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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 난 뿔이 우뚝하다!

  • 수경샘
  • |
  • 2015-02-05
8

입춘이 지났으니 길고 지리했던 겨울이 저만치 물러가는 느낌입니다. 이제 추위는 다 가고 곧 꽃피는 봄이 오겠지요. 이맘때가 되면 곧 있을 아이들의 입학을 앞두고 준비하느라 분주했던 날들이 기억납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아이의 입학을 앞둔 엄마들의 그 마음, 다 똑같겠지요?

 

첫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할 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첫아이라 떨리고 설레고 마음은 부산합니다. 열린교육을 한다는 유치원에 원서를 넣었는데 경쟁률이 엄청 높았습니다. 요즘도 유명한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들은 임신 중에 원서를 미리 써야 한다니 경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어쩌면 요즘이 더욱 치열한 것 같기도 하고요. 20여 년 전이지만 당시에도 유명 사립유치원들의 경쟁률은 만만치 않았으니, 추첨하던 날의 그 긴장감은 지금도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내 아이의 번호가 불렸을 때 느꼈던 그 기쁨과 감격. 눈물까지 핑 돌았으니 지금 생각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네요.

순수하고 아직은 미숙했던 초보 엄마. 엄마는 아이와 함께 그렇게 커 가는 것 같습니다.

 

둘째인 큰 아들은 생일이 일러 7살에 초등학교에 입학을 해야 했습니다. 설렘보다는 근심이 앞섰으니, 겨우 제 이름 세 글자를 깨우치고 입학한 아들입니다. 일찌감치 스스로 한글을 깨우친 누나와는 달리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까지 한글 배우기를 거부했지요. 학교 가서 배울테니 걱정말라고요. 무슨 배짱인지 도통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름은 써야한다며 겨우 어르고 달랬습니다. 커다란 스케치북을 식탁에 올려놓고 매일 짬을 내어 색연필로 이름쓰기를 연습했지요. 왼손잡이여서 그랬는지 거울에 비친 듯 방향이 뒤집힌 글자들. 그래서 글씨만은 오른손으로 쓰라고 사정을 하며 붙잡고 가르쳤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들이 글자를 처음 쓸 때, 일명 ‘거울 효과’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네요. 거울에 비친 글자의 형상으로 글자를 쓰게 된다는 이론인데 자연스레 치유가 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름 세 자 쓰다 겨울이 다 가고 입학시기가 되니 이런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졸이는 상황인지 암담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도 아이는 ‘엄마, 걱정마세요. 학교가서 다 배울게요’라며 달랑 제 이름 세 글자 쓰고는 씩씩하게 학교에 들어갔습니다. 한글을 줄줄 읽고 능숙하게 쓰는 아이들 속에 우리 아이는 유일하게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아이였고 담임선생님마저 의아해 하셨지만 걱정하지 말라 위로해 주셨습니다. 사실 읽기와 쓰기는 초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과정인데 오히려 내 아이가 정상일지 모른다며 애써 위안을 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으니 그저 난감할 따름이었지요ㅠㅠ

 

입학 후 며칠이 지난 후, 12시면 집에 와야 할 아이는 오지 않고 얼마가 지났을까요.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학교로 달려갔지요. 얼굴이 붉게 상기된 아이는 끙끙대며 칠판의 글씨를 연신 쳐다보며 알림장 내용을 베껴 쓰고 있었습니다.

국어 교과서에서는 이제 겨우 ㄱ,ㄴ,ㄷ...을 배우는데 알림장이라니...

다른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고 안타까운 마음에 담임선생님이 대신 써준다 해도 마다하고 1시간이 넘도록 끝까지 고집을 피우니 선생님도 꼼짝없이 아이를 지켜보고 있더군요. 쓴다기 보다는 철자를 그리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이가 작업을 마칠 때까지 어쩔 수 없이 기다렸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받아쓰기 시험이 시작되었고 첫 시험엔 2문제를 맞아왔습니다.

‘내 그럴 줄 알았어. 그러게 엄마가 하자고 했을 때 한글을 공부했으면 좀 좋아?’ 맘속으론 굴뚝같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습니다. 자존심 강한 아이가 얼마나 속상할까, 후회될까를 헤아리니 마음도 아프고 야단친다고 달라질 것도 좋아질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아들의 자존심이 손상 받을까 걱정되었지요.

