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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와 야단

  • 지나샘
  • |
  • 2014-11-24
20

초등학생 두 자매가 있었다. 큰 딸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엄마는 큰 아이한테는 늘 엄격했다. 성실한 성격에 명민한 아이였으므로 공부도 잘했다. 엄마에게는 큰딸이 백 점을 받고 일등을 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어서 칭찬에 인색했고 시험에서 하나만 틀려도 속상해하며 야단과 잔소리를 쏟아냈다. 다 아는 건데 부주의해서 틀렸지 않냐, 너는 덤벙거리는 게 탈이다 하며.

 

둘째 딸은 언니에 비하면 요령이 있었다. 살살 애교를 부리며 엄마 기분을 잘 맞추었고 그래서 야단맞을 일도 그냥 넘어가는 적이 많았다. 둘째여서 용서가 되었고 막내라서 무슨 짓을 해도 다 귀여웠다. 엄마 눈에는 큰 딸은 다섯 살에도 큰 애였고 일곱 살에도 ‘일곱 살이나 먹은’ 아이였지만 둘째는 일곱 살에도 아직 ‘일곱 살 밖에 안 된 어린애’였던 것이다. 둘째 딸은 공부가 그만그만했다. 그래서 더욱 엄마는 조금만 잘해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5 곱하기 7이 45라 쓴 답에도 어이구,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덜 틀렸네 하며 격려했다.

 

큰 딸은 이런 엄마의 꾸중이 무서워 시험 결과를 숨기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점점 공부와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잃었다. 반면 둘째는 매사에 당당했고-요즘 말로 근자감이 넘쳤다고 해야 하나- 그런 성격 덕에 교우관계나 학업에서도 차츰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나고 두 자매의 대학 진학 결과는 엄마가 예전에 예상하고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내가 아는 집의 실제 이야기이고 사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엄마의 기대가 지나친 간섭으로 또 결과에 대한 조급증이 되어 큰 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두 자매와 엄마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금방 알아내지만 우리 자신이 자식에게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고치기는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충분히 능력이 있어 보이는데 아이가 왜 그것 밖에 못할까 하는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 때문이다 초등학교 다니던 아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다 보면 그것도 모르냐며 차마 여기 옮기지는 못하지만 ‘돌대가리’보다 더한 표현을 써가며 고래고래 야단을 치게 된다는 내 친구가 있었다. 엄마는 답답해서 그냥 한 소리였겠지만 그 아들이 엄마의 그 성난 표정과 말에 받은 상처를 기억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나이가 되어도 어떤 것은 남아 아직도 가끔씩 아프고 씁쓸하게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내가 결혼할 때 남편에게 “자네는 안됐네, 내 딸이 해주는 음식을 평생 먹어야하니”라고 하신 아버지의 농담은 가뜩이나 음식 만드는 데 자신이 없었던 나를 지금까지도 괴롭힌다. 시부모님 초대는 쉬워도 친정 부모님 오시라하기는 아직도 어렵고 그러다 보니 평소 안하던 실수도 하게 되어 돈가스를 만들면 튀김옷이 벗겨지고 탕수육은 쏘스 농도가 맞지 않으며 늘 잘하던 케익 역시 제대로 부풀지를 않는다. 솜씨가 모자라니 열심히 하라는 뜻이었을 아버지 말씀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되어 역효과를 내는 것이다.

 

아이를 야단을 치는 것은 더 잘하라는 격려일 것이다. 그러나 그 효과 면에서는 그리 바람직한 방법은 아닌 듯하다. 두 자매네 큰딸에게 있어 엄마의 그런 태도가 어디 학교성적과 대학진학에만 영향을 미쳤겠는가. 아이 교육에 부모의 감정이 실리지 않을 수는 없지만 부모가 부모로서 노력해야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객관적이 되어 봐주기, 나의 감정을 실어서 꾸중하지 않기, 자극을 준다는 미명 아래 지나친 표현은 자제하기, 아이가 민감해 하는 부분은 건드리지 않기, 지나간 일까지 자꾸 들추며 잔소리하지 않기, 등.

세상에 거저 되는 것은 없다. 더구나 아이를 키우는 일에는.ⓙ



지나샘의 딸내미 메고 세상 한 바퀴 칼럼글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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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1-24 18:58
답댓글

몇일전 아침부터 제 맘을 상하게 해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즐겁게 학교에 다녀온 딸랑구~

저는 아직도 감정이 회복이 되지 않았는데 학급 쪽지 시험지를 내밀더라구요~

엇!하나 틀렸네,,싶어서 문제를 보니 기호를 써넣어야 하는곳에 떡하니 선인장이라고 답을 적어놨더라구요.

