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선천적으로 심각한게 싫은 모양입니다.
예배도 목사님께서 좀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말씀하시는 분의 것이 좋고,
챈트하는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진행하는 종교의식은 불편합니다.
행사입네 하는 데 가서 사회자가 마이크 붙잡고 판박이 진행하는 건 못 견뎌하고,
회의할 때 중요한 말 한참 뒤에 말할 거면서 말 길게 끄는 사람 질색이며,
높은 순서대로 앉은, 다시 만날 일도 없는 사람들 앞에 굽실대는 건 사양합니다.
경험이래야 공부 차 미국 물 밖에 먹은 게 없어서리 일천하지만
몇 차례의 졸업식에 갔다가 초대된 연설자들이 어찌나 청중을 들었다놨다 웃기는지
두 가지 점에서 놀랐네요. 첫째, 신성한 졸업식장을 어케 이리 초토화시키나,
둘째, 난 영어박사람서 저 말을 왜 다 못 알아듣나...
한국의 형식적이고 예의 바른 문화가 촌스럽고, 미국의 유머, 자유 등이 멋진 줄 알았습니다.
이제 보니까 그냥 다른 겁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보셨는지요?
시상식 도중 피자 배달시켜 배우들이 나눠먹는 장면이 참 자연스럽더라고요.
나비 넥타이 맨 브레드 피트가 접시를 돌리고요,
해리슨 포드가 피자를 하나 집더니 사회자를 툭툭 치며 냅킨을 달랍디다.
글쎄요... 그것도 기획된 쑈겠지요. 번쩍거리는 행사장에 피자 배달이라.
만약 대종상에서 이런 장면이 벌어진다면? 순간 영 상상이 안되네요.
카메라 의식하는 긴장되고 굳어진 배우들 앞에
갑자기 인형 같은 사회자가 불편한 드레스를 입고 피자 먹으라고 한다....
그건 안되지요. 애초부터 행사에 대한 사고부터가 달라서 안됩니다.
우리 쪽 문화가 너무 딱딱해서도 아니고, 저 쪽 문화가 상스러워서도 아니고요.
한 사람의 노력의 성과를 칭찬해서 그걸 드러내 보여주는 자리는
영광스러워서 모든 사람이 우러러 봐야 한다는 게 우리 쪽 입장입니다.
그에 비해 저들은 사람이 모이는 건 졸업이든 시상이든 축제이고 쑈입니다.
물론 왕위 계승식이나 외교 행사야 다르겠지만 우리가 자주 보는 거 말예요.
행사에 관해 너무나 달라서 놀랐던 건 입학식에 관한 겁니다.
초등입학생은 개강 후 순번을 매겨 몇 명씩 만 학교에 옵니다.
일주일에 나눠 대여섯 명씩 담임이 끼고 있어요.
그리고 일주일 후 모두 와서 바로 일상 스케줄에 들어갑니다. 행사가 없습니다.
중, 고등학교도 일종의 오리엔테이션만 있을 뿐입니다.
부모는 한 달이 지나야 오는 날이 있어 과목 선생을 봅니다.
기숙학교가 입교한 날 부모를 불러서 행사를 합니다만 담화 정도입니다.
대학은 전공이 완전히 정해지는 게 3학년이라 신입생은 과 구분도 중요치 않아요.
그래서 입학하고는 학과장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행사가 없다고요.
그에 반해 우리는 입학식이 뭔가의 출발을 알리는 터닝포인트로 여겨
학교는 학교대로, 교장은 교장대로 바쁘고, 가족은 온 출동하는 귀한 행사지요.
당연한 거 아닐까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심기일전 결심도 하고 말이죠.
그런 입학식이 없고 잘 적응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는 그네들 정서가 좀 심심합니다.
아, 졸업식은 있습니다. Commencement라고 해서 시작이라는 뜻의 단어를 씁니다.
여러분은 어떤 게 더 좋으세요? 좋다기 보다 편안하게 받아들여지세요?
저 처럼 형식적인 거 싫고 판에 박힌 훈화 듣는 거
진저리나게 싫어하는 부류한테는 가끔 미국식 행사가 더 편안합니다.
저는 남이 다 아는 소리 자기만 아는 것 처럼 연설하는 인간들을 혐오해요.
아이, 지루해. 자기 말에 박수 치는게 진짜 감동해서 그런 줄 알대요.
저도 말 많이 하며 사는 사람이니 조심해야지요, 조심하겠습니다.
어제 아카데미 시상식 보고 문화 차이란 이런 거군... 하면 수다 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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