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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1.내 맘대로 시 읽기

  • 새로샘
  • |
  • 2013-07-02
6

새벽부터 왔는지, 한밤중부터 왔는지 여기는 빗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그리고 뒤척뒤척했더니 피곤하네요..

쑥쑥맘님들은 어떻게 하루를 여셨는지 궁금하네요.

모두들 부지런 떨며 하루를 시작하셨겠지요?

 

바쁘고 부지런한 하루에 한 줄기 쉼이 되시라고 시 몇편 올려 봅니다.

 

#1. 엄마 무릎...임길택(동시)

 

귀이개를 가지고 엄마한테 가면

엄마는 귀찮다 하면서도

햇볕 잘 드는 쪽을 가려 앉아

무릎에 나를 뉘여 줍니다.

그리고선 내 귓바퀴를 잡아 늘이며

갈그락 갈그락 귓밥을 퍼냅니다

 

이이고, 니가 이러니까 말을 안듣지.

엄마는 들어 낸 귓밥을

내 눈앞에 내보입니다.

그리고는

뜯어놓은 휴지조각에 귓밥을 털어놓고

다시 귓속을 간질입니다.

 

고개를 돌려 누울 때에

나는 다시 엄마 무릎내를 맡습니다.

스스르 잠결에 빠져듭니다.

 

나의 감상

"이래서 시가 좋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인데 시인이 그 일상을 시라는 프레임에 끼워 놓으면 특별해진다.

별 것이 아니었던 그 상황 속에서 느꼈던 행동이 별것처럼 새록해진다. 흐른 것을 붙잡아 두고 신선하게 만드는 재주, 멈추어서 보게 하는 재주.

소리없이 하루 하루 갔던 나의 일상이 그렇게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구나. 나의 일상도 '시'구나! 하는 위로....가 이곳에 있다."

 

 

#2. 흔들리는 마음.....임길택(동시)

 

공부를 않고

놀기만 한다고

아버지한테 매를 맞았다

 

잠을 자려는데

아버지가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자는 척

눈을 감고 있으니

아버지가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미워서

말도 안하려고 했는데

맘이 자꾸만 흔들린다.

 

나의 감상

"미사여구 하나 없다. 이해되지 않는 단어 하나 없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을 뿐..

엄마는 아마도 슬쩍 열린 아들 방문 사이로 빠꼼히 아들과 아버지를 들여다 보고 있을 터.

그 둘 사이, 오가는 말 한마디 없어도 공감과 소통이 흐른다.

이렇게 가만히 시를 들여다 보면 '치유'가 있음을 느낀다.

그 어떤 상담자보다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이것 참 좋다!"

 

 

여름에는 저녁을....오규원(동시)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숲속에서는

바람이 잠들고

마을에서는

지붕이 잠들고

 

들에는 잔잔한 달빛

들에는

봄의 발자국처럼

잔잔한

풀잎들

 

마을도 달빛에 잠기고

밥상도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밥그릇 안에까지

가득차는 달빛

 

아! 달빛을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나의 감상

"그래도 되는 거였다.

매일이 바쁘다고 핑계대지 말고 날마다 하는 일에 달빛을 비추면 되는 거였다.

그냥 먹지 말고 달빛을 담아 먹으면 되는 거였다. 달빛은 밥그릇 안에도 가득 차는 것이었다"

 

 

 

자식.....김환영

 

오뎅 파는 아줌마가 놀러와서는

자식은 전생에 빚쟁이래요 그래서

 

에미 애비 얼굴만 보면 맨날 맨날

돈 달라 돈 달라 하는 거래요

 

이야기를 듣던 우리 엄마가

이 세상에 자식이 아니었던 사람이 어디 있어?

그러는 아줌마는 자식 아닌가 봬?

 

어디 보자

배꼽이 있나 없나?

 

그러면서 엄마가

오뎅 파는 아줌마 치마를 들추려니까

아줌마가 깜짝 놀라 도망가면서

배꼽을 쥐며 웃는다

엄마와 함께

깔깔깔 웃으신다

 

나의 감상

"사진 같은 시다. 오뎅 파는 아줌마가 있고 엄마가 있고 두 사람을 철없는 웃음 띠고 보고 있는 아이가 있다.

