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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컨텐츠

피자 배달된 시상식

  • 홍박샘
  • |
  • 2014-03-05
24

저는 선천적으로 심각한게 싫은 모양입니다.

예배도 목사님께서 좀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말씀하시는 분의 것이 좋고,

챈트하는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진행하는 종교의식은 불편합니다.

행사입네 하는 데 가서 사회자가 마이크 붙잡고 판박이 진행하는 건 못 견뎌하고,

회의할 때 중요한 말 한참 뒤에 말할 거면서 말 길게 끄는 사람 질색이며,

높은 순서대로 앉은, 다시 만날 일도 없는 사람들 앞에 굽실대는 건 사양합니다.

 

경험이래야 공부 차 미국 물 밖에 먹은 게 없어서리 일천하지만

몇 차례의 졸업식에 갔다가 초대된 연설자들이 어찌나 청중을 들었다놨다 웃기는지

두 가지 점에서 놀랐네요. 첫째, 신성한 졸업식장을 어케 이리 초토화시키나,

둘째, 난 영어박사람서 저 말을 왜 다 못 알아듣나...

한국의 형식적이고 예의 바른 문화가 촌스럽고, 미국의 유머, 자유 등이 멋진 줄 알았습니다.

이제 보니까 그냥 다른 겁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보셨는지요?

시상식 도중 피자 배달시켜 배우들이 나눠먹는 장면이 참 자연스럽더라고요.

나비 넥타이 맨 브레드 피트가 접시를 돌리고요,

해리슨 포드가 피자를 하나 집더니 사회자를 툭툭 치며 냅킨을 달랍디다.

글쎄요... 그것도 기획된 쑈겠지요. 번쩍거리는 행사장에 피자 배달이라.

 

만약 대종상에서 이런 장면이 벌어진다면? 순간 영 상상이 안되네요.

카메라 의식하는 긴장되고 굳어진 배우들 앞에

갑자기 인형 같은 사회자가 불편한 드레스를 입고 피자 먹으라고 한다....

그건 안되지요. 애초부터 행사에 대한 사고부터가 달라서 안됩니다.

우리 쪽 문화가 너무 딱딱해서도 아니고, 저 쪽 문화가 상스러워서도 아니고요.

 

한 사람의 노력의 성과를 칭찬해서 그걸 드러내 보여주는 자리는

영광스러워서 모든 사람이 우러러 봐야 한다는 게 우리 쪽 입장입니다. 

그에 비해 저들은 사람이 모이는 건 졸업이든 시상이든 축제이고 쑈입니다.

물론 왕위 계승식이나 외교 행사야 다르겠지만 우리가 자주 보는 거 말예요. 

 

행사에 관해 너무나 달라서 놀랐던 건 입학식에 관한 겁니다.

초등입학생은 개강 후 순번을 매겨 몇 명씩 만 학교에 옵니다.

일주일에 나눠 대여섯 명씩 담임이 끼고 있어요.

그리고 일주일 후 모두 와서 바로 일상 스케줄에 들어갑니다. 행사가 없습니다.

 

중, 고등학교도 일종의 오리엔테이션만 있을 뿐입니다. 

부모는 한 달이 지나야 오는 날이 있어 과목 선생을  봅니다.

기숙학교가 입교한 날 부모를 불러서 행사를 합니다만 담화 정도입니다.

대학은 전공이 완전히 정해지는 게 3학년이라 신입생은 과 구분도 중요치 않아요.

그래서 입학하고는 학과장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행사가 없다고요.

 

그에 반해 우리는 입학식이 뭔가의 출발을 알리는 터닝포인트로 여겨

학교는 학교대로, 교장은 교장대로 바쁘고, 가족은 온 출동하는 귀한 행사지요.

당연한 거 아닐까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심기일전 결심도 하고 말이죠.

그런 입학식이 없고 잘 적응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는 그네들 정서가 좀 심심합니다.

