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비디오 시대인지라 아이들도 읽는 동화만큼이나 보는 동화도 쉽게 접하는 것 같다. 흥행을 위해 그림형제나 샤를르 뻬로의 원작과는 좀 다르게 그리고 있지만 디즈니 영화사에서 나온, 동화를 토대로 한 만화영화들은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엄마들이 아이에게 다른 비디오를 보여주려 해도 아이가 특정 이야기에 꽂혀 그것만 보겠다고 고집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대사를 모두 외울 정도가 될 때까지 같은 비디오를 계속 반복해서 보려하는 아이들의 심리는 대체 무엇일까? 예를 들면 신데렐라이야기가 그 중 하나이다.
출생의 비밀과 신데렐라 이야기가 없었다면 드라마를 만들지 못할 거라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천덕꾸러기 재투성이 아가씨가 왕자와 결혼하는, 즉 온갖 고난에도 착하게 열심히 살아 신분상승의 꿈을 이루는 여주인공 이야기로 이 동화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어린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겪는 경쟁 심리와 갈등, 그 극복 과정이 들어 있다.
우선 이야기는 신데렐라에 동일화 된 ‘나’와 ‘어머니(계모)’ 그리고 ‘자매’의 3각 구도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나’는 언제나 어려운 일을 해야 하는 것에 비해 언니들은 쉬운 일만 맡아 한다는 것이 ‘나’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현실이다.
사실 나이가 위인 언니들이 어느 일이나 더 쉽고 능숙하게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아이는 그것을 자신의 미숙함으로 보다는 부모의 편애로 받아들이고 싶어 한다. 계모가-내게 힘든 일을 시키는 엄마에 대한 섭섭함이 친엄마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표출되어 설정된- 나를 미워하기 때문에 나한테만 어려운 일을 시키고, 실제로는 나이가 너무 어려 못가는 것일 수 있음에도 나만 파티(나들이)에 안 데려가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여기서 계모가 시키는 부당하고 불합리해 보이는 일들은 아이가 세상에서 실제로 당해내야 하는, 성장에 필요한 과제들이다. 그러므로 동화 속에서 아이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등장하는 요정 아줌마의 마법은 실은 엄마로부터의 도움이 상징화 된 것이며 이 도움 덕분에 아이는 행복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이렇듯 무의식 속에서 자매와 갈등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신데렐라이야기를 좋아한다. 왕자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되는 것은 언니들이 아니고 결국 ‘신데렐라=나’가 아닌가. 어려움을 극복하면 좋은 끝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니 이를 확인시켜주는 이 동화 비디오를 자꾸 반복하여 볼 수밖에 없다. 신데렐라이야기와 같은 동화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상징의 언어로 아이들에게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를 치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언니 옷 뺏어 입을까, 우리?’ 작아 더 이상 못 입게 된 옷을 물려 입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언니가 아끼는 옷을 뺏어 입는 것이라고 했더니 옷 받아 입는 것을 좋아라 하더라는 어떤 엄마의 경험담을 들었다.
아이들의 심리를 잘 이용하면, 그리고 모든 이치가 그렇듯 사물의 이중적인 면을 잘 꿰고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건 부모와 아이 모두 만족하는 묘수가 찾아지지 않을까? 신데렐라이야기가 어른들에게는 신분상승 성공담으로 읽히지만 아이의 눈높이로 보면 그들의 세상 적응기로 이해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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