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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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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를 건너는 아이

  • 수경샘
  • |
  • 2014-12-03
16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기대감도 설렘도 큽니다. 이왕이면 공부도 잘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선생님께 귀여움도 받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모든 엄마들의 희망사항이지요.

엄마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입니다.

 

학교에서 오는 길 중간 쯤 상가 앞은 엄마들이 아이를 마중하는 집합장소입니다. 아이들을 기다리며 많은 대화와 정보가 오고갑니다. 일명 -카더라 정보지요. 몇 반 담임이 어떻고 누가 뭘 잘하고 누구는 어떻다는... 직장을 다녀도 엄마들 간에 회자되는 이야기들은 바람결에 들려옵니다. 뜨문뜨문 듣는 소식이지만 정말 열정이 넘치는 엄마들입니다. 첫아이니 경험도 없고 여러 가지로 미숙하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도 없는 상황, 이 때 필요한 것은 바로 ‘엄마의 우직한 신념!’입니다.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내 아이와 나 자신을 믿는 것이 최선입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해프닝이라면 아이의 사생활 노출입니다. 요즘엔 아이들의 생일파티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생일이면 친구들과 엄마들을 함께 집으로 초대했지요. 친한 엄마들이 음식장만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보통 열다섯에서 스무 명 정도를 초대했으니 정말 정신없는 파티입니다. 식사가 끝나면 아이들은 놀이터로 놀러 나가고 엄마들은 한가로운 티타임을 즐깁니다.

 

하루는 길에서 며칠 전 생일을 맞았던 딸아이의 친구 엄마를 만났습니다.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이 엄마, 아이에 대한 열성과 아이교육에 대한 전문성은 자타공인입니다.

같은 반 아이들에 대한 정보와 학교 정보까지 그야말로 꿰뚫고 있습니다. 내 아이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심지어 지난 일요일에 가족들과 어디엘 놀러갔었는지 뭘 했는지, 학교에서 받아쓰기 시험은 어땠는지. 너무나도 세세한 부분까지,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기하기 조차했지요. 비법은 바로, 생일날 아이들이 두고 나간 책가방! 딸아이의 일기장과 받아쓰기 공책, 알림장까지... 아이의 자존심과 내 자존심까지 동시에 손상당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단 한 엄마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 했습니다.

그 이후론 생일초대를 받게 되면 책가방은 반드시 집에다 두고 가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칭찬이던 험담이던 내 아이가 다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피하고 싶습니다. 특히 또래 엄마들 앞에서는 조심하지요. 잘하면 시기와 부러움의 대상이요 부족하면 무시당할 수 있으니까요. 경쟁이라는 사회적 구조가 그야말로 뿌리깊은 우리의 현실에 아이들을 노출시키는 것은 때때로 가슴이 아픕니다. 치열함 속에 유년기, 청소년기를 보내는 아이들이 안쓰럽습니다. 엄마들의 지원 속에 경쟁사회에 던져졌던 아이들은 대학에 들어와서는 스스로 경쟁의 구도를 유지하며 사회로 진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끝도 없습니다.

 

시험기간을 즐긴다던 큰아이가 대학에 합격한 이후 모처럼의 한가한 오후를 맞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식탁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요. 어찌 되었던 목표했던 학교에 들어갔으니 홀가분했을 터였습니다. 그런데 딸아이한테 뜻밖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심지어 고3때에도 시험당일 아침 학교가기 전에 피아노까지 치던 여유로운 아이입니다. 당연히 고3 스트레스 그런 건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었는데, ‘내 아이만은 한국에서 교육시키고 싶지 않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충격이었지요. 딸아이도 힘들었던 겁니다.

문득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가 경쟁의 풀에서 스스로 체득한 방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물론 억지로 자신에게 최면을 걸며 애썼을지 모릅니다.

