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이다.
외할머니댁에 간다.
해는 그야말로 따가워서 이쑤시개로 팔을 쿡쿡 찌르는 것 같다, 그때만해도 갸녀렸던 팔을.
삽작거리에 서서 앞을 내다본다.
바로앞에 실개천이 흐르고 가끔 실뱀이 떠내려가기도 한단다.
몇발짝만 더가면 그냥 논이다.
옆집 미영이네 것인지, 뒷집 순오네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낮의 뜨거운 열기에도 그들은 물을 머금고
대나무숲처럼 웅성이고 있다. 아직 진초록이 아니다. 노란 연두빛이 아주 눈부시다.
하늘을 올려본다.
산이다. 산이 있다.
묻고 싶어진다.
산끝은 정말 발도 디딜 수 없을만큼 뾰족할까?
저렇게 뾰족해서 아무도 설 수 없는걸까?
내가 볼 수 있는 저 산꼭대기에 있는 어떤 사람은 나를 볼 수 있을까? 그가 서있다면 나는 그를 볼 수 있을까? 있을까?
시간이 흘렀고, 마흔이 다된 나는 그 질문이 갑자기 떠오른다.
이제 알겠니?
그리고...하나더.
외국 사람은 과연 내 이름을 어떻게 부를까?
그네들의 귀에는 내 이름이 어떻게 들어갈까?
쾦메애랴?
니앏재뎌걎뎌?
이제 알겠니?
이제 다 알게 되었는데,
궁금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그냥 계속 궁금한채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알아서 뭐할건데.
몰라서 뭐할건데.
아직 철들라면 멀었다.
살아온 세월만큼 앞으로 더 살아야하는데,
나는 무직이다.
주부라고 외치는데, 아무도 직업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아니, 나 스스로 처절하게 외면한다.
나는 요즘 자꾸 헛헛하다.
마음이 고프다.
어른인데, 내 속엔 아이가 산다.
그런데, 거죽엔 주름이 늘고 머리는 하얘지고 있으니 이무슨 부조화인가.
최강희도 김희선도 맞는 보톡스로 뇌나 펴볼까싶다.
입주변을 부풀려본다.
어델봐도 동네 아줌마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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