평소에 이런실수를 잘 하지 않는 딸랑구인데,,,싶었지만 제 감정이 아직 안좋은 상태에서

'꼼꼼하게 읽어보지 그랬어~틀려서 속상했겠네.'라고 한마디 했을 뿐이건만

저녁밥상 앞에서 딸랑구~ 눈물바람하더니 절 째려보면서

 '엄마가 시험점수로 나에게 야단칠줄은 정말 몰랐어. 엄마도 내친구 엄마들이랑 똑같아! 친구들이

엄마흉볼때 울엄마는 시험점수로 뭐라하지 않는다고 자랑도 했었는데,,,나한테 시험점수로 뭐라고 한거

평생 잊지 않을꺼야'라더니 저에게 안겨서 펑펑 울어대더라구요.

뜨허헉~@@@ 뒤통수 혈압이 쫘악~올라오던데....꾸욱 누르면서 말해줬네요.

'엄마가 아침에 너한테 서운했던 감정이 아직 안풀려있는 상태에서 말을해서 그 감정이 전해졌었나보다..

원래 하고 싶은말의 핵심은 실수로 틀려서 많이 속상했었을까...걱정하는 말이였었는데 미안하다'

말은 그렇게 해줘서 딸랑구 맘이 풀어지긴 했는데 순간 드는 생각!

참...애 하나 키우는거  힘들다~

기분 안좋을때에는 어떤말을 해도 말속에 안좋은 감정이 같이 묻어나서 전해지는것을 다시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네요.

외동이라서 하나에만 맞춰주면 되기에 좋은점도 나쁜점도 항상 함께 가지고 가는것 같아요.

지나샘님 글 덕분에 저도 조금 더 성숙한 엄마가 되어 갑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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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11-24 20:43
마음을 잘 풀어주셨네요. 그렇게 말로 충분히 풀어야 뒤끝이 안남는거 같습니다. 그렇지않으면 항상 좀 뭔가 찜찜.
아직 아이잖아요. 그래도 '울엄마는 달라' 하고있는데요, 뭘. 좋은 엄마라고 생각하는겁니다. 본인도 아는걸 실수로 틀려 억울하고 속상하다보니 엄마의 말이 서운하게 들렸을거구요. 그래도 귀여워요. 엄마 품에서 엉엉 울다니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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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정
  • |
  • 2014-11-25 06:52
울딸도 울엄마는 달라~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그건 놀때 아무리 늘어놔도 아무말 하지 않아서 입니다.... 그리고 울엄마는 달라~ 라고 말을 할때가 또 있는데, 수학을 실수해왔을때...입니다...다른 모든 부분에서 느긋해져있는 엄마가 왜 수학을 실수해오면 돌변하는지..애도 저도 잘 몰라서 고민입니다..
엄마가 수학땜에 손해본게 많다고 생각하다보니 그런것 같은데, 그러지 말자를 백번 되뇌여도 저는 벨벳님처럼은 말이 안나와요...결국 지나는 자기가 수학을 잘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같아서..요새는 입다물고 있으려고 진짜 허벅지를 찌를 지경이예요...근데도 지나의 부정적인 생각은 잘 없어지지 않는것 같네요ㅠㅠ 우짠다요...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풀어주려고 한들 마음엔 남은게 있는 듯 해서 걱정되요...
음...이시간도 언제가는 다 지나가려나요? 잉잉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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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정
  • |
  • 2014-11-24 14:48
답댓글

아이가 외동이니 큰딸이자 막내딸.

어떨땐 다 큰아이 같고, 어떨땐 애기 같아서 엄마도 갈대같이 춤을 춥니다...

기가 센 엄마가 하나있는 딸래미에게 객관적으로, 감정을 실지않은 꾸중을, 지나친 표현을 자제하면서...

진짜 어려워요...

그래도 아이가 한살씩 커갈수록 조금씩은 덜 하는게 아닌가 싶으니, 스스로에게 칭찬 조금 해주고,

내일은 좀더 잘해볼래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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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11-24 18:02
저도 말은 쉽게하지만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지요. ㅎㅎ 그래도 제가 자라면서 싫었던 것을 아이에게 되풀이 하지 않으려 무척 노력합니다. 혜정님도 지나한테 노력하는 엄마이신게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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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정
  • |
  • 2014-11-25 06:53
노력하는 엄마...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열심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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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박샘
  • |
  • 2014-11-24 12:46
답댓글
막내인 동생은 저의 세 형제 중 공부를 제일 못했는데 ㅋ
혼이 난 적이 없다고 고백하대요.
형과 누나가 성적이 좀 낮으면 엄마가 한탄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대서
자기가 받은 묘한 성적표를 들고 가면 죽었구나, 했더니
엄마가 보고 나서 머리 맡에 밀어 놓더랍니다.
지금 동생은 항공학자인데 조국의 인재(?)랍니다.
그에 반해 공부 잘 한 오빠와 저는 그냥 그래요. ㅋㅋ
지나샘 말씀 백프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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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11-24 18:04
그냥 그러신 두분이 그정도이면 막내 동생분은 조국의 인재 맞습니다. 어머님이 자식농사 훌륭히 지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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