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시그마님이 올려주신 신혼여행 후기를 읽고서, 저도 잊지 못할 제 신혼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고파 이렇게 글을 쓰네요~ㅎㅎ
저는 2004년 5월 어느 봄 날 결혼식을 올리고, 필리핀 보라카이로 신혼여행을 떠났답니다. 지금은 보라카이 직항이 많이 있는데, 그 때만해도 대부분이 마닐라를 거쳐 가야 했기 때문에.. 인천-마닐라 비행기 탑승 후 필리핀 국내선 경비행기를 1시간정도 타고 그 다음 차로 2시간여를 이동한 후에 다시 또 배를 타고 선착장에 내려.. 필리핀 오토바이와 리어카가 합체된 형태로 된 이동수단(트라이시클)을 타고 겨우겨우 숙소에 도착했다지요.
너무나도 좋았던 보라카이의 바다..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석양은 그야말로 으뜸이었지요. 하룻밤을 보내고 그 이튿날 오전, 제트스키를 예약해놓고 시간이 약간 남길 래 바나나보트를 타기로 했답니다. 같은 상품을 예약했던 다른 커플과 안면식을 갖고, 함께 타기로 하고 드디어.. 바나나보트 위에 앉았어요.
대부분 현지 배를 운전하는 분이 일부러 바다에 떨어뜨리기 위해서 험하게 이리저리 왔다갔다 운전을 하는데.. 그러면, 그냥 자연스럽게 바다로 떨어지면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꼭 떨어지면 죽을 것처럼 저는 바나나보트를 부여잡고 버티기 시작합니다. 못 떨어지겠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제 앞에 앉았던 사람, 바로 신랑이 먼저 떨어지면서 그 발뒤꿈치에 저의 콧등이 제대로 맞아.... 코뼈가 2등분이 되었답니다. 결국 저도 물에 빠지게 되고.. 찰나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난 줄도 모른 채 물 밖으로 고개를 빼내니.. 코피가.. 이건 코피가 흐르는 게 아니라 그냥 쏟아지더라구요.. 그 운전하던 현지인들도 너무너무 놀라고, 신랑도 너무너무 놀라고... 순간적인 아주 강한 힘에 의한 골절이기 때문에 코뼈 라인과 수직으로 그대로 두동강.. 신랑이 저를 보자마자 하는 말.. “야... 나갔다”.... 이 말인즉슨 제대로 부러졌다. 뭐 이런뜻이었지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신랑이 부러진 코 뼈를 제자리로 밀어 넣었는데.. 대충 그 자리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뼈가 여러조각으로 부서진 게 아니라 가능했지요.. 그 때 당시 여행사 직원은 이 커플을 다시 한국으로 보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엄청 했었다능 후문이....
겨우겨우 신혼여행지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 이사태가 일어났는데. 다시 그 여정을 돌아 한국으로 가기는 싫고.. 그 땐 보라카이에 병원도 없었고, 병원이라고 데려간 곳은 그야말로 허름한 쓰러져가는 건물에 약 몇 가지가 전부인 건물이었어요. 그래서 그냥 준비해 간 타이레놀 먹으며, 얼음 맛사지하며 아픔을 견뎠지요.. 하아아.....다시 생각해도 눈물 찍... ㅠㅠ
그런데, 통증도 통증이지만 그 다음날이 되니.. 골절된 주위로 부기에 멍이.. 양쪽눈으로 아주 시퍼렇게 들어서... 신혼여행 사진이 온통 썬그라스만 쓰고 찍은 사진이라는..ㅠㅠ 시간이 갈수록 멍이 양쪽 볼로 내려와 가리느라 힘들었어요..
신혼여행 후 친정에 들러서 이런이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앞에 앉아있던 사람 발에 맞아 코뼈가 부러졌다고 이야기했어요.... 그 앞사람이 신랑이라는 것은 결혼 10주년이 다 되어갈 때 즘 친정식구들은 알게 되었구요.. 차마 신랑발에 맞아서 코뼈가 부러졌다는 말은 저도 신랑도 못하겠더라고요.. ㅎㅎ
배멀미가 너무 심해 일일호핑투어(낚시투어)를 가서도 시체처럼 배바닥에 널부러져 있었고, 새신부가 양쪽 눈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 예쁜 신혼여행 사진도 못 찍고... 정말 우울했어요.. 그래서 제가 버릇처럼 보라카이는 다시 가고 싶다고. 제대로 된 상태로 좀 다시 즐기고 싶다고..
이게 바로 저희가족이 여러 번 보라카이를 방문하게 된 이유랍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바나나보트는 쳐다도 안본다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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