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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 시간의 힘

  • 개구쟁이맘
  • |
  • 2013-06-19
36

어제 큰애가 숙제를 하는데 왠일로 글씨를 반듯하게 잘 썼습니다.

"엄마, 예전에는 이렇게 잘 쓰려면 무지 힘들었는데 이젠 별루 안힘들어."

 

오호라~ 네 손가락 근육 조절력이 이제서야 발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레고도 잘 맞추고 로봇도 잘 만드는데 유독 글씨쓰기는 어려워했습니다.

일단 연필을 잡을때 아이는 손목을 갈고리처럼 휘어서 사용하고

손가락 근육이 아니라 손목 근육을 사용해서 글씨를 썼습니다.

그러다보니 글씨가 흐릿하고 지렁이 글씨처럼 구불구불했죠.

 

바른글씨 교본을 사와서 여러권을 쓰게 해도 나아지지 않더니

4학년이 되어 아이의 근육과 신경계가 성숙을 하니

그 어렵던 글씨쓰기가 이제서야 쉬워졌습니다.

 

아이가 4학년이 되니 보여지는 몇가지 변화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식사 예절입니다.

큰애는 과잉 행동이 있는 아이라서 가만히 앉아서 밥 먹는 것을 매우 힘들어했습니다.

워낙 식욕도 별루 없는데다 엉덩이가 가볍다보니

어려서부터 밥 먹이는 것이 큰 전쟁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들어와서부터는 "이제 1학년인데!"하고 앉아서 밥먹으라 부르짖고 스티커 제도도 만들었지만 거의 효과가 없었습니다.

아이는 2학년이 되고 3학년이 되도 옆에 어른이 앉아서 반찬을 골고루 먹도록 도와줘야 했습니다.

(안도와주면 반찬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밥만 먹기 때문에)

 

그런데... 이제 4학년이 되니 어느날부터인가 의자에 앉아서 밥을 잘 먹더라구요.

여전히 밥만 먹는 경향은 있지만 골고루 먹으라고 말을 하면 좀 더 신경을 쓰구요.

그러면서 돌아다니며 밥 먹는 동생을 나무랍니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못하는 녀석!

 

지하철을 타도 이제는 의자에 앉아서 차분하게 잘 갑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다리 아프면 지하철 바닥이곤 어디곤 가리지 않고 주저앉던 녀석인데

(심지어 드러눕기까지 해서 엄마를 경악하게 만들었죠. ^^;;)

이제는 주변의 시선도 신경을 쓰고 동생한테 좀 조용하라고 핀잔도 줍니다.

확실히 녀석의 엉덩이가 좀 무거워졌나봅니다.

 

늘 자기 자신밖에 모르던 이기적인 아이가 요즘엔 엄마 생각도 할 줄 압니다.

동생이 말 안들으면 "엄마 힘들어. 말 좀 들어."하고 말합니다.

이런 날도 오다니... 참 신기합니다.

 

아이가 보여주는 모습들이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서 느리고 못한다고 나무랬는데

이제 와서 되돌아 보니 그 모든 것들은 아이가 아직 덜 커서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씨를 일부러 엉망으로 쓰는것이 아니라 손의 소근육 조절이 어려워서 그랬던 것이고,

식탁이나 지하철에 앉아 있기 어려웠던 것은 아이가 움직이고 싶어하는 욕구가 넘쳐서 그랬던 것이고,

자기 외에 타인을 배려하고 걱정해주는 마음이 없던 것도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시선이 고정되어 있어서 그랬던 것이었어요.

그러고보면 아이가 그동안 야단 맞았던 대부분의 이유들은,

자기도 어쩔수 없는 발달상의 미성숙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야단을 치고 훈련을 시키더라도

때가 되어 스스로 성숙하는 것에 비해 그 효과는 아주 미비합니다.

결국 아이를 야단치고 훈련시키려는 엄마만 혼자 속 터지는 거죠.

차라리 아이의 한계를 인정해 버리고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는게 더 현명한 어머니일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보여주는 이런 실날같은 변화 덕분에

아직도 갖고 있는 나머지 숱한 문제들도 이제 차차 나아질거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자기가 바꿀수 없는 문제를 부딪혔을때 시간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내가 미친 여자처럼 아이를 야단쳐도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는데,

결국 시간이 흐르고 아이안에 작은 변화들이 쌓여 성숙해지니

난공불락과도 같이 느껴졌던 아이의 문제들이 조금씩 풀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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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2013-06-2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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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시글 감사합니다!
 

회원님께서는 쑥쑥 게시글 로또 이벤트에서 추첨번호 37번을 부여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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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올리비아
  • |
  • 2013-06-22 08:11
답댓글
유게에서 성숙.시간의힘.제목으로 글쓰셨다해서 얼렁들어와 읽어보네요. 딱 7살 울아들이야기에요~ 제일 싫은게 집에서나 식당에서 돌아다니며 밥 먹는거지요. 작년 어느식당에서 같은또래의 6살.4살 아이가 밥먹는동안 얌전히 앉아 밥먹는거 보고 놀란적잇어요~ 아, 엄마가 교육하면 돌아다니지않고 밥먹을수잇나보다~ 그 이후 제가 적극적인 훈육이 안되어서인지 여전히 돌아다니며 밥 먹어요. 개구쟁이맘님글에 동감하면서 엄마의 생활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바른식사예절도 가능하지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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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2013-06-21 14:31
답댓글

개구쟁이맘님 반가운 소식과 함께 만나게 되니 반가움이 더더더 배가 되네요~^^*

먼저 축하합니다~!!!!!!!!

이런이야기는 아이스 커피 한잔 놓고 마주 보고 해야 제 맛인데 말이죠~^^*

정말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분이 많은것 같아요.

학년이 올라갈 수록 허물렁 거리는 딸아이 글씨를 볼때마다 어쩌면 좋나.........싶어지는 제게

딱 답안지가 펼쳐진듯한 느낌이랄까요~~~~ㅎㅎㅎ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는게 답이라는것을 알면서도 가끔씩은 인내심이 바닥을 치기도 하니...^^;;;;

개구쟁이맘님 글을 읽고 다시 한번 맘을 가다듬어 봅니다.

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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