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왔는지, 한밤중부터 왔는지 여기는 빗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그리고 뒤척뒤척했더니 피곤하네요..
쑥쑥맘님들은 어떻게 하루를 여셨는지 궁금하네요.
모두들 부지런 떨며 하루를 시작하셨겠지요?
바쁘고 부지런한 하루에 한 줄기 쉼이 되시라고 시 몇편 올려 봅니다.
#1. 엄마 무릎...임길택(동시)
귀이개를 가지고 엄마한테 가면
엄마는 귀찮다 하면서도
햇볕 잘 드는 쪽을 가려 앉아
무릎에 나를 뉘여 줍니다.
그리고선 내 귓바퀴를 잡아 늘이며
갈그락 갈그락 귓밥을 퍼냅니다
이이고, 니가 이러니까 말을 안듣지.
엄마는 들어 낸 귓밥을
내 눈앞에 내보입니다.
그리고는
뜯어놓은 휴지조각에 귓밥을 털어놓고
다시 귓속을 간질입니다.
고개를 돌려 누울 때에
나는 다시 엄마 무릎내를 맡습니다.
스스르 잠결에 빠져듭니다.
나의 감상
"이래서 시가 좋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인데 시인이 그 일상을 시라는 프레임에 끼워 놓으면 특별해진다.
별 것이 아니었던 그 상황 속에서 느꼈던 행동이 별것처럼 새록해진다. 흐른 것을 붙잡아 두고 신선하게 만드는 재주, 멈추어서 보게 하는 재주.
소리없이 하루 하루 갔던 나의 일상이 그렇게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구나. 나의 일상도 '시'구나! 하는 위로....가 이곳에 있다."
#2. 흔들리는 마음.....임길택(동시)
공부를 않고
놀기만 한다고
아버지한테 매를 맞았다
잠을 자려는데
아버지가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자는 척
눈을 감고 있으니
아버지가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미워서
말도 안하려고 했는데
맘이 자꾸만 흔들린다.
나의 감상
"미사여구 하나 없다. 이해되지 않는 단어 하나 없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을 뿐..
엄마는 아마도 슬쩍 열린 아들 방문 사이로 빠꼼히 아들과 아버지를 들여다 보고 있을 터.
그 둘 사이, 오가는 말 한마디 없어도 공감과 소통이 흐른다.
이렇게 가만히 시를 들여다 보면 '치유'가 있음을 느낀다.
그 어떤 상담자보다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이것 참 좋다!"
여름에는 저녁을....오규원(동시)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숲속에서는
바람이 잠들고
마을에서는
지붕이 잠들고
들에는 잔잔한 달빛
들에는
봄의 발자국처럼
잔잔한
풀잎들
마을도 달빛에 잠기고
밥상도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밥그릇 안에까지
가득차는 달빛
아! 달빛을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나의 감상
"그래도 되는 거였다.
매일이 바쁘다고 핑계대지 말고 날마다 하는 일에 달빛을 비추면 되는 거였다.
그냥 먹지 말고 달빛을 담아 먹으면 되는 거였다. 달빛은 밥그릇 안에도 가득 차는 것이었다"
자식.....김환영
오뎅 파는 아줌마가 놀러와서는
자식은 전생에 빚쟁이래요 그래서
에미 애비 얼굴만 보면 맨날 맨날
돈 달라 돈 달라 하는 거래요
이야기를 듣던 우리 엄마가
이 세상에 자식이 아니었던 사람이 어디 있어?
그러는 아줌마는 자식 아닌가 봬?
어디 보자
배꼽이 있나 없나?
그러면서 엄마가
오뎅 파는 아줌마 치마를 들추려니까
아줌마가 깜짝 놀라 도망가면서
배꼽을 쥐며 웃는다
엄마와 함께
깔깔깔 웃으신다
나의 감상
"사진 같은 시다. 오뎅 파는 아줌마가 있고 엄마가 있고 두 사람을 철없는 웃음 띠고 보고 있는 아이가 있다.
농담 소리가 있고 깔깔깔 호탕하고 유쾌한 웃음 소리. 한시름 진한 농담으로 얼버무리고 마는 유머가 있다.
그저 목격한 바를 기록해 놓은 것 같은데 사진처럼 선명하게 아니 동영상처럼 생동감 있게 등장 인물이 아른거리고 소리가 울린다.
어릴 때 우리 아빠도 나를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 무던히도 놀렸었는데, 나는 그 말이 진짜인 줄 알고 방을 나가 마루에서 한참을 서럽게 울었었는데.....아빠를 원망하면서..
근데 지금 와서 보니 아빠 말이 맞았네. 나는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자식..그 자식을 먹이고 입히고 학교 보내고 시집 보내고 ..
벌거벗은 채 벌건 피부로 다리 밑에 놓여진 나를 ...
문득 이 시를 들여도 보니 '나는 이런 엄마가 되고 싶다'라는 시를 쓰고 싶은데 뭘 써야할 지 모르겠네. 난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엄마 노릇을 한 거야? 우리 아이들은 어떤 엄마를 바라고 있는 거야? 다시 짚어봐야겠네.."
엄마의 품....David
엄마의 품은 햇살처럼 따스해
엄마의 품은 바다처럼 깊어
엄마의 품은 우주처럼 넓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포근해
엄마의 품에 안기면........
온~~~~세상을 가진 것 같아
(2012.10. 30)
엄마의 품...David
혼이 날 때
엄마 품은
따갑다
기쁜 맘으로
엄마를 안을 땐
부드럽고 따사하다
나는 엄마 품이 좋다
(2012.9.3)
김치 생각(자작시)
아홉 가족 먹거리 중
빠질 수 없었던 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열무김치, 갓김치, 백김치....
두터운 손으로 뒤적거리며
싱거우면 소금 좀 넣어라
짜면 설탕 조금만 넣어라
엄마 손에 고춧 가로 꼈으니
깨소금 좀 넣어주련?
엄마 생각하며 이제
내가 김치를 담는다
김치라도 있어야 우리 새끼들 밥 묵지
엄마 마음 곱씹으며...
고춧가루엔 넉넉함도 한 대접
새우젓엔 기쁨도 두 국자
쌀 죽엔 느긋한 한 줌
깨소금 맛깔나게 솔솔 뿌려
버무리고 빨갛게
버무리고...
허리 아픈 순희 엄마 한 보세기
다리 아픈 철수 엄마 한 보세기
가슴 아픈 영자 엄마 한 보세기
미안하였네라
어제는 종일
나만 돌보느라 미안하였네라
김 나는 하얀 밥에 김치 한 가닥 올려 배불리소
이웃 사람이여
내 붉은 가슴도 여기 물들었으니...
우리들의 영원한 향수이자 추억인 '엄마 또는 아빠'라는 소재를 가지고 몇편 올려보았습니다.
지금 아이들과 들들 볶고 지지고 살아도 언젠가는 엄마, 아빠를 떠올리며 이런 낭만과 추억, 평안을 기억하지 않을까요?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기억해 주기를 소망해 봅니다.
주룩 주룩 내리는 빗물 속에 걱정과 근심은 쓸려보내고 이런 비같은 시(우리 새끼와 제 자작시는 빼구요..) 마음이 정화되는 귀한 시간 되시기를..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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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ofours #7-1 모든반 같이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