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쑥쑥에서 두 가지 타입의 자랑글을 봅니다.
하나는 오로지 내 자식 잘난 것에만 초점을 맞추어 팔불출마냥 떠들어대는 자랑..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아이가 뛰어나 잘 했다는 글이나 혹은 자랑할 만한 것 잔뜩 써놓고 되려 폄하하는 듯 표현함으로서 자랑임을 감추려는 글.
저는 이런 글을 보면 반사적으로 '자랑질'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또 다른 자랑글 타입은 노력과 결실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힘으로서 모두의 감동과 찬사를 이끌어내는 글입니다. 이런 글을 읽으면 남의 아이지만 저절로 박수가 나오고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답니다.
어쩌면 이 두가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같은 글을 보고도 어떤 이는 전자의 의미로 또 어떤 이는 후자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거의 같은 느낌을 받는 것 같더라구요.
서론이 길어졌네요. 자랑을 쓰려니 제가 싫어하는 자랑질이 될까 싶어 연막을 좀 깔아봤습니다.
제 아이 자랑을 읽으면서 노력과 결실의 인과관계에 중점을 두시길 부탁드려요. ^^
1학기 때 학교에서 영어자랑대회를 했었어요. 각 학년별로 하는 것은 대략 교과서 수준의 것이라 참가의 의의가 별로 없었구요. 대신 해외에서 온 아이들은 3-6학년 공통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의사소통부만 참가할 수 있었어요. 3분 정도 자유 주제를 가지고 선생님을 쳐다보며 이야기를 하고 그 내용에 대해 선생님이 즉석으로 물어보는 것들을 대답하는 형식이었지요. 3분이 생각보다 참 길더라구요..
우선 아이는 무엇을 가지고 스피치를 할 지 결정해야 했어요. 그래서 그냥 자신의 영어노하우에 대해서 말하기로 했고 어떤 구성으로 말을 할 것인지 대략 구도를 잡았구요. 한글로 먼저 작성을 했습니다.
그 뒤에 그것을 영어로 번역하였어요. 누가 써 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단어나 표현을 쓸 일도 없고 외울 때에도 살짝 융통성 있게 변화시키기도 했구요.
꽤 많은 아이들이 학원에서 작성해준 원고를 들고 외웠기 때문에 외우는 부분에 있어서는 더 편했을 거예요.
물론 자신의 이야기이긴 했지만 (어릴 때부터 영어dvd 와 그림책을을 읽어왔고 현재 읽고 있는 책. 그리고 매일 어떤 식으로 영어를 접하는지.. 영어를 공부라 여긴 적이 없고 자신에게는 놀이였다는 점.. 그런 내용이었어요..) 3분어치의 글을 외우는 건 그리 녹록치 않았어요.
녹음해서 수차례 듣기도 하고 혼자 방에 들어가서 반복 반복 연습하고 저에게 와서 다시 들려주고.. 이렇게 일주일 연습하고 대회에 나갔습니다.
물론 아이에게는 상에 대한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라고 했어요. 이런 과정을 겪어 보는 것. 3분어치의 글을 외워봤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했구요.
대회에서 무사히 스피치를 마치고 선생님의 질문이 이어졌는데 그 중 하나가 '제일 처음 읽은 영어 그림책이 무엇어었나?'였대요. 당연히 기억이 안나죠. 그런데 아이 생각에 'I don't know."라고 하면 안될 것 같더래요. 선생님이 그 책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이 질문에 자신이 어떻게 대답하는지 보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길게 이야기 했다네요. '너무 어릴 때라 제목이 정확이 기억은 안 나지만 표지에 그림이 있고 내용이 참 재미있는 것이었다..'식으로요.
끝나고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참가했던 다른 친구들 모두 선생님의 당황스런 질문에 'I don't know'를 했다네요.
여튼 그리하여 아이가 해외파 친구들과 겨루어 당당히 금상을 받아왔어요.
