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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 수경샘
  • |
  • 2015-05-06
4

며칠 전부터 서재의 전원스위치가 고장나서 방안에 전등을 켤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저녁마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네요. 임시방편으로 책상 위에 스탠드 두 개를 밝히고 책도 보고 컴퓨터 작업을 합니다. 아파트 상가의 보수 센터가 자취를 감춘 지는 이미 오래이고, 하필 이사철이다 보니 인테리어 가게마다 분주하여 기술자가 오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ㅜ.ㅜ

대낮처럼 환한 전등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예전에 어렸을 때에는 전력이 부족해서 저녁무렵, 특히 저녁식사를 할 즈음이면 자주 전기가 나가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손닿는 곳에는 항상 손전등이나 초 등을 비상용으로 미리 준비해 두었지요. 가끔씩은 전기가 들어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으레 엄마나 일하는 언니에게 옛날얘기를 해 달라고 조르곤 했지요. 옛날얘기의 재미에 빠져 내심 전기가 나갔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던 철없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 변변히 없던 시절, 신기하고 재미난 이야깃거리들은 대부분 어른들이 들려주던 옛날얘기입니다. 유난히도 얘기 듣기를 좋아했던 나는 ‘옛날얘기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단다’라고 걱정하시던 엄마말씀은 아랑곳하지 않고 옛날얘기라면 귀를 쫑긋 눈망울을 말똥거렸지요.

 

컴컴한 저녁 희미한 촛불 아래 듣는 옛날얘기는 빠져 들기에 아주 좋습니다. 특히 비오는 여름 저녁, 그것이 귀신 얘기라면 더할 수 없는 스릴과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하지요.

 

빨간 손을 줄까, 파란 손을 줄까...

다락문이 스르륵 열리면서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이...

으흐흐...

꺄악!

 

동네에서 아이들과 뛰어놀기보다는 집안에서 얘기듣기를 더 즐겨했던 아이는 어쩌면 그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몰입하면서 집중력을 키웠는지 모릅니다. 듣기교육의 시작이었다고나 할까요.

 

책으로 보는 이야기도 좋지만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눈을 맞추며 듣는 얘기는 나름 묘미가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지요.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옛날 얘기. 그 모습이 그려지니 정겹기도 흐뭇하기도 하네요. 아이와 엄마가 손을 맞잡고, 서로의 달큰한 살냄새를 맡으며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때로는 무서운 이야기에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엄마의 품으로 달려들기도 하지요. 엄마가 해 주는 이야기이기에 집중도 더 잘 되고 완전 몰입도 가능합니다. 엄마와 아이가 교감하는 소중한 시간이지요. 이야기 듣기에 익숙해진 아이는 학교에 가서는 선생님의 말씀에도 집중하며 경청하게 됩니다. 듣는 습관이 자연스레 자리잡게 되는 것이지요. 어린시절에 일찌감치 다져진 경청하는 습관은 상호작용의 시작이요 타인과의 소통에 장을 열어주는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대부분의 옛날 얘기들은 마음씨를 곱게 쓰면 복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내용으로 아이의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됩니다. 교훈을 얻는가 하면 삶의 지혜도 배우게 되지요.

인성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부분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깨닫고 배우면서 형성되기도 합니다. 특히 어려서는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엄마로부터 말이며 행동에 이르기까지 고스란히 물려받게 되지요. 그 뿐인가요. 엄마의 가치관도 은연중에 아이에게 전달됩니다. 그야말로 엄마는 아이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인 존재임에 틀림없습니다.

 

아이와 살갑게 보내는 시간은 요리하기 나름입니다. 엄마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그림도 그리고 만들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책도 함께 읽습니다. 다양한 레퍼토리 중 옛날얘기도 한 켠에 꼭 끼어넣으면 좋을 것 같군요. 집중력과 상상력 그리고 기억력의 발달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엄마와 나누었던 따뜻한 교감의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도 있으니까요. 생각만 해도 행복한 시간입니다. 아이가 유난히 재미있어하는 얘기는 같은 대목이 여러 번 반복되어도 여전히 깔깔대고 웃어주니 고맙기도 합니다.

 

이다음에 시간이 많이 흐른 후, 내 아이가 기억하겠지요. 엄마가 이랬었다고.

그리고 그 때의 그 느낌을 가슴깊이 되새기며 훈훈한 마음속의 재산으로 간직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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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5-07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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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책은 많이 읽어주려고 했지만 이야기를 들려준 적은 별로 없어요..아는이야기가 없어서..라고 생각했는데..아빠가 아이들 재우던 날 오딧세이 이야기를 해주더라구요..아!그래..저런것도 이야기이겠구나..했네요..요즘은 둘째도 1학년이 되어서 엄마 학교다니던 얘기를 제일 재미있어 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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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mgreen
  • |
  • 2015-05-0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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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딸 옛날에 엄마가 어렸을때 엄마가~ 로 시작되는 엄마의 코흘리개적얘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오줌싸개로 이름을 날리던 엄마의 오줌이불. 엄마가 친구에게 돼지라고 놀림받고 찔찔 짜던 얘기들.. 이제는 아이와 나눌수있어 행복합니다. 늘 지금처럼. 아이와 나눌얘기와 시간이 있었으면 합니다..
저만의 욕심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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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정
  • |
  • 2015-05-07 16:09
답댓글

소복귀신 너무 무서워요~ 예전에 내다리 내놔를 들으면서 몇날 몇일 너무나 무서워하던 기억이 있어요 ㅎㅎ

요즘은 잠자리에서 불꺼놓고 아이랑 코를 맞대고 아이가 학교에서 속상하거나 싫었던 이야기를 소곤대고있어요. 남을 험담하거나 하는건 무조건 나쁜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이가 그런이야기를 하고싶어할때 가감없이 들어주기만하는것도 아이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고나면 아이도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해나가는것 같아요.

엄마에게 속풀이를 다 하고가니 좀 여유로운 마음이 생기는듯...

당분간은 임금님은 당나귀 귀~~ 해줘야 갰지요?^^

나중에 울딸이 울엄마는 뒷담화를 좋아해...라고하면...우짜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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