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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바꿔줘요!”

  • 지나샘
  • |
  • 2014-10-13
8

아이가 서너 살이던 무렵, 좋아하던 동화 중 “엄마를 바꿔줘요”라는 책이 있었다. 좀 엄하긴 해도 내가 이 정도면 괜찮은 엄마라는 것을 아이에게 세뇌(?)시키기 위해 고른 책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뭐든지 안된다하는 책 속의 ‘진짜 엄마’는 과자나 사탕을 아이 마음대로 먹지 못하게 하고 TV도 보고 싶은 만큼 실컷 못 보게 하는 ‘안 돼!’ 엄마이다. ‘다른 엄마로 바뀌면’ 왠지 더 좋을 것 같은 아이의 상상을 이루어주기 위해 책에서는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안주고 과자와 사탕만 주는 엄마,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TV만 보게 하는, 혹은 놀이터에서 저녁 늦게까지 놀게 놔두는 엄마를 차례로 경험하게 한다. 그런데 아이는 이런 엄마들을 하나씩 겪으면서 점차 ‘안 돼’의 이유가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모든 것을 적당하게 조절해주고 보살펴 주는 원래의 엄마가 제일 좋은 엄마임을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상황을 너무 극단화한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딸아이가 한동안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 읽어달라고 했던 책이니 뭔가 강한 끌림이 있었던 듯하다. 어쩌면 ‘다른 엄마면 뭐가 다를까, 더 좋을 지도 몰라’ 하는 내적 갈등(?)을 동화를 들으며 해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혹시 다른 사람도 어릴 적 한번쯤, 특히 야단을 맞거나 섭섭한 일이 생겼을 때 지금 부모가 나의 진짜 부모일까 의심해 본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 외가에서 크던 시절, 나이 차가 별로 나지 않았던 막내 삼촌이 나를 골리느라 ‘니 엄마한테 가라’ 그럴 때마다 내 엄마는 왜 나를 이렇게 외가에 놔두어 설움을 받게 하는 건지, 도대체 진짜 엄마이긴 한 건지 어린 마음에 서운해 한 적이 있었다.

 

“엄마를 바꿔줘요”의 엄마는 아이 눈에 보이는 엄마들의 일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동화 속에서는 충분히 안 될 이유가 있는 상황들을 설정해 놓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반드시 그런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진짜 엄마’가 제일 좋은 엄마라고 타협은 했지만 책 밖으로 나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는 엄마, 왜 안되는 지를 설명해주지 않고 처음부터 ‘안 돼’가 습관이 된 엄마들이 보인다. 이런 부모의 ‘안 돼’는 아이한테 어떻게 이해되고 있을까? 때때로 엄마들의 ‘안 돼’는 그저 '싫어' 또는 ‘해주기 귀찮아’와 같은 의미이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식을 키우면서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는 방향으로 아이가 자라길, 혹은 바뀌길 바란다. 그래서 부모가 아이에게 뭔가를 시킬 때 싫다고 답하면 말을 안 듣는다고 속상해하고 때론 상처까지 받는다. 다 저 좋으라고 하라는 건데 왜 안하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될 때도 많다. 좀 더 커서는 사춘기 아이가 보여주는 ‘안 돼’를 반항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아이한테는 일방적으로 안된다고 하면서 부모인 내게 안된다는 답을 하는 아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과연 서로 어떤 소통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물론 컴퓨터 게임 시간을 제한하기 위한 ‘안 돼’도 있고 엄마 눈에 거슬리는 길이의 교복치마를 고집하는 딸에게 하는 ‘안 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설사 부모 생각이 옳더라도 안된다고 말하기 전에 무조건 안 돼가 아닌 합당한 사유로 설득하고 타협할 노력을 해본 적은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합당한’ 사유가 얼마나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인생에서 100대 빵의 일방적인 승부는 없는 법, 적당한 수준에서 서로의 원하는 바를 맞춰가는 것도 부모와 아이가 모두 배워야할, 삶을 살아가는 기술일 것이다.ⓙ



지나샘의 딸내미 메고 세상 한 바퀴 칼럼글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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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정
  • |
  • 2014-10-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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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샘의 말씀은 언제나 저를 뒤돌아보게해요.

위험한것, 남에게 피해를 주는것에만 안돼!라고 하며 키우고 싶었으나 늘 그랬던건 아니었나 싶은 오후입니다.

귀찮아서 그냥 싫어서 그런건 아니었는지...

스스로에게 많이 그랬던것은 아니라고 말해줄수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인랄까요?^^

생각하게해주시는 글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왜 안된다고하는지 지나가 알고있는지 물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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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10-13 17:57
그거 아주 좋은 방법이네요. 스스로 왜 안되는 지를 알면 '협상'이 좀 쉬어지겠지요. 그러나 안되는 걸 알면서도 하고 싶은 게 아이 마음이니 그것도 좀 헤아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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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정
  • |
  • 2014-10-14 06:28
네~그걸 잊을뻔했어요^^
엄마도 안되는걸 알면서 하고싶을때가 아주 많으니까
아이는 더 그렇겠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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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벳
  • |
  • 2014-10-13 09:46
답댓글

지나샘님 좋은글로 아침을 열어주시네요~^^*

 

전 엄마 말에 순종하는,,,호락호락한 딸을 둔 엄마들이 한때는 무지무지 부러웠었어요.