얼마전에는 독후감 대회가 있었는데 아이 반에서 아무도 써내질 않았나봐요.
담임샘께서 아침 자습시간에 우리반 하나도 안 내면 안된다며 읽은 책 아무거나 독서감상문을 써라~하셨다네요. 그래서 제대로 된 종이도 없어 허접한 종이에 글을 써내려갔나봅니다.
최근에 읽은 책중에 기억나는 책을 써냈는데
몇일 뒤 상장 호명을 하시기 전에 선생님이 말씀하시더래요.
"이 독서감상문은 구성이 무척 뛰어나고 내용도 훌륭해서 5학년 선생님 전원 만장일치로 뽑은 거다. 선생님들이 모두 이건 최우수상 말고는 달리 줄 상이 없다고 하셨다"라고 해서 설마 자기 일거라 생각 못했는데 상을 주시더래요. 선생님의 극찬을 들은 뒤에 호명 된 자신의 이름을 듣고 하루 종일 기분이 너무 좋았나봐요.
'네가 항상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같이 하고 느끼면서 읽어버릇 해서 그런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저학년 때 무작정 써내려가지 않고 구성을 먼저 잡고 글을 써버릇 연습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 논술 학원 다닌 친구들도 많았을 테고 집에서 연습해서 써 간 친구들도 있었을텐데 평소 노력으로 좋은 결과 있어서 너무 자랑스럽다.' 칭찬해주었습니다.
이런 범생이 딸도 항상 고민이 많습니다.
어제는 이런 말을 하더군요. '엄마. 공부를 즐겁게 하라는데... 나도 정말 즐겁게 해야겠다 생각은 하는데... 그래도 공부가 정말 즐겁지가 않을 때는 어떻게 해...?'
그래서 이렇게 답해주었어요. '공부가 항상 즐겁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겠니.. 가능하면 즐거운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면서 하고 그래도 안 될때는 감사한 마음으로 해봐. 너는 공부만 하면 되잖아. 네가 소녀가장도 아니고 끼니 걱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부모가 없는 것도 아니고.. 공부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것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힘들어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잠깐!
왜 큰 딸 자랑만 하냐구요?
큰 딸은 범생이과 입니다. 결과로 보여지는 칭찬거리가 좀 있죠.
그런데 큰 딸은 에디슨과 동생을 부러워합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너무해! 쟤는 너무 창의적이야. 저런 애들이 꼭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더라고!. 위인전들을 봐도 그렇고.." 거기다 대고 작은 애가 메롱~~을 날립니다. ㅋㅋ
그래서 제가 그렇게 말 해 주었습니다.
"네 말이 맞아. 세상은 저런 애들이 바꿔. 하지만 너 같은 애들이 세상을 이끌고 나가지. 네가 존경하는 반기문 처럼..이 세상은 세상을 바꾸는 사람과 세상을 이끌고 나가는 사람 모두 필요해.너희 둘 따 꼭 필요한 사람들이야."
늘 엉뚱한 생각과 행동으로 당황스럽게 만들고 때로는 짜증을 유발시키기도 하지만 작은 아이는 작은 아이 나름대로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하기 위해 지금 저러고(?)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의 상상의 나래는 끝이 없고 질문은 안드로메다급입니다.
심지어 성행위에 대한 아주 집요한 질문을 하기도 해서 제가 결국 '합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설명해준 적도 있다는.... ;;;;;
자랑이 아이를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자랑할 수 없는 아이도 잘 자라고 있고 종내는 제 자랑입니다.
일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에서 일등이 아니어도 가치를 인정해주는 엄마가 되는 것이 제 소명이겠죠.
자랑할 만한 아이를 둔 다른 엄마들 부러워하지 마시고
나한테서 나와서 이만큼 사랑스럽게 커주었으니 오늘 아이가 웃었다는 것만으로도 오늘 아이가 학교 잘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오늘 아이가 엄마를 안아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할 만 합니다.
여러분도 아이 자랑 좀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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