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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암적인 존재?

  • 빨강머리앤
  • |
  • 2014-08-22
8

꿈 많고 웃음 많고 장난 많던 여고 1학년 시절.

이제 중학생 딱지를 벗어 던지고 올라온데다 아직 고3까지는 시간적 여유도 있던 그 때.

터프하다 못해 장난이 극에 달했던 저는 남녀공학이니 최대한 조신하게 놀아야지.. 했던 결심과는 상관없이 복도를 휘저으며 이리 뛰고 저리 넘고... 방송반이었던 저는 만우절 점심 시간에는 애국가. 교가. 결혼 행진곡. 2배속 돌리기.. 등으로 교감 선생님이 방송실로 달려오시는 헤프닝을 만들기도....ㅋㅋ

음... 그 때 제 별명은 '이사도라'였습니다.

24시간 돌아다닌다고... ㅎㅎㅎ

체육시간엔 덥다고 수돗가에서 세수를 하다가 물장난으로 번져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는 것도 두려워 않던 저는 점심시간엔 배구공으로 친구들과 토스 연습에 매진이었죠. 그 덕에 엄지손가락부터 손목에 이르기까지 피멍이 들기도 했답니다.

장난이 극에 달아 있던 시기.. 멍든 손목을 위해 양호실로 가지 않고 월담을 하여 약국으로 갔더랬죠.

파스를 사 가지고 교문을 뛰어 아~싸! 착지하는 순간.

못 볼 것을 본 듯 경악에 찬 담임샘의 벌어진 입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교무실로 끌려갈 때까지는 '아.. 엄청난 잔소리를 해대시겠구나... 무조건 잘못했다고 해야지...' 생각했는데 저에게 날아온 말들은 단순한 잔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여학생이 월담을 할 생각을 해?'와 같은 여성비하 발언으로부터 시작하여

'너 같은 인간이 사회를 썩게 만드는 거야!'

'너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가 될 거야!'

이런 독하디 독한 말들이 30분도 넘게 이어졌습니다. 주위 선생님들도 흘끔 흘끔 쳐다보시고, 교무실을 오고 가는 다른 아이들도 곁눈질 하고... 대꾸 한마디 못하고 고개 숙여 들으면서 뭔가 상당히 , 심히 부당하다는 생각이 꾸물꾸물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월담을 하여 파스를 사 온 것은 분명 잘못이지만 그것이 이렇게 장시간, 이렇게 독한 말로 혼이 날 만한 일인가? 싶어서 말이죠.

정말 내가 한 일이 사회를 썩게 만드는. 암적인 일인가??

혼나서가 아니라 억울해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점심 시간이 끝나갈 무렵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분노로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지요.

담임이 절 혼냈던 진짜 이유는 절 돌려보내면서 던진 말에 담겨있었습니다.

"~~등까지 아이 중에 엄마가 안 찾아 온 건 너 밖에 없어. 다른 선생님 같았으면 대놓고 찾아오라 했을 텐데 나는 그러지는 않았어!"

그러니까.... 음.... 그녀는 money를 ... 바랬던 거였나봅니다.(그 ~~~등도 아주 상위 그룹만도 아닙니다. )

아.... 지금 내가 이렇게까지 악랄한 저주의 말을 들은 이유가 한낮 인간의 쓰레기 같은 욕심때문이라니!!!

이를 앙 다물고 다짐을 했죠.

내 당신을 지금 이 순간부터 선생이라 생각 않겠노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1학년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우리 엄마가 당신을 찾아오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엄마는 안절부절 못하셨어요. 엄마가 찾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구요.

엄마께 걱정말라고, 그런 인간은 선생 취급해서도 안되고 그런 인간한테 굽신거려서도 안 된다고. 잘 버틸 수 있으니 절대 절대 학교로 찾아오지 마시라고. 부탁드렸어요.

엄마는 절 믿으셨는지, 아님 바쁘셨는지 정말 고 3 입시상담때까지 학교엔 근처도 안 오셨었네요..

그 이후로 잘 지냈느냐구요?

고등학생이 담임과 마주칠 일이 뭐 그리 많겠어요.. 그녀가 저를 dog무시 하듯 저도 그녀를 dog무시 하였답니다.

그녀의 2차 공격은 치졸했어요.

저와 단짝처럼 붙어다니는 친구와 면담을 하면서 저와 놀지 말라고 했다더라구요.

심지어 그 아이의 엄마에게도 그리 조언을 하셨다고 해요.

저는 소위 노는 아이도 아니었고 오히려 그 친구가 하도 놀자고 꼬득이는 바람에 제 성적에 영향이 가던 참이었는데 마치 제가 불량학생이라도 되는 듯이 그 엄마께 말씀더렸더라구요.