엄마의 잔소리와 참견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지요.ㅋㅋㅋ

늦게 자면 키가 안크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지니까,,,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건강하게 자란다,,,

바른자세로 앉아라,,,등등

 아이가 자라면서 책에서 처럼  엄마의 이런 잔소리가  사랑이라고 알게 되었지만

그전에는 아이 나름대로 엄마를 비판하고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존중해 달라는 뜻의 말대꾸가 참 오래도 되었었어요.

저희집은 적당한 수준의 타협점을 찾지 못해서 제가 백기를 들고 더이상은 잔소리도 참견도 안할테니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도록하라고 협박을 한적도 있었네요.^^;;;;

그랬더니 부모가 자식을 잘못된 점을 방관하고 바르게 지도하지 못한것도 유기죄에 해당된다며

잔소리와 참견을 해달라네요.

권유식으로도 말해보고 일명 '사.감.바'=(사실을 말하고 감정을 말하고 바라는것을 말하는것)도

실행해 보았는데 효과를 보지 못했어요.

아직도 매일매일 티격태격대는 모녀지만 지나샘님의 좋은 글로 위안도 받고 나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조금더 나아가는 부모가 되어가는거겠지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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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10-13 18:08
제 경우 딸이 어릴 적엔 친구 집에 가서 파자마 파티라는 걸 하며 하루 자고 오는 걸 허락했었지요. 중학생이 되어 안된다 하니 처음에는 반발하더군요. 여러가지 구실로 설득하다가 안되어 그 다음엔 부모의 '권위'로 눌렀는데 후유증이 좀 가더라구요..... 지금도 이런 저런 이유로 안된다 말하고 싶은게 있지만 이젠 간섭인가 싶어 참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저도 "안된다"고 저를 많이 제재하셨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 아쉬움이 있거늘 그런 아쉬움을 아이한테 주고 싶지는 않아서요. 그저 '늘 조심', '무사무탈', 구호를 수시로 카톡하고 엄마 마음 알려니 넘어갑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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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갑다영어야
  • |
  • 2014-10-13 09:41
답댓글

저 어렸을 때가 생각나네요. 저는 우리 엄마가 진짜 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막내 이모랑 제가 아주 많이 닮았어요. 이모 아들이랑 저는 판박이도 그런 판박이가 없구요.

이모랑 이모부가 항상 얘기했죠. 너는 내 딸이다... 이모가 나를 낳았을 땐 힘들어서 우리엄마한테 맡긴 거다... 그러면서 유독 저한테만 잘해주셨어요. 언니도 있고 남동생도 있는데 항상 저만 시장에 데려가서 옷을 사주시고... 가방도 사주시고...

어린 나이에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진짜 우리엄마는 누구인가...ㅋㅋ

제가 그 말을 믿는게 다들 너무 재미있어서 그렇게 놀리신 건데... 저는 정말로 심각했었거든요 ^^

아무튼 그 시절 생각이 나네요 ㅎㅎ

 

저도 아이에게 귀찮아서 안 돼,하지마 라고 했던 적이 많았었어요.

커가면서 한번씩 제가 무심코 한 행동이나 말에 대해서 반성할 기회를 주네요. 울 큰아드님이...

지금은 될 수 있음 약속은 다 지키고 안 되는 것도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큰 아이에게 너는 사랑받고 있고 행복하고 엄마는 너를 위해 노력하고 너도 좋은 아이이고 기타 등등

세뇌를 잘 시킵니다. 그래서 아직은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데 나중에 사춘기때는 어쩌나 걱정이 됩니다.

지금도 나중에 사춘기 됐다고 엄마한테 말 안하고 신경질 부리고 그러면 엄마가 좀 많이 속상하고 슬플 거다,

 지금처럼 사이좋게 지내자, 네가 말 안하고 싶을 땐 엄마가 기다려주겠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게는 하지 마라..기타등등 계속 세뇌중인데 나중에도 통할 지는 모르겠네요.

끊임없이 소통하려고 애쓰는 부모가 되야겠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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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이혀니맘
  • |
  • 2014-10-13 14:22
ㅎㅎ 넘 귀엽네요. 어른들 장난이 아이 정체성에 혼란을 줬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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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10-13 18:13
ㅎㅎㅎ 그러셔군요. 글을 읽어보니 반갑다영어야님이 둘째 딸이라 배려하시는 차원에서 이모가 특별히 신경써주셨던 모양이네요. 언니가 있으니 아들을 바라셨을테고 행여 둘째 딸로 태어나서 겪을 지도 모를 서운한 상황이 생길까봐...
자녀와 가장 좋은 관계는 소통하는, 대화가 되는 사이입니다. 지금처럼 하시면 앞으로도 계속 사이좋은 모자관계를 유지하실거예요. 계속 고고씽!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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