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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추는 거울

  • 수경샘
  • |
  • 2015-04-16
6

오늘도 출근길에 동부간선도로를 달리며 계절의 변화를 느낍니다. 눈부시게 화사하던 벚꽃도 사그라지고 이제는 철쭉들이 단장을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었던 길입니다. 연두 빛으로 물이 오른 여린 잎들도 봄이 중턱에 다다랐음을 알립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미꽃이 길옆의 담장을 덮게 되겠지요.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만큼이나 봄날은 시간을 재촉합니다. 한순간이라도 놓치면 이 좋은 봄날을 잃을 것 같아 부지런히 눈을 돌려 봄을 느껴봅니다.

 

출근하는 길엔 항상 라디오를 켜고 음악을 듣는 것이 오랜 습관이 되었습니다. 지난주였던가요. 라디오에서 청취자가 보낸 사연들이 소개되는데 아마도 ‘아이들의 말’을 주제로 한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유치원 선생님, 초등학교 선생님 그리고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다양한 사연을 보내왔습니다. 그야말로 기발하고도 기막힌 내용들로 웃다보니 어느새 학교까지 도착하게 되더군요. 사연들 중 기억이 나는 것이 있다면, 어느 유치원에서 아이들 간에 아빠자랑 배틀이 열리게 되었는데 한 아이가 ‘우리 아빠는 소주를 다섯 병이나 마셔!’ 그랬더니 다른 아이가 ‘우리 아빠는 열 병 마시고 토하고 또 마셔!’라는 말에 아이들이 모두 ‘우와~’라고 했다는 내용부터 늦은 밤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는 엄마에게 ‘잘~한다, 늦은 밤에. 눈나빠지게!’라고 잔소리한 아이까지. 그야말로 기발한 아이에 애늙은이까지 혀를 내두르게 하는 사연들이었습니다.

 

가끔 생각없이 던진 말에 아이들의 대꾸를 듣자면 놀랄 때가 있지요. 아이들 앞에선 물도 못 마신다더니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조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때로는 몸 둘 바를 모르게 난감하기까지 한 경우도 있으니 아이는 어른의 또 다른 거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입니다. 큰 아이가 7,8살 정도였을 때 인 것 같네요. 가끔 저녁이면 작은 아이들은 재워놓고 남편과 둘이 집 앞 호프집에서 맥주 한두 잔을 하며 소소한 얘기도 하고 나름 자유시간을 보내곤 했지요. 그럴 때면 큰 아이에게 ‘엄마 아빠, 너희들 교육 문제로 잠깐 얘기하고 올 테니, 동생들 잘 보고 있어.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몇 번의 저녁 외출이 이어지자 큰 아이도 낌새를 알아차렸는지 더 이상의 교육 어쩌고는 먹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딸아이가 그러더군요. ‘나도 빨리 결혼해서 저녁에 엄마, 아빠처럼 나가야겠어!’ 아마도 저희들만 떼어놓고 나가는 게 몹시도 못마땅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만 두고 저녁에 나가는 것이 얼마나 큰 모험이었는지... 그래도 무사히 지났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남편과 나누는 소소한 대화가 그 또한 소중한 시간이었으니 스트레스도 풀고 모처럼의 여유시간이기도 했지요.

세월이 지나고 나니 아이들이 그 시절을 기억할까 걱정도 됩니다. 저희들을 방치했다고요.

아이들에게 완벽하고 존경받는 부모가 되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어쩌다 만나는 사람들에겐 교양과 매너로 포장이 가능하지만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아이들에게는 속내를 들어 낼 수밖에 없으니까요. 혹여라도 엄마의 모순을 보이게 될까 걱정도 됩니다.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엄마로 비춰질까요.

