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는 잘 보내고 계시나요? 한 주 쉬었을 뿐인데 한참 지난거 같네요^^
저희는 작년에 이사온 이 곳이 아직도 낯설어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느낌이 잘 들지 않아서 그냥 집에서 보내고있어요.
여러분과 무슨 얘기를 나눠볼까 고민하다가 마침 읽고 있는 책이 너무 맘에 들어 책이야기를 해보려구요.
작년에 ‘명량’영화의 붐이한창일 때 왠지 영화는 보고 싶지 않아 집어 든 ‘칼의 노래’에서김훈이라는 작가의 필력에 반해 ‘남한산성’ ‘현의 노래’까지 읽고 마침내 글 좀 읽고 쓴다 하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자전거여행’이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찾았어요.
작가가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다니면서 느낌 감상을 2권의 책으로 출간한건데요. 그 동안 절판되어서 구하기 힘들었는데 작년에 다시 출간되었나 봐요.
역사책에서 2-3줄의 분량으로 기술할 만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한 권의 책을 만들어 낼 정도로 묘사력이 대단한 작가가 이제는 우리나라 산천을, 살아있는 것들을, 눈에 띄는 것은 모두를 묘사해 내고 그것에서 역사와 과학 등의 모든 학문을 기술해낸 글을 읽으면서 정말 감탄하게되더라구요. 이렇게 감수성이 풍부하신 분이 어떻게 기자 생활을 해낸걸까 의문도 들구요.
몇 구절 옮겨 보면요…
“언 땅에 쪼이는 녹인 초봄의 햇살은 흙 표면의 얼음을 겨우 녹이고흙 속으로 스민다. 흙 속에는, 얼음이 녹은 자리마다 개미집같은 작은 구멍이 열리고, 이 구멍마다 물기가 흐른다. 밤에는기온이 떨어져서 이 물기는 다시 언다. 다음날 아침에 다시 햇살이 내리 쬐어서 구멍마다 얼음은 녹는다. 물기는 얼고 녹기를 거듭하면서 흙 속의 작은 구멍들을 조금씩 넓혀간다. 넓어진구멍들을 통해 햇볕은 조금 더 깊이 흙 속으로 스민다. 그렇게 해서,봄의 흙은 헐거워지고, 헐거워진 흙은 부풀어 오른다. ……………. 봄 풀들의 싹이 땅 위로 돋아나기 전에, 흙 속에서는 물의 싹이 먼저 땅 위로 돋아난다. 물은 풀이 나아가는흙 속의 길을 예비한다. ……………………. 풀싹들은 헐거워진 봄 흙 속의 미로를 따라서 땅 위로 올라온다. 흙이 비켜준 자리를 따라서 풀은 올라온다.”
‘흙이 비켜준 자리’라…정말 예사롭지 않은 감성이죠?
봄에 피는 꽃에 대한 묘사들도 예술인데요. 글을 읽고 눈을 감으면그 꽃이 만져질 거 같아요.
“동백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그 꽃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버린다.”
“꽃 핀 매화숲은 구름처럼 보인다.이 꽃구름은 그 경계선이 흔들리는 봄의 대기 속에서 풀어져 있다. 그래서 매화의 구름은혼곤하고 몽롱하다.”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 있다.”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 목련은 자의식에 가득 차 있다. 그 꽃은 존재의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하늘을 향해 봉우리를 치켜 올린다”
제가 중3때 가보고 반한 광릉숲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그저 숲의 쭉쭉 뻗은 나무만 볼 줄 알았던 저와는 달리 그 곳에서 세조가 꿈꾼 왕도정치를 오버랩시키는 역사적상상력도 정말 뛰어나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두 권으로 구성된 책 중 1권밖에 안 읽었지만 정말 마음이 풍요로워진느낌이예요^^
남은 연휴 잘 보내시고 아이들 숙제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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