그 쯤되니 그 여자가 측은하기까지 하더라구요.. 어른이나 되어서는 고따위 생각밖에 못 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괜찮았어요. 교무실에 가면 예뻐해주고 인정해주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셨거든요. 심지어는 교무실에서 일하는 언니하고도, 학교 시설 관리하는 아저씨하고도 두루두루 잘 지내서 재미있는 학창시절이었어요.

 

지금도 찾아보고 싶은 선생님이에요.

아직 현직에 계실텐데 어딘가에서 또 누군가에게 그런 잔인한 저주를 퍼부울거라 생각하니 그 학생들이 가여워서 말이에요.

윤리를 가르치는 임*숙 선생님..

저는 지금 사회를 썩게 만드는 사람도 아니고 , 사회의 암적인 존재는 더더욱 아니랍니다.

당신이야 말로 자라나는 꿈들을 썩게 만드는 암적인 선생님입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어른이 되고보니 아이들에게는 바라는 대로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 정말 버릇없구나. 이렇게 크면 아무도 너를 좋아하지 않겠 돼' 라며 마치 저주를 내리듯 말 하기보다는 '나는 네가 예의바르게 자라서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사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편이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면서 진심도 곡해되지 않는 방법인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가 항상 아이는 아니잖아요?

지금 내가 함부로 말해도 아이는 어리숙하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아이는 금새 어른이 되고 판단하고 비판하고 원망합니다.

그 선생님은 지금 저의 비판과 원망을 직접 듣지는 못하지만 이런 저의 마음이 가서 닿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행히도 그녀는 제 엄마가 아니어서 어딘가에서 계속 그러구 살고 있겠지.. 로 끝나지만

엄마가 내뱉는 말은 두고두고 삶에 영향을 끼칠 거예요.

그러니...

아이가 암적인 존재로 클까봐 걱정이 된다면 "나는 네가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바래"

아이가 이기적으로 클까봐 걱정이 된다면 "모두가 불행한데 나만 행복한 세상은 있을 수 없어.모두와 더불어 행복하길 바래"

아이가 무식쟁이가 될까봐 걱정이 된다면 " 책 속의 다양한 삶을 살아보고 네가 풍요로운 마음으로 살길 바래" 등의 축복의 말을 해주세요.

또 다시 금요일이네요.

이번 주말은 축복의 말이 가득 넘쳐나는 가정 가정이 되시길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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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란이내
  • |
  • 2014-08-2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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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사랑하는 아이에게 하루에 한번은 비판하고 그게 어쩔 수 없는 교육이라고 자위하다가 님 글을 보니 눈물이 맺히네요. 고맙습니다. 바람을 담은 말 입에 붙이게 노력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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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강머리앤
  • |
  • 2014-08-25 13:09
서울 다녀오느라 댓글이 늦었어요..
예쁜 말만 하고 살 순 없지만 예쁜 말을 많이 하고 살도록 노력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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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이혀니맘
  • |
  • 2014-08-23 15:56
답댓글

전 불행히 그런 샘들을 제법 겪어서 학창시절 좋은 기억이 있는 샘이 별로 없어요. 그치만 그 와중에도 좋았던 한두 분의 선생님은 더 큰 영향을 끼친거 같아요.
그치만 걱정의 꾸중보다 축복이 낫다는 말은 명심해야겠어요. 요즘 신경이 날카로운지 자꾸 짜증내게 되는데 짜증보다는 축복이 ㆍ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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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강머리앤
  • |
  • 2014-08-24 17:43
아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야 어느 엄마나 매 한가지겠지만 엄마의 태도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달라지니 표현방식이 중요할 수 밖에요..
저도 좋았던 선생님들,기억에 남는 선생님들 여럿 계신데 고마워하는 이 마음도 전달될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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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chura
  • |
  • 2014-08-22 14:46
답댓글
제목은 무서웠고 별명은 정말 탁~하고 웃었고... 이야기는 정말 선생님들 너무 중요하단 교훈을 얻었네요.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 마음에 남으시는 선생님은 생각만해도 웃는 얼굴만 떠오르고 그 선생님의 따뜻한 손이 떠오르고 ..뭐 그래야 되는데^^..모두모두 마음으로 아이들을 안아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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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강머리앤
  • |
  • 2014-08-24 17:40
밖에서 만나는 선생님이야 복불복이니 어쩔 수 없다 해도 엄마만큼은 아이맘에 생채기를 내지 않아야겠죠.
아마도 초인적인 노력이 빌요할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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