 

아이들은 제한된 단어로 무한한 문장을 만든다고 하지만 그 무한한 문장들의 근원은 어찌 보면 엄마인 듯싶습니다. 누구보다도 긴 시간을 함께 하며 지내니까요. 좋은 말도 나쁜 말도, 짜증이 섞인 말도. 그 뿐인가요. 사소한 행동조차도 아이들에겐 여과없이 전달되니 좋은 점만 닮으라는 요구는 무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모범’이라는 말은 그저 내뱉기 쉬운 말일 뿐, 엄마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심사의 대상이라면 아마도 숨도 쉴 수 없을지 모릅니다.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아는 것도 많은 영리한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엄마의 자리는 언제까지나 확고부동한 절대적 위치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빈틈이 많아서 인간적인 엄마가 살갑고 편안할 수는 있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아직은 많은 것을 지도해 주어야 할 엄마는 품격과 위엄도 갖추어야 하니 오늘도 힘겹게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네요.

때로는 친구 같고, 때로는 인생의 선생님 같은 엄마.

엄마의 어깨는 무겁습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프로젝트! 포기할 수 없는 영원한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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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2015-04-16 16:08
답댓글
오늘 다른곳은 비가 내리는곳이 있나봐요~
여기는 따따한 햇살이 가득한 날이예요..
저희집에 아들같은 딸이 있다는걸
혹시 말씀드렸나 모르겠어요 ^^;
딸 아이의 모습을 보며 저의 모습이 자꾸 보여
민망하고 뜨끔하고 그럴때가 있답니다 ㅎㅎㅎ
신랑한테 더 미안하지요 엄마가 무뚝뚝해서
딸도 똑같다며 가끔 한탄을 하곤 하니까요 ㅋㅋ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어야하는 엄마자리는
참으로 어렵고 힘들기도 하지만
엄마가 되어서 느끼는 행복과 비교할수 없겠지요~~^^
좋은 엄마 되기 프로젝트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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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5-04-17 16:55
아들같은 딸^^
든든하시겠어요.
사실 저도 어렸을 땐 아들같은 딸이었답니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나니 역시 여자이고 엄마임을 학실!하게 느끼고 살죠.
좋은엄마를 위해 고고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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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영사랑
  • |
  • 2015-04-16 10:54
답댓글

저는 제 자신이 친정엄마 말투와 점점 비슷해지는 모습을 발견하고 요즘 종종 놀라요.^^;;

아침에 남편을 깨우면서도...
어? 이건 우리엄마 목소리랑 비슷한데? 하고 혼자 생각했다죠.ㅎㅎ

반면 남편은 날이 갈수록 시아버지를 닮아가더라구요.^^

자식이 부모를 닮는 것은 참 당연한 일인데..
재밌기도하구요.
제 자신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

예전에 초등쌤인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학기초 학부모 상담을 하면 엄마와 아이가 어쩜 그리 닮았는지...새삼 놀라게 된다구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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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5-04-17 16:57
그러게요. 알게 모르게 엄마를 닮는 것 같아요.
목소리, 말투, 사용하는 어휘까지...
그러니 엄마가 엄청 중요한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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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정
  • |
  • 2015-04-16 10:10
답댓글

수경샘~~ 오늘은 날씨가 뭐라도 쏟아질것 같네요~

밤에 선생님 글 읽고 아침에 컴으로 댓글 달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입이 열릴때부터 아이말은 잘 쓰지 않았던 딸래미는 점점 엄마의 말투를 닮아가서 깜짝 깜짝 놀랄때가 있어요.

저 입이 누구의 입인가 하구요~

어떨땐 무섭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가끔 엄마를 칭찬하는 예쁜 말이 나오면 내가 아이의 귀에 퍼 부어주는 칭찬과 독려의 말이 그냥 한귀로 들어가서 한귀로 나오지만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를 키우는건 즐겁기도하고 책임이 느껴지기도하지만,

잘 해보려는 마음은 놓지 않고 가려구요.^^

좋은 엄마되기 프로젝트. 좋은 내가 되려는 프로젝트와 함께 영원히 풀어야할 숙제로 잘 가져갈께요.

선생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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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5-04-17 16:59
감사합니다. 혜정님.
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 하지 않나요?
엄마를 닮는 딸이 예쁘고 대견스럽지만,
때로는 나의 안좋은 점을 닮으면 어쩌나 걱정도 된답니다.
제가 좀 차가울 때가 있거든요. 제 딸은 살갑고 상냥하고 달달한 여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하여간 우리모두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힘냅시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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