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에서 영어로 일을 하고 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엄마랍니다. 그러다보니 처음 영어를 시작하려 한다면서 막막해하시는 엄마들의 글을 보면 도움이 되고 싶어 제 나름대로 답을 달아드리곤 했네요. 평생 영어를 붙잡고 씨름하고 있는 나도 그렇게 헤멨는데 싶어서요...
무엇보다도 영어의 시작은 좀 불량(?)스럽게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불량영어를 가르치자는 얘기는 물론 아니지요. 하지만 시작만큼은 온전히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우리 아이에게 영어의 첫 인상이 “재밌고 웃기는 녀석”이어야 한 번이라도 좀 볼까하는 생각이 들지, “교양있고 어려운 분”이 되면 안되기 때문이예요. 평생 공부해야 할 영어인데, 처음부터 부담느끼고 기가 죽으면 영어못하는 것보다 더 문제랍니다. 넘치는 정보와 의욕에 엄마들의 취향엔 맞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영어를 처음 접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 벌써 영어에 지쳐버린 아이들이 너무 많이 보여요. 엄마들이 많은 고급 교재들과 정보들을 모으는 것은 물론 너무나 중요하고 유익한 일이지만, 그건 아이가 우선 영어와 친해지고 영어가 좀 만만해 진 다음부터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예요.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제가 이런 시행착오를 겪었지요. 저도 대사관을 다니다보니, 첫아이 낳으면 어떻게 영어공부를 시킬지 임신 내내 의욕에 넘쳐 있었답니다. 그래서 캐나다 문화원에 몇 개월 동안 대기해서 겨우 순서가 오자, 만 세 살 된 첫 아이를 영어클래스에 보냈지요. 유명하다는 비디오들도 보여주고 외국인들도 만나게 하고... 제 생각엔 너무나 “고급스럽고 완벽한‘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구나 싶었답니다. 결과는 어땠냐구요? 공들여 데리고 다닌지 몇 개월 후 ’영어가 짜증난다. 한국말만 해라‘는 딸아이의 말에 충격으로 혈압이...! 그 후로 아주 먼길을 돌아돌아 와야만 했답니다.
지금에서야 무엇이 잘못되었었는지 분명히 보이는 듯 싶어요. 영어공부 계획은 우리 아이에 대한 관찰에서부터 시작되었어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다른 사람들의 정보와 저의 취향에 따라 이미 짜놓은 계획의 틀에 아이를 맞추어 넣으려 했던 거지요. 시작하는 시기도 처음 접하는 매개체도, 온전히 아이에게 맞추어져 있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어는 ‘어렵고, 엄마가 중요하다며 안달하는 것’이라는 아이 나름대로의 이미지만 갖게 되었던 거예요. 그 생각을 바꾸고 다시 영어가 부담없는 옆집 친구처럼 느끼도록 하는데 정말이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밖에 없었답니다.
어렸을 때 엄마가 친해지길 원하는 공부잘하는 '엄친아'와는 왠지 친하기 싫지 않던가요? 그보다는 자기랑 똑같은 취미를 가진 옆집 녀석이 자꾸 궁금하고 보고 싶지 않을까요? 유아영어의 가장 큰 목적은 앞으로 오랜 시간동안 공부하고 때로는 씨름해야 하는 영어공부를 이겨낼 수 있는 베이스를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예요. 영어가 만만하고 그래서 자주 봐야, 어느날 찌릿 전기가 오지 않겠어요? 다른 아이들도 다 좋아했다고 하고, 엄마에겐 너무 흡족하게 유익해보이는 책이나 비디오를, 막상 아이는 재미없다며 휙-던져버리는 경험 있지 않나요? 아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보기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습적인 티가 나는 것들은 금새 알아채고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영어공부를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이시라면, 제일 잘 팔리는 교제를 검색하기 전에 우선 우리 아이를 한 번 잘 관찰하는 일부터 시작해 보세요. 요즘 우리 아이가 빠져 있는 것은 무엇인지, 책을 좋아하는지 비주얼을 좋아하는지, 또 무슨 상을 주면 가장 열성적으로 할지... 그렇게 방향을 잡고 나면 쑥쑥에 있는 보석같은 정보들을 영리하게 사용할 길이 보이기 시작할 꺼예요. 공주를 좋아하는 아이에겐 디즈니 공주 사이트에서 옷갈아 입히기를, 엄마랑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아이에겐 영어 수수께끼를... 저도 여러 가지 방법을 써보고 있답니다. 처음부터 결과가 팍팍 나오지 않더라도, 어떤 고액과외나 학원도 해줄 수 없는, 장거리 영어 경주를 위한 최고의 스타트가 될 꺼라고 믿어요. 경험으로 무장한 친절한 선배들과 동지들이 가득한 쑥쑥도 있으니, 방법은 얼마든지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시작하는 엄마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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