 

인생을 길고 긴 마라톤에 비유합니다. 아이가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축적시켜 주는 것은 부모의 역할입니다. 어려서는 마냥 놀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엔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아파트 놀이터는 우리 아이들의 전용 공간이나 다름없었고 주말이면 들로 산으로 이고 지고 메고 무척이나 돌아다녔습니다. 자연을 보고 즐기며 아이들의 정서도 풍부해지길 바랐지요. 눈앞의 선행학습보다는 커다란 에너지의 잠재력을 아이들에게 채워주고 싶었습니다. 언젠가는 그 에너지가 발산될 것이라 믿습니다.

 

눈앞에 놓인 과제들과 인생의 고비를 넘어가는 징검다리는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 앞에도 놓여있습니다. 아이들이 미끄러지지 않고 넘어지지 않고 조심스럽게 한고비 한고비를 잘 건너가면 좋겠습니다. 눈앞에 놓인 징검다리를 찬찬히 건너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탄탄한 저력을 위해 응원합니다.

언젠가는 그 때는 그랬었지 하며 미소 지으며 떠올리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부디, 힘내거라! 너희들은 잘 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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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ouralways
  • |
  • 2014-12-04 08:38
답댓글

수경샘님 글을 마주할 때마다 뜨끔하면서 또 쉬이 읽어내려가지지 않습니다.어쩌면 제 속이 다 드러나는 듯해서..또 한번 훑고 지나가는 것같아서요. 한 번에 읽고 지나가지지가 않아서 곱씹어 두 번 세번 읽는답니다.
댓글 다시는 분들에 이야기도 다 제맘같으니..아마도 엄마라면 가지는 생각들이 시공간이 다르더라도 같나봅니다.
유치원 때까지는 사정상 늦게까지 원에 있을 수밖에 없어 어쩌면 아무 걱정없이 아이를 탓할 것도 없이 자유로웠지만 초등에 입학하고 나니 우리아이 사생활이 훤히 드러나면서 이목을 받기 시작하더라구요.너무 잘나서가 아니라 엄마의 직업탓에..
나름 기준을 세우고 프리하게 교육시켰지요. 독서와 영어쪽 비중을 두면서..아주 부족한 실력이지만 또 한편 부풀려진 듯한 주변 아이엄마들의 시선과 관심 속에서 내아이는 정말 모범적으로 잘할거야라는 저의 착각은..정말 착각이었답니다.
우리아인 그저 펑범한 이웃아이와 다를 바 없이 덜렁대고 준비물 빠트리고 글씨도 삐뚤빼뚤, 담임샘께 벌도 받고 친구에게 놀림도 하고 ㅎㅎ
어느 순간 아이가 제 눈치를 보는 듯하여 뜨끔했지요. 나름 뚝심을 가지고 지금 현재의 작은 실수와 모습들에 관대하려고 했지만 저는 또 그냥 그저그런 엄마더라구요..정말 내 아이를 비교하지 않고 실험대 위에 놓지 않으려면 엄마의 강단과 인내..정말 필요한 것같아요.
이렇게 수경샘님 글들이 저를 다져주는 것 같습니다.오늘도 등굣길 기대로 힘차게 걷길 바라고 하굣길 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를 상상해보며 오늘도 소중한 글 감사히 잘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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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4-12-04 17:37
youralways님,
엄마들은 다 같아요. 그야말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쩌면 지금이 아이키우기가 여러면으로 더 힘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남의 아이들의 장점이 훨씬 더 커 보이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내 아이는 이것도 저것도 부족해 보이고 조금 더 완벽해 지면 좋겠다는 욕심을 갖게 됩니다.
엄마의 욕심, 당연한거에요.
이것 저것 다 잘 하는 아이는 없을 것 같아요. 몽땅 다 잘 하고 완벽하면 그건 아이가 아니죠. 아마 '신' 쯤 되지 않을까요?
부족함이 있어서 내 아이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엄마가 필요한 거고요.
다른 엄마들은 어쩌면 내 아이의 장점을 보며 부러워할 지 모르지요.
주변으로 눈을 돌리자면 끝도 없고 내 아이도 주눅이 들 수 있어요.
잘하는 것, 예쁜 짓, 아이의 장점 혹여 단점이 있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격려해 주는 것이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요?
엄마의 든든한 믿음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충분한 응원이 된다고 생각해요.
길게 봐야 하는 인생입니다. 조만간 승부를 내는 것도 아니니 조급할 필요도 없지요.
내 아이는 잘 할 거야라는 믿음, 꼭 필요한 거라 믿어요.
말이 씨가 되고, 엄마의 신념은 아이에게 든든한 밑거름이 됩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youralways님의 강단을 위하여,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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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정
  • |
  • 2014-12-04 06:17
답댓글