농담 소리가 있고 깔깔깔 호탕하고 유쾌한 웃음 소리. 한시름 진한 농담으로 얼버무리고 마는 유머가 있다.

그저 목격한 바를 기록해 놓은 것 같은데 사진처럼 선명하게 아니 동영상처럼 생동감 있게 등장 인물이 아른거리고 소리가 울린다.

어릴 때 우리 아빠도 나를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 무던히도 놀렸었는데, 나는 그 말이 진짜인 줄 알고 방을 나가 마루에서 한참을 서럽게 울었었는데.....아빠를 원망하면서..

근데 지금 와서 보니 아빠 말이 맞았네. 나는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자식..그 자식을 먹이고 입히고 학교 보내고  시집 보내고 ..

벌거벗은 채 벌건 피부로 다리 밑에 놓여진 나를 ...

문득 이 시를 들여도 보니 '나는 이런 엄마가 되고 싶다'라는 시를 쓰고 싶은데 뭘 써야할 지 모르겠네. 난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엄마 노릇을 한 거야? 우리 아이들은 어떤 엄마를 바라고 있는 거야? 다시 짚어봐야겠네.."

 

 

 

엄마의 품....David

 

엄마의 품은 햇살처럼 따스해

엄마의 품은 바다처럼 깊어

엄마의 품은 우주처럼 넓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포근해

 

엄마의 품에 안기면........

온~~~~세상을 가진 것 같아

(2012.10. 30)

 

 

엄마의 품...David

 

혼이 날 때

엄마 품은

따갑다

 

기쁜 맘으로

엄마를 안을 땐

부드럽고 따사하다

 

나는 엄마 품이 좋다

(2012.9.3)

 

 

김치 생각(자작시)

 

아홉 가족 먹거리 중

빠질 수 없었던 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열무김치, 갓김치, 백김치....

두터운 손으로 뒤적거리며

싱거우면 소금 좀 넣어라

짜면 설탕 조금만 넣어라

엄마 손에 고춧 가로 꼈으니

깨소금 좀 넣어주련?

 

엄마 생각하며 이제

내가 김치를 담는다

김치라도 있어야 우리 새끼들 밥 묵지

엄마 마음 곱씹으며...

 

고춧가루엔 넉넉함도 한 대접

새우젓엔 기쁨도 두 국자

쌀 죽엔 느긋한 한 줌

깨소금 맛깔나게 솔솔 뿌려

버무리고 빨갛게

버무리고...

 

허리 아픈 순희 엄마 한 보세기

다리 아픈 철수 엄마 한 보세기

가슴 아픈 영자 엄마 한 보세기

 

미안하였네라

어제는 종일

나만 돌보느라 미안하였네라

김 나는 하얀 밥에 김치 한 가닥 올려 배불리소

이웃 사람이여

 

내 붉은 가슴도 여기 물들었으니...

 

 

우리들의 영원한 향수이자 추억인 '엄마 또는 아빠'라는 소재를 가지고 몇편 올려보았습니다.

지금 아이들과 들들 볶고 지지고 살아도 언젠가는 엄마, 아빠를 떠올리며 이런 낭만과 추억, 평안을 기억하지 않을까요?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기억해 주기를 소망해 봅니다.

주룩 주룩 내리는 빗물 속에 걱정과 근심은 쓸려보내고 이런 비같은 시(우리 새끼와 제 자작시는 빼구요..) 마음이 정화되는 귀한 시간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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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향유
  • |
  • 2013-07-03 10:56
답댓글

시나 소설을 읽고도 느낀 점을 표현한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닌데 새로샘님은 정말 탁월하시네요.

한편으로 무척 부럽기도 하고요. 표현력이라는 것이 어떻게 하면 잘 길러질까요?

무작정 책을 읽는다고 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새로샘님처럼 감수성이 풍부한 분은 아이들에게 어떤 사랑을 보여주실까 궁금해집니다.

