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생활이 어떠냐는 물음에 아이는 그냥 학교 가기가 싫다고 합니다.
이유를 묻으니 재미가 없고, 시시하다고.
"개똥같은 소리하고 있네. 쉽기는 뭐가 쉽냐?
엄마가 미리 받아쓰기 봐주지 않으면 다 틀리고,
저번에 수학익힘문제도 많이 틀렸두만......."
"엄마, 미안해. 앞으로 잘할게."
아이는 바로 꼬리를 내리고, 자동반사기능으로 미안하다는 말이 튀어나옵니다.
"너보고 미안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공부는 겸손해야 한다고 늘 말했잖아.
쉽다면서 백점도 못 맞으면 그건 쉬운게 아니야.
그리고 너보고 백점을 맞으라는게 아니라 백점도 못 맞으면서 시시하다고 말하지 말라는 얘기지.
틀렸으면 그건 시시한게 아니고, 너에겐 어려웠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뜻이야.
시시하다고 대충하지 말고, 학교 생활에 재미를 붙였으면 해."
아이가 제 의도를 정말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이가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정말 아이가 백점을 맞기를 원한다면 미리 문제집이라도 풀려서
학교에서 푸는 유형 연습시키고 미리 익힘문제 예습시켜서 백점맞게 해 주었을 겁니다.
저는 아이에게 스스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습니다.
받아쓰기는 이제 띄어쓰기, 문장부호가 복잡해지면서
집에서 미리 시험보기 전 날 한번씩 봐주는데 아이가 부탁을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학은 혼자 풀어보라고 내버려두고 있습니다.
잘 뛰어노는 아이가 뭐가 걱정이라고
사실은 받아쓰기 백점과 수학문제 백점 맞기를 원해서 이러는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학교 생활을 물어보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아이가 다시 눈썹을 뽑기 시작해 모나리자가 되어가기 때문입니다.
원래 성향이 완벽주의자인 아들래미가 느끼는 것이 좌절감 때문에 이러는 거라면
엄마는 무언가를 해주긴 해주어야 할텐데 아직은 저조차 갈피를 잡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의 완벽주의 성향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
학교일을 하거나 담임선생님에게 찾아가지는 않겠다는 다짐이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분명 아이가 이 시기를 잘 헤쳐나가리라 믿고
정말 무슨 문제가 있다면 그때는 학교를 그만 둘 각오도 늘 하고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아이가 스스로 학교 생활의 기쁨을 찾고 잘 이겨나가길 믿기로 했습니다.
아이와 독서카드를 작성하던중 갑자기 아이가 확인란을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엄마, 이번에 짝꿍이 바뀌었어.
참 학교에서 책 읽으면 확인란에 부모님이 아니라 짝꿍이 사인을 해 주잖아.
근데 이번 짝꿍이 글씨를 못 써서 뒤에 있는 친구가 이름을 쓴거야."
"이번에 짝꿍 바꾸었구나. 이번 짝꿍은 어때? 맘에 드는 친구랑 앉게 되었어?"
"응. 내가 자리를 골랐는데 그 친구 옆에 앞기로 했어.
그 친구는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 항상 선생님과 가장 가까운 맨 앞에 앉아.
그래도 잘 들리지 않아서 수업시간에 하는 것을 잘 못하니까,
아직 글씨를 쓸 줄 몰라서 확인도 뒷 자리에 앉아있는 아이가 해 준거야.
그래서 먼저 짝꿍이었던 아이가 엄청 힘들었대."
"너는 왜 그 자리에 앉고 싶었던거야? 먼저 짝꿍도 엄청 힘들었다고 했다며?
너가 도와주고 싶었던거야?"
아이는 부끄럽게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와, 엄마 감동받았어. 어려운 친구를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만 해도 엄마는
정말 정말 기쁘다~~~."
이 녀석이 엄청 개구진데다 장난꾸러기라서 평소에도 장난이 심하여
혹시나 친구들을 괴롭히지는 않을까 늘 노심초사였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어쩌면 늘 엄마 눈치를 보는 아이는
엄마가 좋아할거 같아서 이런 행동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엄마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들이 싹틀지도 모르지요.
