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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 한마디

  • 빨강머리앤
  • |
  • 2015-03-13
39

작년 학기 초에 간이 철렁한 일이 있었어요.

초4였던 아이가 평소보다 늦게 집에 왔는데 어찌나 서럽게 울며 들어오는지 말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는 거예요.

괜찮으니까 말해보라고.. 다독이며 겨우 들은 이야기는..

자기가 선생님한테 '악마'라고 했다는 거에요...

OMG!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

왜 그랬느냐고 하니 같은 반 남자 아이가 선생님하고 농담처럼 '숙제가 너무 적어요.' '그래 ? 얼마나 더 내줄까?'' 더 많이 내주세요. '하며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네요. 선생님께서 '그럼 너만 특별히 숙제를 더 내주지~' 하며 씨~익 웃었는데 마치 그 모습이 악마의 웃음 같았다는 겁니다.

재미있는 분위기였고 원래 장난끼가 많은 아이인지라 장난으로 '선생님. 악마 같다~!' 했다는 거예요.

선생님이 갑자기 노발대발 화를 내시고 우리 아이 말을 듣지 못한 아이들은 상황파악도 안 된채 선생님한테 악마라고 말한 아이가 있다며 수군대고..

결국 남아서 명심보감 수십번쓰기를 하고 무척 혼이 난 모양이더라구요.

참 많이 속 상했지만 우선 아이에게는 "아무리 장난이어도 어른에게 해서는 안되는 단어가 있는데 네가 실수한 거 같다. 그리고 이 선생님은 장난을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인 거 같으니 앞으로도 조심했으면 좋겠다.. 어쨌든 네가 선생님을 화나게 했으니 엄마가 사과 전화를 드려야 할 거 같아.."라고 했습니다.

시간을 더 끌어도 안 될 거 같았고 (아이와 빠른 소통을 한다는 걸 알려드려야지 싶어서) 아이에 대해 오해를 하게 두어서도 안 될 거 같아서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금 막 아이가 들어왔는데 우리 아이로 인해 선생님 기분이 상하셨을 거 같아 전화드렸어요."라고 하니 선생님도 상황을 이야기 하시더라구요. "제가 어른에게는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지금도 타일렀고 앞으로도 계속 주의를 주겠습니다. 이 아이가 원래 속에 있는 생각을 잘 거르지 못하고 말을 하는 아이인데 이제 고학년이 되어서 그러면 안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나쁜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 상황에 우스개 소리를 한다는 게 그렇게 된 거 같네요. 죄송합니다. "라고 했는데 선생님께선 무척 단호하시더라구요.

그래도 아이가 그러면 안된다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누르며 말씀드렸죠. "아이의 단점을 잘 알고 있고 집에서 계속 지도하고 있어요. 제가 선생님께 한 두달 안에 고쳐질거란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아마 일년 뒤에는 많이 변해있을 거라고 말씀드릴 수는 있을 거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으면 바로 알려주세요. 아이와 대화를 더 많이 하겠습니다." 했더니

그제서야 선생님도 "네. 아이들이 크면서 변하죠.. 사실 그 사건 이전에 어떤 어이가 버릇없이 굴어서 화가 나 있던 차에 그런 일이 또 생겨서 제가 더 화가 나고 그래서 좀 심하게 야단을 친 것 같네요" 하시더군요.

"잘못하면 혼 나야지요. 잘 혼내셨어요."라고 했습니다.

 

2학기가 되었을 때 주제 일기 중에 '지우고 싶은 일'이라는 게 있었어요.

아이가 그 일기에 이렇게 썼더라구요.

'선생님한테 혼났던 날을 지우고 싶다.

그 일만 아니었다면

선생님은 날 모범생으로 보셨을텐데..'

그 일기를 읽고 선생님께서 코멘트를 달아놓으셨어요.

'악마 사건을 이야기 하는 거니? 선생님은 다 잊었단다. 그리고 넌 이미 충분히 모범생이야..'

한 학기 동안 아이의 마음에 있었던 응어리가 내려가는 순간이었죠.

그제서야 저도 조금 안심이 되더라구요.

 

2학기 학부모 상담때 다시 선생님을 뵈었을 때

선생님의 과한 칭찬에 민망할 지경이었습니다.

아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셨구나... 안도가 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희 아이는 누구의 도움을 받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도움을 받아서 작품을 내거나 숙제를 하면 반칙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글짓기나 미술도 100% 혼자 힘으로 해가는데 그러다보니 작품성은 좀 떨어져 보이더라구요. 근데 아이디어 면에서보면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게 아이답게 창의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항상 기술면에서 떨어지니 상을 못 받아요. ㅎㅎㅎ 그래서 늘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다 했는데 상이 없다고 슬퍼해요.. '라고 말씀드렸어요.

정말 혼자서 다 하느냐고.. 맞다고.. 아이의 아이디어가 참 창의적이라고 해주시더니

그 다음 글짓기에서 상을 받아왔더라구요.. ㅎㅎㅎ

 

제 철칙이 상담땐 빈 손으로.. 입니다.

빈 손으로 갔으니 뇌물을 쓴 것도 아닌데

아마도 제 말이 기억에 남으셨나봅니다.

 (혹. 오해가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상을 달라고 한 말이 아니었고.. 이 아이가 둘째인데 다방면에 다 잘하는 언니를 두어서 스트레스가 좀 있다는 이야기를 하던 중 나온 말이었어요. )

 

이제 5학년이 되었고..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아이가 자기 용돈으로 쵸코렛박스를 사왔어요.

4학년 때 선생님께 드리겠다면서요..

앙숙이 될 뻔 했던 선생님과 아이였는데...

이렇게 좋은 스승과 제자가 되어서 참 흐믓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 곧 상담시즌이죠?

선생님을 뵈면 내 아이의 단점을 크게 부각시키기 보다는

아이의 장점을 알려드리고

선생님께서 아이의 단점을 이야기 하시면 잘 교육하고 있다고 알려주세요.

엄마의 말 한마디가 백만원어치 뇌물보다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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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로릿
  • |
  • 2015-03-19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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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관련해서 마음다스리기 쉽지않은데 대인배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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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복이마더
  • |
  • 2015-03-18 14:03
답댓글
현명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폭발했을것 같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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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강머리앤
  • |
  • 2015-03-18 15:26
폭발하면 아이한테 안 좋으니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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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팁토
  • |
  • 2015-03-17 13:38
답댓글
추천만 누르고 갑니다~ 댓글은..이심전심이길 바라며~~~흐흫...언제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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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강머리앤
  • |
  • 2015-03-18 15:25
팁토님.. 저한테 하실 말씀 진짜 많으신가봐요..
ㅎㅎㅎ
그런데.. 저한테는 독심술이 없어서리... ㅋㅋㅋㅋ
길~~게 글 쓰실 시간을 가지실 수 있었으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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