저도 어릴적엔 감수성이 풍부했던 것 같은데...사막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올려주신 시들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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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샘
  • |
  • 2013-07-03 11:03
그냥 시를 많이 읽으면 되더라고요..
시를 읽다보면 사물을 매양 보던 것과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하더라고요..그래서 다독하라는 조언이 있나봐요..
그리고 천천히 여러번 읽으면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림책도 시처럼 읽으면 많은 부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저희 세째오빠가 시를 그렇게나 좋아했어요..대학에서 시문학 써클까지 가입해 시화전도 하고..
그런 오빠가 신기하여 오빠 나는 시를 읽어도 무슨 말인지 한나도 모르겠는데,,시를 어떻게 읽어야 해? 하고 물었더니 그냥 느끼는대로 읽으라고 하더라고요..
여러번 천천히 읽다보면 느낌이 오기도 하고, 또 시인이 말하고자 했던 시어의 상징들이 깨달이지기도 하고, 꼭 시인이 의도한 상징이 아니더라고 독자 스스로 자기 느낌대로 해석해도 무방한 것이고...
그냥 천천히 편안하게 읽으시면 될 것 같아요..저도 상징이 너무 어려운 시는 별로 정이 안가요..문외한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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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고동엄마
  • |
  • 2013-07-03 10:11
답댓글

전..흔들리는 마음에 한 표!!

지가..정독을 못하는 아줌메라 시의 숨은 의미를 느끼기도 전에 눈과 머리가 다음 구절에 가는지라..ㅜㅜ

 

흔들리는 마음...

쑤~욱 읽어도 마음데 남는건 푸~욱 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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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샘
  • |
  • 2013-07-03 10:55
그렇죠..누가 흔들리지 않겠어요..자는 아들의 얼굴의 눈물을 닦아주는데..눈물을 닦아준다는 것 자체가 공감의 경험이죠..
제가 얼마전에 두아들놈들에게 엄마가 화내면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첫째는 엄마가 미워진다고 하고 둘째는 엄마한테 짜증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감정을 읽을 줄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자녀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고 또 읽을 수 있도록 코치하는 것은 좋은 모자관계를 형성하는데 첩경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정의 종류를 알아야 대처능력이 생기고 해결방법도 생기니까요..
이 두녀석의 다른 (비슷할 수도 있겠지만) 감정의 종류를 들으면서
첫째는 엄마가 화를 내면 거절당한다는 느낌이 드나보다, 둘째는 엄마가 화를 내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지나보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첫째에게는 엄마가 이러이러 해서 화를 냈지만 너를 여전히 사랑한다는 피드백을, 둘째에게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감정상태를 설명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사에 느린 큰녀석 하루 할일을 시키려면 날마다 도를 쌓아야 하는 실정..
어제는 이러이러하게 행동했을 때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결과를 예측해보도록 대화를 나누어보았습니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다른 날보다 큰소리 나지 않고 마무리 한 것 같습니다.
오늘도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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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서맘
  • |
  • 2013-07-03 09:58
답댓글

가슴 뭉클합니다...

오전에 이렇게 가슴 뭉클하게 하게 해 주셔도 되는겁니까...ㅎㅎㅎㅎ

 

너무 잘 봤습니다^^

가슴에 꼭 새기고 싶은 귀절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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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샘
  • |
  • 2013-07-03 10:46
어머 그러셨어요? 감사드립니다.
요즘은 무엇보다 창의력이 대세?잖아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희서맘의 아이처럼 자기 조절력이 있으면서 창의력이 있다면 아마 21세기가 원하는 인재상이 아닐까 싶네요..
이 창의력 신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 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몇편 올려보았는데 반응이 별로 없어서리,,,쑥쑥맘님들은 시에 괸심이 없으신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반응을 살피고서 일주일에 하나씩 시를 외우고 써보기도 하는 이런 방을 진행해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그리고 나중에는 영시도 읽어보고...
자료도 없고 실력도 없는데 괜히 꿈만 커서..여기 계시는 분들과 작당을 하면 꾸준히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저보다 다들 실력파시고 열의도 대단하시니 저도 함께 묻어가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이렇게 댓글 남겨주셔서 용기 잃지 않도록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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