아이들도 징검다리를 건너고, 엄마들도 징검다리를 건너는 듯한 느낌입니다...

내아이 만큼 나도 자라는게 엄마인데, 아이들과 손잡고 잘 건너갔으면 하는게 바램입니다.

아...엄마하기 어려워요...

요즘 초딩 2학년은 아직 꼬맹이인 주제에 다 큰 언나같은 행동을 할때가 많아서요...

아이에게 맞춰가는 수 밖에 없어서 그냥 아이가 징검다릴 건너뛸때 저도 한발 뛰는게 방법인듯하여 손 꼭잡고 징검징검 뛰어 봅니다... 내 걸음은 아이에 비해 너무 넓어서 보폭 조절하기 힘들때도 있지만, 결국 잡은 손을 놓을 만큼 뛰는건 어리석은 일이니까, 조금은 넒은 발걸음 좁혀보면서..가요, 아이랑.

아무리 놀려도 노는게 부족한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건 얼마만큼의 여유로운 엄마인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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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4-12-04 17:23
보폭을 맞추려 애쓰는 혜정님이 보이는 듯 하네요.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가 있다면 아이는 훨씬 더 편안한 맘으로 어려운 고비들을 넘길거에요.
엄마는 존재만으로도 아이에겐 든든한 백이니까요.
아이를 위해 고민하는 엄마,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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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큐티남매
  • |
  • 2014-12-03 15:12
답댓글

네~~제 아이와 딱 맞는 상황을 말씀해 주시니 다른때보다 더 공감하며 선생님의 글을 읽게 되어 더욱 좋았네요. 초등저학년때 더 많이 놀려야 하는걸 알면서 그럴수 없는 이 현실이 많이 안타깝고...정말이지 한국에서 애 안 키우고 싶은 맘이 굴뚝입니다. 요즘요 ㅎㅎ

오늘 특히 기말고사 결과가 나왔는데....정말 아이한테 실망을 좀 했는데....아이가 아직 시험이라는걸 첨 쳐본 상황에서 틀린 갯수로 아이를 평가해야 하는 제 상황이 한심하기 그지없었어요.  그래서 잠시 자리를 피해 혼자 있는 시간을 가졌더랬어요.  아직 갈길이 창창한 아이에게 그런 시선은 넘 가혹한 시선같아서 되려 아이에게 미안해 지더군요.

엄마부터 단단해지고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 꿋꿋함이 그나마 이 험한 교육 현실속에서 아이와 행복하게 견뎌낼수 있찌 않을까 저에게 다시 다짐해 봅니다.

앞으로 좋은 글들 많이 올려주세요. 부족한 저같은 맘들에겐 힘이 많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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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4-12-03 18:51
아이의 실력이 숫자로 나오는 순간 모든 엄마들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머릿속으로는 그게 아닌데 감정통제도 어렵고 얼굴 표정도 내 맘 같지 않으니 그것 또한 아이에 대한 사랑 때문입니다 역시 인내가 필요한 순간이기도 하고요
애써 마음을 가라 앉히고 어떻게 아이를 대하는 것이 좋을 지 고민해 봐야겠지요
결국 화가 나는 것도 아이를 나무라는 것도 내아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니까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엄마가 되어야 하기에 단단해 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큐티남매님
힘내세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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