 

‘이 어려운 받아쓰기를 두 개나 맞았어? 한글 배운지도 얼마 안되었는데 정말 대단해! 곧 잘 할 수 있겠는데, 정말 잘 했어!’

 

도 닦는 심정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받아쓰기라면 한 번도 틀린 적 없는 누나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자신과 비교하며 자랑할 만도 한 딸아이가 묵묵히 동생의 받아쓰기 공부를 도와주었으니 고맙기도 했습니다. 서너 번의 받아쓰기 시험을 지나 완전히 다 맞아오는 아들이 대견해 졌으니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들여다보고 더 쓰면서 화장실까지 책을 들고 들어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믿음직스럽기까지 했으니 아들에 대한 기대와 신뢰는 아마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른들이 말씀하십니다. ‘나중 난 뿔이 우뚝하다’고.

 

조금은 어눌하고 조금은 늦는 것 같아도 결코 늦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엄마의 조바심이 아이보다 먼저 앞질러 나가 있는 것이지요. 아이가 자세를 가다듬고 출발선에 제대로 서기를 기다려봅니다. 준비된 아이는 언제든 달려 나갈 수 있으니까요.

아이가 준비되기를 기다리는 것도 엄마가 감당해야 할 과제인 듯싶습니다.

아이의 입학으로 들떠있는 엄마들에게 꼭 필요한 마음의 여유를 권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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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영사랑
  • |
  • 2015-02-07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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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리 평생의 시간을 두고 생각한다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닌질데...눈앞의 것에 집착하는
조급한 엄마가 되기도 합니다.^^;;;
마음을 잡아주시는 글~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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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5-02-26 18:33
제가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어도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여전히 저 자신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이제 겨우 배움의 터로 입문하는 아이들, 앞으로 창창하죠.
올바른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만 길잡이를 해 준다면, 속도를 붙이는 것은 어찌보면 아이들 자신의 몫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엄마는 그저 옆에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아이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거죠.
그래야 꾸준히 속도를 붙여 제 앞길을 걸어나가지 않겠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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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미샘
  • |
  • 2015-02-06 10:24
답댓글

늘 제마음속에 우리애가 늦어 근심이라 생각했는데 제가 아이의 발달을 잘이해하지 못하는것이었어요
준비가 될때까지기다려주면 쑥 성장할텐데 너무다그친게아닌지 미안해지기도하네요 입학해서도 잘해줄것이라 믿어주려구요 좋은글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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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5-02-26 18:36
조금 이른 성장이 뭐 그리 대단하겠나 싶어요
준비기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지요. 어찌 보면 더 탄탄하게 다지고 출발할지도 모르죠.
엄마만 조급할 뿐입니다.
아이가 불안하지 않게 여유있게 준비할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가 최선입니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적절한 순간에 한번씩, 아이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세요.
꼭, 잘 해 낼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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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지서맘
  • |
  • 2015-02-06 06:55
답댓글

이른 아침부터 샘의 좋은 글에 눈물이 핑 돌려고 합니다..... 저도 둘째 아이가 이제 2학년 되는데 작년 일년을 아니 지금까지도 얼마나 맘졸이며 아이를 자꾸만 다그치려고 하는지요.....ㅠㅠ

아직 준비가 안된 아이인데...... 12월생이라 늦되는 아이를 거기다 제가 더 신경써주지도 못해놓고도 자꾸 언니와 비교를하니 .... 물론 맘속으로 한거지만 은연중에 들어나지 싶어요....ㅠㅠ

조금씩 좋아지는거 보면서 칭찬해주고 좀더 느긋하게 기다려야할려나 봅니다....^^;;

저희 큰아인 샘이 많아서 동생 칭찬받는거보면 샘내고 저한테 투정도하는데 수경샘님 큰아인 참 대견하네요...ㅎㅎ 나중난 뿔이 우뚝하다.....

잊지말고 좀더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야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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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5-02-26 18:38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한 순간
도닦는 엄마가 되어야 할 순간
결정적으로 아이에게 적절한 도움이 되는 순간을 포착해야겠지요.
엄마는 왜케 어려운걸까요?ㅜ.ㅜ
샘이 많은 언니를 위한 팁을 드리자면,
동생을 칭찬할 때, 언니의 장점을 한가지씩 들어 함께 칭찬해 보세요.
언니의 너그러움이나 동생을 위하는 장점 그런거라면 더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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