 희서맘님도 스누피에게 물리셨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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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그마
  • |
  • 2015-05-26 13:53
답댓글

준준맘님 글을 스맛폰으로 정확히 두.번. 정독하고 지금 컴으로 또 한 번 읽었습니다.

아,,, 왜일까요? 마구마구 느껴지는 이 카타르시스~~ ㅋㅋㅋ

저도 [학교 가보니 이렇습니다] 릴레이를 함 써볼까 하다가 제가 쓰는 게시글에 제가 압도당해 중간에 샤샤샥 다 지워버렸답니다.

두말할 필요 없고!!

준준맘님, 진정한 위너(단어 선택이 쫌 뭣하네요ㅋ)이십니다. 글을 읽으니 준준맘님의 마음과 내공이 고스란히 전해지네요. 다음에 준준맘님 뵈면 말씀 좀 많이 시켜야겠어요.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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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서맘
  • |
  • 2015-05-26 14:56
시그마님...두 말씀 필요없으시고..ㅎㅎㅎ
다음 바통 받으셔요^^
게시글에 압도라니요..당치 않으십니다..

얼렁 받으세요.바통..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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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준맘
  • |
  • 2015-05-26 17:23
왜 그노무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셨을까요~~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이야기보따리 풀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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