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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미소

  • 수경샘
  • |
  • 2014-12-10
18

얼마 전 우연히 가상의 절벽을 건너는 유아들을 실험하는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가상의 절벽을 사이에 두고 한 쪽엔 엄마가 다른 한 쪽엔 아기가 있습니다. 절벽은 투명한 판으로 덮여있고 아이가 건너기엔 아찔한 정도의 깊이입니다. 맞은편의 엄마를 보고 아이가 기어갑니다. 엄마의 표정이 무표정하게 굳어 있는 경우, 아기들은 하나 같이 가상의 절벽 앞에서 주춤하며 엄마의 눈치를 살피다가 절벽을 건너지 못하고 포기합니다. 또 다른 실험은 맞은편의 엄마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기를 부르며 격려합니다. 조금 전 실험에서 가상절벽을 건너지 못했던 아기들이 이번엔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 성공적으로 건너가더군요.

같은 조건의 상황에서 엄마의 표정 하나가 아이에게 용기와 격려가 되는 단적인 실험입니다. 엄마의 미소가 갖는 마력이라고나 할까요.

 

큰 아들이 어렸을 때 바이올린을 배웠습니다. 4-5세 아이부터 중등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발표회를 가졌지요. 말이 발표회지 사실 이제 막 활을 잡은 아이부터 제대로 된 곡을 연주하는 아이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 한 달간 갈고 닦은 실력을 복습 겸 엄마들에게 들려주는 시간입니다. 꼬맹이 초보들은 앞줄, 뒷줄로 갈수록 고수들이 배열되고 기초곡 부터 다함께 합주를 합니다. 곡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뒷줄에 선 아이들이 연주를 하게 되고 앞에 선 아이들은 선배들의 연주를 들으며 청음공부를 하게 되지요.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감상이라기보다는 혹시라도 틀릴세라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아이들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작은 사이즈의 장난감 같은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하는 아이들은 마치 움직이는 인형 같지만, 엄마들에겐 곡 연주를 완벽하게 해 내어야 하는 작은 로봇입니다. 합주 도중 음이탈이라도 하게 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금세 빨갛게 달아오른 두 볼과 겁에 질린 눈망울로 엄마를 쳐다봅니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한 아이도 있습니다. 아이의 연주를 지켜보던 엄마의 안색이 굳어집니다. 심지어 매서운 눈초리로 아이를 노려보는 예민한 엄마도 있습니다. 엄마의 미소가 절실한 순간이지만 엄마도 마음처럼 되질 않습니다ㅜㅜ

엄마 눈치 살피랴 곡을 따라가랴 허둥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합니다. 긴장과 당황이 겹치며 다음 곡까지도 연주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아이는 결국 울상을 짓게 됩니다.

 

합동발표회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아이들 중 과연 몇이나 엄마에게 잘했다고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칭찬을 받았을까요. 나 역시 내 아이에게 잘 했다고 칭찬을 해 준 기억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악기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은 어려운 수련과도 같습니다. 항상 즐겁지만은 않지요. 꾸준한 연습만이 그나마 만족스런 연주로 이어지지만 아이들의 경우, 만족스런 연주란 그다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실수는 엄마의 질책을 부르게 되고 집으로 오는 내내 아이는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가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연습하기 싫으면 그만 두라고, 매주 데리고 다니는 시간이 아깝다고 아이를 나무라곤 했지요. 아이가 바이올린을 시작한 지 이미 5년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기가 죽은 아이를 보면 엄마 맘도 편치는 않습니다. 야단을 치고도 곧 후회하기 일쑤지요. 문득, 악기는 왜 배우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기를 시작하게 되었던 시기의 초심이 떠올랐습니다. ‘행복하기 위해.’ 그렇다면 내 아이는 지금 음악을 연주하며 과연 행복할까 의심이 들게 되었고, 아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물론 자신이 배우고 싶다고 해서 시작하긴 했지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면 굳이 아이에게 고문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음악을 하는 이유는 네가 행복하기 위해서인데, 그렇지 않다면 굳이 애쓸 필요 없어.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 아이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엄마의 허락 하에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 결정은 잘 했다는 생각입니다. 바이올린이 아니어도 음악을 즐기고 행복해 하는 아들을 보니 말입니다^^

 

나 어렸을 적 엄마는 ‘수야, 네가 5백점 만점에 5백점을 받으면, 엄마는 냄비뚜껑, 솥뚜껑 두드리며 온동네를 춤추며 돌아다닐거다’라고 말씀하시며 신나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을 때면, 말하는 엄마나 듣는 나나 함빡 웃었습니다.

