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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비 한 고개

  • 수경샘
  • |
  • 2015-03-04
11

긴 방학이 지나고 개강입니다.

커다란 포부와 꿈을 안고 대학에 들어 온 새내기들을 만나게 되겠지요. 매해 신입생들을 만날 때면 학생도 교사도 설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학생들이 들어왔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됩니다. 똘망똘망 모두가 귀엽고 대견하죠. 어려운 공부를 마치고 경쟁을 뚫고 들어오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학생들을 보면 뒷바라지에 노심초사했을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가슴이 찡~ 하기도 합니다. 내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보니 더욱 그렇더군요. 다 나와 같은 맘으로 자녀들을 이만큼 키워 대학에 보냈을 부모님의 마음과 정성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귀한 아이들입니다.

 

사실 결혼에 그닥 관심이 없던 나는 아이들도 그다지 예뻐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고나 할까요. 느지막이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결혼을 하고 어쩌다 아이 셋을 갖게 되었으니 오래도록 나를 지켜보았던 지인들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유치원생이 되면 또래 아이들이 다 내 아이 같고, 중학생이 되어 교복 입은 학생들을 보면 남 같지 않으니 사람의 마음이란 참 알 수가 없습니다. 이젠 군복입은 군인만 보면 가슴이 짠~ 한 것이 모두 다 애처로워 보입니다. 혹시라도 트럭 뒤 칸에 올라타고 이동하는 군인들이라도 눈에 띄면 초콜릿이라도 주고 싶고, 시골 길목에서 교통 통제에 바쁜 군인을 보면 떡이라도 주고 싶으니 군인 아들을 둔 엄마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남들 하는 건 다 해봐야 한다고 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결혼도 일단은 해 봐야 하고 남들 다 갖는 아이도 낳아봐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하지요. 아이를 키워보니 그 기쁨과 행복의 맛을 알겠고 보람도 느끼게 됩니다. 그 뿐인가요. 속터지는 엄마 맘도 알게 되고 인내심도 배우게 됩니다. 이러저러한 경험들이 결국 오늘의 나를 만들어 가네요. 차가운 이성과 논리로 무장했던 지난 시절이 어느덧 지나가고 이제는 걸핏하면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짜내기 일쑤인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TV 다큐 프로그램 시청은 피해갑니다. 심지어 감성이 풍부한 노래라도 들으면 콧등이 시큰해 오니 말랑말랑해진 자신을 들여다보며 이게 바로 세월이구나를 느끼게 됩니다. 한편으론 나이듦의 미학에 빠진다고나 할까요.

 

자신이 나이든 모습을 보이기 싫어 친구 만나기를 기피한다는 지인이 있습니다. 말끝마다 늙지 말자. 늙지 말아라. 스트레스는 피해야 하며 자기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입니다. 그래서인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긴 하지요. 여자도 아닌 남자가 그러니 때로는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일장 연설 아닌 연설을 했습니다. 나이 들어감이 그렇게 나쁜 것만도 아니요. 내 안에 채워가는 것도 있으니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받아들이라고요. 오히려 늙지 않음이 좋은 게 아니라 말했습니다.

시간이, 세월이 거저 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적당하게 익어가는 인생도 즐길 만합니다. 내 안에 채워지는 것 또한 있으니 감사하고요. 매사에 여유가 생긴다고나 할까요. 지혜는 평생을 쌓아 가야 할 숙제입니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모레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길 바래봅니다.

 

아이들은 커가면서 제 그릇을 채워갑니다. 어려서는 엄마의 지원이 절대적이지요. 크기도 내용도 엄마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합니다. ‘혼자서도 잘 해요’는 그저 말하기 쉽고 듣기 좋을 뿐입니다. 아이의 그릇은 이왕이면 크게 시작하는 것이 좋겠지요.

‘밥을 빌어먹어도 밥통은 커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른들의 말씀이지요. 일단 포부는 크게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아이가 제 그릇을 차근차근 채워 가듯, 어른이라는 엄마, 아빠도 아이의 성장과 함께 배우고 채워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비워야 하는 부분도 물론 있고요.

생각이 많은 사람, 걱정이 많은 사람이 머리가 좋다고 합니다. 어쩌면 채움과 비움을 적절히 조절하는 이가 진정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왕이면 일찌감치 현명할 수 있다면 더욱 감사할 것 같네요. 대세에 지장이 없는 것, 때로는 그냥 눈감고 지나쳐도 될 일들을 순간순간 잘 판단할 수 있는 직관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들을 키워놓고 보니 별일도 아닌 일에 목숨을 건 듯 덤벼들었던 기억과 아이를 다그쳤던 기억, 조바심과 걱정으로 하늘이라도 무너진 듯 호들갑을 떨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유치원을 마치면 한 고비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또 한 고비를 넘깁니다. 그리고 대학이라도 들어가면 큰 고비와 고개를 넘어 홀가분할 듯 하지만 인생사가 그렇게 단순 명확하지 않으니 조~ 앞에 또 다른 고개가 드러납니다. 넘어야 한다는군요.

