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에 살 때 일 년 남짓 우리말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부인이 한국인인 이태리 남자 분, 스위스 입양인 자매, 또 다른 입양인 처녀, 이렇게 넷이 학생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정도씩 수업을 했으니 진도가 빠를 리 없었고 그나마 많은 시간을 문법 설명 보다는 문화 설명에 할애하다보니 별로 느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말이 과학적이어서 읽고 쓰는 것이 비교적 쉬울 거라던 예상이 빗나가 읽는 것을 익히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우리 말 문법이 생각보다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서울에 돌아 와 나는 '한국어 강사' 자격증을 얻기 위해 고려대학교 여름학기에 등록하였다. 하루 다섯 시간씩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수법을 여름 내내 들으러 다니면서 다양한 교수법과 이론들을 배웠지만 실전에 적용하기 힘든 방법론이란 별 의미가 없는, 그저 이론에 그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내가 가졌던 한 가지 의문점에 대해서는 담당 교수의 확실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한국어를 가르칠 때 학생의 수준에 상관없이 한국어로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인지 아니면 영어 또는 학생들이 아는 언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게 더 나은 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교수는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해 본 결과 설사 한국어를 한 마디도 못 알아듣는 그룹일 지라도 처음부터 한국어로 배운 그룹이 영어나 그들의 언어로 배운 그룹보다 6개월 뒤 훨씬 나은 결과를 보였다고 했다. 언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 어휘나 표현의 습득과 활용이 더 빨랐다는 것이다. 설명을 듣고 나니 제네바 시절 만약 내가 프랑스어가 아닌 한국어로 처음부터 수업을 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어른들은 아직 완전하지 않은 발음이나 표현이 귀여워 아이의 말을 그대로 따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사탕을 아탕이라고 한다든지 ‘하부지(할아버지), 요기(여기) 아야해쩌요(다쳤어요)’ 같은 경우이다. 이는 언어를 모방하며 배우는 단계의 아이들에게 틀린 말을 자꾸 반복하여 학습시키는 것과 같으므로 되도록 피해야 한다. 소리가 그렇게 나왔을 뿐 아이들이 하려던 말이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언어학자들은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도 ‘우리 아들, 고기(생선) 먹을까?’가 아닌 고등어, 꽁치, 갈치 등의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문장을 들려줄 것을 권한다. 듣고 접하는 단어들을 통해 아이의 이해력과 어휘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이유에서이다.
모든 학생에 적용되어 늘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교수법은 없다지만 수많은 이론들이 공통적으로 중시하는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모국어가 되었든 외국어든 간에 학습언어의 환경에 가능한 한 많이 노출되어 정확한 발음, 표현과 어휘를 익혀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결국엔 어휘 실력이 언어 수준을 좌우하므로 꾸준히 어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사족으로 제네바에서 만난 입양인 자매는 낳아준 어머니와 가족을 찾았다. 그리고 매년 한국을 찾아와 모자라는 한국어와 영어, 프랑스어, 바디 랭귀지를 섞어 써가며 가족들과 좋은 만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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