물론 ‘엄마표 오버!’입니다. 그렇지만 엄마의 그 웃음이 그 밝은 표정이 좋아서 더욱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으니까요. 엄마의 환한 웃음은 5백점에서 학년이 높아지면서 6백점, 8백점으로 상향조정되었지만 그래도 맘속의 부담이라기보다는 엄마의 한없는 격려와 믿음으로 힘이 되었습니다.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이 아닌 신이 나서 어깨까지 들썩이셨던 엄마.

엄마의 그 환한 미소가 나에겐 가상의 절벽을 건너는 아이들 눈에 비친 엄마의 미소만큼이나 엄청난 마력임에 틀림없었던 것 같습니다.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내가 받았던 그 격려의 미소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미소는 그 무엇보다도 커다란 힘이 된다고 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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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ouralways
  • |
  • 2014-12-11 00:44
답댓글

아이들은 엄마의 엄한 표정에 높은 언성에도 돌아서면 헤헤헤~~~어찌 그럴까요?
엄마는 안되는데 말이죠?

수경샘님~~~
오늘도 제게 주문과 같은 마법의 메시지를 던져주시는군요! 꼭 찍으셔서!
요즘 제게 필요한 게 바로 그 스마일~~
제 스스로가 좀 여유가 없어서인지 아이들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네요. 세아이를 마냥 방목하여 키우지는 못하겠고..어줍잖은 통제가 화를 부르기도 하고..그러고나면 어찌나 맘이 아픈지..제 맘의 균형..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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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4-12-11 17:52
아이 셋키우기!
남일 같지 않네요. 정말 힘들어요ㅜㅜ
어떤 건 그저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게 있는가 하면, 어떤 일은 아이들마다 맞춤형으로 시기를 놓치면 안되는 것도 있으니 가끔 머릿속이 곧 폭발할 것 같기도 합니다.
youralways님의 마음이 충분히 읽혀집니다.
제가 젤로 힘들었던 시기는 세아이가 하나는 고등, 둘은 중등이었던 시절
그 중에서도 방학을 앞둔 1달 전입니다.
방학스케줄을 아이마다 짜고 여기저기 정보 수집하느라 거의 초죽음이던 기억이...

제가 드릴 수 있는 팁이라면, 너무 일찍부터 에너지 빼지 마시라는 것,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과의 씨름이 강도도 세지고, 계획할 것도 많은데
일찍부터 엄마의 잔소리나 화에 익숙해 지게 되면, 정말 먹혀야 할 순간에 난처하게 된다는 겁니다.
엄마는 잔소리 내지는 짜증이 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강도와 템포 조절하시길 바래요.
그것이 바로 엄마에게 필요한 균형감각이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시기를 위해 조금씩 살살 하세요.
대세에 꼭 중요한 지, 지금이 아니면 안되는 건지 판단하시면서요.
많이 웃어주시고 때론 인내도 필요합니다. 우린 엄마니까요!!
세아이 엄마를 위해! 힘모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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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율새나맘
  • |
  • 2014-12-10 16:31
답댓글

오늘 아들이 수학경시대회본다고 어제 무지 잡았었는데ㅋㅋ
이리도 빨리 후회하게 될일을....
시험보구와서 시험이 너무 쉬웠다며 근데 70점 안나오면 어쩌지?하는 아들에게 쉽게 느껴졌다면 됐어 하고 웃어줬네요^^
아직은 엄마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공부한다는 걸 아는데 엄마가 넘~~웃지 못했다는 걸 후회하게 되네요^^
웃는 연습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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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4-12-10 22:40
예쁜 아들이네요.
아이의 한마디 한마디에 희비가 엇갈리는 엄마의 심정.
잘 알지요^^
경시대회를 앞둔 엄마의 조바심과 시험 후 아이의 반응에 조마조마한 엄마의 마음
경험한 엄마들은 다~ 이해합니다.
시험결과에 상관없이 웃어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겠죠.
아이는 엄마보다 더 조바심과 걱정을 했을테니까요.
웃어줄 수 있는 내 아이가 있어 행복한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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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아들과
  • |
  • 2014-12-10 12:41
답댓글

제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격려와 환한 웃음을 주었었는지

반성했습니다.

<환한 웃음 엄마>가 되도록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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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4-12-10 22:42
네, 응원합니다.
내가 환~하게 웃을수록 아이는 힘이 납니다.
아이도 덩달아 환~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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