 

이제 만나게 될 신입생들은 부모님의 보살핌 속에 마주하는 고비와 고개를 무사히 넘기고 그 자리에 오게 된 아이들입니다. 선배의 마음으로 엄마의 마음으로 보듬으며 조~ 앞에 나타날 고개를 무난히 넘어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 잘 해 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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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정
  • |
  • 2015-03-05 15:28
답댓글

수경샘!!안녕하세요~^^

언제나 수경샘의 글을 보면 어딘가에 다른 내가 있는듯한 느낌을...받습니다~

아이는 별루였는데,그래서 결혼하고도 5년을 일하며 놀며 지내다

내새끼를 보고나니 그게 또 끔찍하게 이뻐져서 엄마가 해야할 모든 일들을 이겨내게 되더라구요

너무 챙기나 싶어 슬슬 자질구레한 일들은 손을 놓기시작한지 9개월.

아이는 엄마의 생각보다는 잘 커가고있고, 그렇다고 엄마가 지켜보지 않는것은 아니니

오히려 관계는 좀 더 나아지는것 같아요.

아직은 혼자서기는 어리지만 주장도 강하고 고집도 세어서 자꾸 부딪히는건 좋지 않을듯 하더라구요.

어쩌면 말씀대로 유치원 고비넘기고 이제 초등시절도 가운데여서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서로 배려하는 때인가 싶어서 그냥 즐기고있으면서  다시 고비가 왔을때 잘 지내려면 그저 좋은게 좋은거다?^^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있습니다.

지금은 평화의 기간이지만, 다시 찾아올 혼돈의 시기가 오면 지금의 좋았던 기억으로 버틸수 있기를 바라면서.

학교앞은 일학년 꼬마들의 물결로 출렁입니다.

학교에 잘 가기만해도 자랑스러운 그시절.

내아이는 이제 좀 컸다고 꼬맹이들은 귀엽고, 내아이는 제법 언니티가 나서 덜 귀엽네요 ㅎㅎ

아마 선생님 말씀처럼 한고비 넘어서 다음 고비 기다리면서 아이도 자라고, 엄마도 자라고있나 봅니다.

더하기 빼기가 뭐라고 전쟁통처럼 애랑 씨름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좀 우스운 생각이 들지만,

그것또한 지나왔으니, 앞으로는 좀 더 우아한 엄마로 있게되길 바라면서~

오늘은 햇살이 따뜻하네요~ 내일이 경칩이래요^^

아이들 없이 봄맞이 나들이라도 가야할것 같은 시간.

좋은데 가서 차한잔, 햇살 한모금,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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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5-03-06 22:32
어쩔 수 없이 넘어야만 할 고비와 고개들이 줄을 서는 것이 인생이겠지요
그래도 아이들은 엄마가 손을 잡고 지켜보기에 수월할 수도 있어요
긴장도 나쁘진 않겠지만 다음 고비를 위해 휴식기도 필요할 것 같아요
가뿐히 넘기 위해 재충전의 시간
지금 혜정님이 그 여유의 시간을 갖고 있는 듯 합니다
적당한 시기가 되면 아이의 손을 다잡고 힘을 실어 줘야겠지요
적당한 힘조절이 엄마의 지혜란 생각이 듭니다
멋진 혜정님!
화이팅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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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향유
  • |
  • 2015-03-05 11:42
답댓글

제자신이 부족하고 모르는 것 투성이인 엄마인데 세 아이의 엄마이고, 큰며느리이고, 아내인 것이 때로 무척 버겁게 느껴질 때가 종종있어요. 아이를 혼낼 때마다, 혹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마다 '이것이 과연 옳은 판단인가?' 갈등도 많구요. 인생은 정말 한 고비, 한 고비 산을 넘는 것과 같아요.

제가 지금 옳다고 판단하고 처신하는 일들이 나중에는 후회로 남을 수도 있겠지요.

아이들을 위해서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일들이 아이들에게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희망찬 3월인데 고민만 한가득입니다.

 

하지만 수경샘님의 글을 읽으니 한편 위로가 되기도 해요 ^^

수경샘의 글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는 들뜬 기분이 느껴져요. 올한해 신입생들과 멋진 만남 가지세요~!!

잘 하실 수 있을 거라 확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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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5-03-05 13:11
꽃향유님의 댓글을 공강 시간중 커피를 마시며 읽고 있어요
왠지 가슴이 뭉클 눈물도 핑 도네요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서겠지요
한참 힘들던 시절이 떠올라 공감 백퍼입니다
꽃향유님
슬기롭게 스트레스에 대처하며 긍정의 나를 유지하시길 바래요
때로는 과감하게 잡념도 털어내시고요
봄이 옵니다 힘내세요!
함께 화이팅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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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love
  • |
  • 2015-03-05 11:16
답댓글

이젠 좀 편안해지겠지 하다보면 또 다른 고개가 기다리고 있어요. 

인생길마다 넘어야 할 고개들이 계속 이어진다는 걸 실감합니다. 

특히 아이들 교육문제에서 더 많이 느끼네요.

채우고 또 비우고를 반복하다보면 지혜로운 어른이 될 수 있겠지요?

좋은 글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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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5-03-05 13:19
아이들 교육 문제는 엄마들이 피할 수 없는 고개임에 틀림없어요
더구나 적절한 시기가 맛물려야 하니 예민할 수 밖에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한마음이 되면 그나마 수월할텐데~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한고비 한고개 넘을 때마다 쌓이는 저력이 있으니 다행인 점도 있습니다 경험이 지혜를 동반하기도 하죠
적당히 견딜만큼만 높은 고개이면 좋겠습니다^ ^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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