아, 졸업식은 있습니다. Commencement라고 해서 시작이라는 뜻의 단어를 씁니다.

 

여러분은 어떤 게 더 좋으세요? 좋다기 보다 편안하게 받아들여지세요?

저 처럼 형식적인 거 싫고 판에 박힌 훈화 듣는 거

진저리나게 싫어하는 부류한테는 가끔 미국식 행사가 더 편안합니다.

저는 남이 다 아는 소리 자기만 아는 것 처럼 연설하는 인간들을 혐오해요.

아이, 지루해. 자기 말에 박수 치는게 진짜 감동해서 그런 줄 알대요.

저도 말 많이 하며 사는 사람이니 조심해야지요, 조심하겠습니다.

 

어제 아카데미 시상식 보고 문화 차이란 이런 거군... 하면 수다 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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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정
  • |
  • 2014-03-07 09:34
답댓글

저는 왠지 입학식은 입학식답게, 졸업식은 졸업식답게~^^

새로운 마음가짐도 다지고, 안녕의 인사도 근사하게 ㅎㅎ

작년 지나의 입학식때도 왠지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마음이 찡했답니다~

뭐,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들 다른거니까, 그것도 괜찮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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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박샘
  • |
  • 2014-03-07 13:24
그럼요, 설레는 입학식 좋은 문화지요.
내가 싫은 건 아마 입학식 때 마이크 잡고 영양가 없는 말씀 하는 어른들일 거여요.
마음에 와닿는 소리 기억에 없고, 하셨더라고 시끄러워 들리지는 않는 행사가 싫은 거여요.
아이를 고등학교 기숙사에 넣어놓고 돌아서는 남편을 교장이 손을 꼭 잡으며
"그대 아들은 우리가 지킨다. 그대 아들은 곧 행복할 테니 그대만 무사하시오." 했다네요.
억지 감동주려는 행사 멘트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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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소춘
  • |
  • 2014-03-06 19:21
답댓글

저 잠깐 시상식 봤어요.

안그래도 보면서 정말 우리네랑은 다르구나 싶었어요.

전 피자보다 프로즌 노래 부른 가수가 더 기억에 남네요.

영화에 나온 그 프로즌 노래 부른 가수 맞나요?

목소리는 비슷한 것 같은데 노래를 너무 못불러서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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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박샘
  • |
  • 2014-03-06 22:14
그 가수 뭐가 고장났었나봐요. 자기 노래를 그리 망쳐놓대.
기대하고 듣다가 실망했는데 안쓰럽기도 하더라고요.
일생일대 중요한 자리에서 노래가 그리 됐으니 본인은 얼마나 실망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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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즈강
  • |
  • 2014-03-06 18:34
답댓글

포탈사이트에서 브래드피트 피자 배달이라는 타이틀이 뜨길래 ...그러나 보다 했지요...

제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배우라서요..ㅎ ㅎ

그내용이 시상식에서 흘러나온것이로군요.

전 자연스러운 그네 문화와 어디서든 유머를 발휘할 때가 참 좋더라구요.

몇년전.. 한번은 주유소 편의점에 들러서 아이들 화장실 볼일 보게 하고. 토할것 같다고 해서 플라스틱 백(비닐봉지 모두들 아시지요?)하나를 달라고 했더니 카운터직원이 10달러를 내라고 해서 얼마나 놀랬는지 제 표정을 보던 직원이 웃으면서 농담이라고 해 모두 같이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끔은 격식따지는 것보다는 자연스러울때가 좋은것 같아요.^^

아카데미 시상식 함 보러가야겠어요.

누가 얼마나 예쁘게 입고 나왔나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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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박샘
  • |
  • 2014-03-06 22:35
제가 영어를 할 때는 무지하게 유머러스해져요.
많이 웃겨서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는 제 영어가 무척 유창한 줄 알아요.
언어가 문화를 동반하는 증거인 거 같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미국인이 분명 덜 심각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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