늘 아이를 키우는 일이 정말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동안 우울했던 기분이 한 큐에 다 날아가 버렸습니다.^^
아이는 어제 또 뜬금없이 군대에 가기 싫다고 합니다.
갑자기 뭔 소린가 했더니 책을 읽다보니 군대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하네요.
아이가 읽는 책을 보니 아빠가 읽으려고 꺼내놓은 것을 자기가 먼저 읽고 있더라구요.
저도 아직 읽지 않은 책이라서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군대 얘기가 나오나봅니다.

"야, 뭣하러 그런 책을 읽냐? 그림책 읽어. 이해도 못 할텐데."
"아니야, 이해돼. 그리고 재미있어."
도대체 정말 뭐하러 이런 책을 읽는지 모르겠습니다.
8살 짜리가 벌써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지 고민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래, 맘대로 해라. 근데 읽기 싫으면 언제든지 그만 읽어.
괜히 다 읽으려고 억지로 읽지는 말고."
알았다는 대답을 들었지만 벌써 반 가까이 읽은 것을 보니 다 읽을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아이가 읽을 책을 골라오는 저에게 남편은 항상 너무 수준이 낮은 것만 빌려온다고 하길래,
책을 많이 읽는다고 무조건 수준을 높이는 것이 바로 책읽기를 싫어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아직은 저럴때 쉬운 책 특히 그림책을 많이 읽어야한다고
늘 초등용 책만 읽으라는 에미에게 아들은 제대로 한 방 날렸습니다.
하지만 겨우 한 권으로 이제는 성인책을 읽으라고 하기는 어려울것 같습니다.
이게 좀 겉 멋이 든게 아닐까 오히려 좀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제가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한것은 아이가 좋아해서였습니다.
저는 먼저 일본어나 중국어를 가르치려고 했는데
어린이집에서 영어를 조금 배웠는지 가르쳐달라고해서 시작한 영어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아이가 영어를 싫어하게 되었어요.
엄마는 이미 시작한 것이니 제대로 가르치고 싶었고,
아이는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엄마가 자꾸 들이밀자 오히려 영어거부를 보였습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거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포기하면 지금까지 해왔던게 다 물거품이 될거라는 생각에......
영어를 시작하기 전에 일본어를 조금 가르쳤는데 워낙 암기력이 좋은 아이라
금방 흡수하고 나중에는 저보다 일본어를 더 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일본어를 잘 몰라서 더 이상 가르칠 수가 없었고,
4살짜리에게 일본어 가르쳐줄 선생님을 찾기가 어려워서 포기했었습니다.
큰 아이들 가르치듯이 어렵게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나면 일본어도 싫어하게 될 것 같아서입니다.
아이는 워낙 언어감이 좋은지 일본어, 중국어, 영어 조금만 가르쳐주면 금방 따라해서
엄마는 정말 제대로만 가르치면 될 것 같았는데
영어에서 큰 코 다치고 다른 것은 모두 접어버렸습니다.
요즘은 자기가 일본어를 했던것조차 기억하지 못하는것 같아요.^^;
뭐든지 시키면 곧잘 하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들이밀고 싶은 충동을 참기란 쉽지 않습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시키면 하기는 다 하니까요.
그리고 결과물이 그리 나쁘지도 않아요.
싫어서 얼굴이 일그러져도 엄마가 시키면 다 해 놓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의 결과가 아니라 나중에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시키지 않아요.
지금 그거 잘한다고 나중에 행복한거 아니니까. 물론 현재도 행복하지 않구요.
근데 아이가 나중에 억지로라도 안 시켰다고 또 원망하는건 아닐까요?
그래도 어쩔 수 없겠지요.
아이 키우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늘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울것인가 고민만 합니다.
근데 아이는 이제 스스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네요.
겉멋들어서 그런지 어떤지는 몰라도 언젠가 한 번쯤 고민할만한 주제니까 지켜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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