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일하는 짬짬히 게시판 들여다보며 글도 올리고 쑥쑥 엄마들과 댓글주고받는 재미에 폭 빠져 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게시판을 떠난지 벌써 2년여가 되었네요.
기억하는 분도 계실 것이고, 누구길래 근황씩이나 되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나 하시는 분도 계시겠네요.^^
그간 소식을 요약하자면, 제작년 여름 사업장을 옆으로 이전하면서부터 바빴더랬습니다. 나이 마흔에 단행한 거사(?), 노년까지 자부심으로 지켜갈 사업장을 꾸린다는 목표하에, 인테리어공부부터 시작해서 설계도 직접, 마감 자재 하나까지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고르는 유난을 떨어대며 이전한 사업장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일이 예전보다 많아지고 바빠졌습니다. 엄마의 커리어만 생각하면 좋아야하는게 맞는데, 장 볼 짬을 내지 못해 냉장고의 찬거리는 똑 떨어뜨리는 날이 허다하고 집안일은 뒷전에, 늘 최우선순위로 챙기던 아이 교육조차 먼산으로 가고 있으니, 워킹맘이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포기할 부분은 마음을 비우고 있는 것이 요즘 저희집 상황입니다.
이제 6학년이 되는 림이 소식도 전하자면, 여전히 밝고 건강하게 잘 크고 있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한동안 배우가 되겠다고 하고 다녀서 그 뜬금없음으로 주위를 놀래키기도 하고(끼도 외모도 평범합니다.) 요즘은 걸그룹 멤버가 되겠다며 친구들과 댄스그룹도 조직하고 문화의 집에서 일주일에 두번씩 방송댄스도 배우고 있습니다. 몸치에다가 스스로도 친구들중에 가장 춤을 못춘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솜씨로 명절때 공연을 해서 어른들에게 큰웃음도 선사하구요.
뭐든 욕심을 좀 가지고 열심히 해주었으면 하는 엄마의 바램과는 달리, 어떤 상황에도 서두르거나 욕심 부리는 일 없이 자기 페이스(?)대로 느긋하고 여유만만인 성격이라 옆에서 지켜보면 복장이 터질때가 많고 한옵쎄하는 내 뱃속에서 어떻게 저런 아이가 나왔나 싶을때도 있지만, 최소한 엄마처럼 스스로를 일로 공부로 몰아붙이는 성격은 아니니 너는 너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겠다 싶기도 하구요. 인간관계가 서툰 저와 달리 교우관계 스트레스가 없고 어디서든 잘 융화되는 아이의 성항 또한 아이 교육으로부터 어느정도 마음을 비우게 된 요인이기도 하네요.^
원래 몽상가적 기질이 농후한데다가 일주일에 두번 쓰는 일기를 그마저도 쓰기 싫어, 꽁수로 시를 끄적 거려 채운 것이, 찾아보니 3학년때부터 써온 시가 기십편에 달하네요. 책으로 제본해서 남겨두려고 타이핑중입니다.
그중 몇편을 올려볼까해요.
나쁜 빗방울
( 2012년 5월)
투투욱 툭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쏴아 톡톡 빗방울 체조하는 소리.
비가 오면 아이들은 도망가요.
연못은 비를 잡아먹지요.
살아있을때 나쁜 짓을 하면
두번째 삶에서 불행을 겪는다는 데
비는 얼마나 나쁜 일을 했으면
사람들이게 그렇게 미움을 받는 걸까요.
혹시 비는 돌아가시기 전에
나쁜 짓을 한 우리 조상님들이 아닐까요.
히틀러처럼 역사에서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이 아닐까요.
지구는요? 전쟁
(2012년 8월)
지구는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들을 수는 있다.
사람들이 욕하는 것을.
지구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볼 수는 있다.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지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느낄 수 있다.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을.
지구는 읽을 수 없다.
하지만 뜻은 안다.
"전쟁'이라는 글자.
잘난척 여우(2013년 12월)
여보세요?
여러분 안녕.
여우예요. 난 아주 특별해요.
여객기도 운전하고,
여객선도 운전하고,
여배우할때
여우주연상도 탔고,
여우콩도 키우고,
여치도 잘 잡고,
여권도 가지고 있고,
여행도 여덟 번이나…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기 갑자기 이렇게 끊으면 안돼죠!
빋
일본지렁이(2013년 12월)
지난밤,
지렁이 한 마리
지네를 만나 여행을 떠났다.
지그재그로 슬슬 기어서
지구 한바퀴 돌아
지쳐서 일본에 도착!
지금 시각은 새벽 1시 27분,
지진때문에 갈라진 담을 따라
지그재그로 긴다.
지렁이와
지네.
비둘기(2013년 12월)
비둘기가 또박또박 걸어와
비비비비 머리를 내 다리에
비벼댄다 귀엽게
비둘기는 구구구 우는데
비비비 왜 요놈은 이렇게 울지.
비벼댄다 자꾸만
비옷에다 대고 비벼댄다.
비비비비
비비비비
비바람 몰아친다.
비둘기 데리고
비틀비틀 집에 가야지.
5학년때 쓴 시 두 편은 지난 여름과 올 겨울에 어린이 동아 문예에 당선이 되었어요.


이 시들을 읽은 어떤 분이 아이가 아프리카에 꼿혀 있다고 해써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의도적으로 세계 아동인권, 환경에 대한 책을 많이 읽히긴 했습니다.^
영어시도 있었어요.
3학년 겨울방학때 쑥쑥 쓰기반에 참여했을때 프로스트의 시를 읽고 영감을 받아서 쓴 영시입니다.
A Dark Night
The moon makes a silver light
and drops it below the woods.
The trees give a silent cry
as the darkness swallow them all.
The owl makes a loud screech
to wish them all good night.
But when daylight shines, nobody wonders
the dark night of the past.
Kids learn lots at school but they never learn about
the dark night of the past.
The moon let out a sigh, and thinks
‘Will the people ever know?’
the things that happened in
the dark night of the past.
그림그리는 것도 여전히 좋아해서 내키면 이렇게 그림도 한번씩 그려줍니다.

이건 엄마가 보기엔 잘 그린 것 같아서 액자로 아이 방에 걸어주었어요.
작가가 되겠다고 쓰다만 대본도 여러편, 몇페이지씩 쓰다 만 한글 소설, 영어 소설도 여러편. 여전히 다작하지만 완성하지는 못하는 만화책들.. 여러가지로 꿈은 많이 꾸는데 근성을 가지고 끝까지 하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짧은 시들만 완성작으로 남았네요.^
영어는 반년이상 손놓은 상태로 가다가, 어설픈 자기주도로 지금은 어느정도 명맥을 유지중입니다.
여전히 영어는 학원없이, 수학은 일주일에 한번 사고력 수학학원을 다니고 있고, 매일 피아노학원 및 , 일주일에 두번 문화의 집에서 방송댄스, 주 1회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있습니다.
영어는, 매일 6-7page의 nonfiction article하나씩 읽고 듣고 그속의 어휘 익히고 관련된 짧은 글을 쓰고 자기전 뉴베리 30분에서 한시간씩 읽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학년때 엄마표로 꾸준히 해온 보람은 있어서 여름방학때 청담어학원 레벨테스트를 했었는데 리딩레벨이 높게 나와 상담하시는 분을 놀래키기도 했네요. 고학년 들어서면서 아이가 역사,인문 쪽 보다 실험, 탐구 관찰을 좋아하는 성향이 두드러져 이과쪽 적성에 무게를 두고 퇴근하면 수학 선행공부를 조금씩 봐주고 있는데 다시하라면 못할 엄마표 영어는 비할 바가 못되네요. 영어는 수고롭긴 해도 즐기면서 했는데, 수학은 연필쥐고 계산하기 싫어하는 딸래미랑 실갱이 해가며, 노트에 식쓰고 문제푸는 습관 들이는데만 근 일년이 걸렸습니다. 화장하면 사리가 수십개는 나오지 싶어요.^^
쑥숙은 가끔씩 들어와 밀린 게시판 글 몰아서 읽고 가곤 했습니다.
간만에 글 올리자니 머쓱하기도 하고, 그간 짧은 댓글로조차 소통의 끈을 놓았던 분들께 미안하기도 합니다. 소식을 한번 전하려는 마음은 늘 있었어요. 이제 옮긴 직장도 자리를 잡았으니 한번씩 들어와서 예전처럼 인사도 나누고 하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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