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곱 번 째 수업을 정리하지 못했어요. 회사 일로 바빴거든요.
참, 그저께는 퇴근하면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미래, 소원이 엄마를 만났어요. 밤 10시 30분쯤이었는데, 그 분도 늦게 퇴근하시더라고요. 서로 늦게까지 일하느라 수고 많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죠.
그 다음날 아침에 미래와 소원이 가르치러 갔어요. 새벽 5시에 만나서 1시간 동안 공부하는데, 아이들이 대뜸 그러는 거에요. 어제 밤에 자고 있는데 엄마가 느닷없이깨워서는
“야, 선생님이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시고, 지금 퇴근하시더라. 그리고 새벽에 너희들 가르치려고 일어나시는데 너희들 똑바로 해야 하지 않겠니?”
아이들 표현을 빌리자면.. 이게 무슨 테러냐는 거죠. 아이들 참 잘하고 있거든요.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스스로 공부하는데, 더 뭘 어쩌라시는 건지.. 아무튼 엄마들 만나기가 무서워요.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전할지 모르니..
일곱 번째 수업에서 문제가 생겼어요. 고원이가 랭* 영어학원에 다니는데, 너무 지쳐 보이는 거죠. 아침 8시 반에 집에서 나와서 학교 가고, 학교 끝나고 곧바로 영어학원 가고, 영어학원 차가 아파트 앞에까지 바래다 주어 행복한 천재학교 참석하고, 집에 가면 저녁 7시 반쯤되는 거에요. 밥도 못먹고..ㅜㅜ
거의 11시간을 쉼 없이 도는 것인데.. 수업시간에 집중할 수가 없는 거죠. 체력이 고갈되니까요.
그래서 고원이 어머니께 말씀 드렸고, 행복한 천재학교를 그만 두기로 했어요. 영어학원 시작한지 이제 2주차이고, 영어학원에 아이가 무척이나 다니고 싶다고 주장했던 것이거든요. 피곤해서 집중도 못하는데 무슨 공부가 되겠어요. 고원이에게 필요한 것은 공부가 아닌 쉼이겠죠.
전 이걸 보면서 아이들과 엄마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백경이도 어제 집에 가면서 엄마가 너무 싫다고 그러길래.. 그래도 좋은 부분이 있지 않냐고 하니까..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거에요. 참..ㅜㅜ.. 듣고 있는데 굉장히 난감했죠. 어떤 부분이 싫으니라고 물으니.. 대답을 안 해요.. 대답하기 싫다고.. 그런데 백경이 엄마는 제 앞에서는 아이 스스로 하고, 최대한 재량권을 준다고 말씀하거든요. 뭐 제가 그 어머니께 뭐라고 말씀 드리지는 않지만..심각한 소통의 문제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죠.
고원이 엄마는 아이에게 그냥 끌려 다니시고.. 아이는 엄마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있죠. 전 그게 보이는데 엄마는 어쩌질 못해요. 그렇다고 그런 문제로 대놓고 조언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이가 원하고 좋아한다는 것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요. 다 배경을 갖고 말하니까요.. 특히 아이들이 엄마와 집에 있길 싫어하기 때문에 피아노 학원, 미술학원, 영어학원을 다니는 경우도 많아요. 그냥 친구와 놀겠다고 하면(이게 진짜 아이들이 원하는것인데..) 안 된다고 하잖아요. 집에 있으면 숙제 했니? 다른 아이들 학원에서 공부하는데 넌 집에서라도 해야지.. 뭐 이런 이야기를 늘어 놓으니.. 아이들이 엄마 눈을 피해 다니는 것뿐인지..영어학원을 진짜 좋아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고원이에게 제가 지난주.. 그러니까 랭* 영어학원 첫 수업한 날에 물었어요. 학원 재미있냐고.. 그랬더니 엄청 재미있다고, 들 뜬 목소리로 말했거든요. 그리고 어제 물어보니.. 대답을 안 해요.. “음.. 뭐.”.. 이러고 말더라고요. 게다가 백경이에겐 영어학원 싫다고 얘기했다는데, 그게 백경이 엄마의 입에서 고원이 엄마 귀로 넘어갔죠. 거기다 왜그러냐고 아이에게 따져 물어봐야.. 아이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죠.. 영어학원싫다고 이야기 안 했다고 한다는 거죠. 지리한 진실게임의 시작인데, 엄마가 백전 백패일 수 밖에 없는 게임이죠.
이게 바로 아이들 영혼에 시퍼런 멍을 들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살기 위해 엉뚱한 이야기들을 꾸며내야 하고.. 엄청나게 큰 부담을 지고 살아야 하고..
행복한 천재학교 4월부터는 주3회로 늘리고, 토요일 오전에는 약 3시간 정도 지속해서 공부를하려고 해요. 그리고 영어는 어린이 영어성경으로 진행하려고 하죠. 물론 엄마들이 교회에 모두 다니시는 것도 아니라서 무척이나 마음이 쓰였어요. 이 분들 설득하려고 제가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레미제라블 소설책을 들고 갔죠. 그리고 보여주었어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서문에는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12:24)고 도스토예프스키가.. 책에 대한 의미를 함축해 놨어요. 제가 어머니들께 물었어요. 이게 무슨 뜻이냐고? 아마 성경 이야기인줄은 아실 텐데.. 안 읽어 봤으면 생소할 수있겠죠. 희생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레미제라블 책 뒷표지에는 “한 죄인이 어떻게 성인이 되고, 예수가되고, 하나님이 되어가는지를 그리고 있다.”라고 표현되어있어요.
성경을 모르면 서양 문학을 이해할 수도 없고, 철학을 이해할 수도 없다고 설명을 드렸어요. 제가 키에르케고르의 실존주의 철학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온통 성경이야기여서 깜짝 놀랐어요. 학교에서는 그렇게 배우질 않았거든요.. 또 20년 전 대학 교양영어 시간에 프로이드의 잠재의식과 관련된 아티클을 읽는데 요나 이야기가 중심인거에요. 그때 저는 요나가 누구인지? 성경에 나오는 인물인줄도 몰랐거든요. 텍스트가 이해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죠. 그 때 영문과 교수님이 한마디 했어요. 성경을 읽지 않고 영문학, 자연과학, 철학을 논하지 말라고..
종교적 가르침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고, 성경의 이야기를 영어로 배우고, 아이들 나름대로 상상하고 해석할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죠. 다행히 동의를 다 해주셨어요.
엄마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짜야 할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대화 중에 나오는 대답과 질문들을 통해서 면밀히 그 특징,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배경, 감정 등을 파악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고, 제가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설득력이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결정되니까요. 그래서 대화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죠.
그런데 의외로 엄마들은 아이와 중요한 이야기를 나눌 때 전혀 전략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아이의 이야기 속에 감춰진 감정이나 배경을 전해 해석하지 않는다는 거죠. 엄마는 내 자녀에게 최고의 엄마가 되어야하는 거 아닐까요? 왜냐하면 우리 아이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거든요. 더 좋은 엄마를 선택할 권한이.. 그러니 부모가 더 고민해야 할수 밖에.. 부모 노릇하기가 그래서 힘든 것이고요.. 안타깝게도 부모들은 노력을 덜 하거나 아예 하지 않고, 아이들을 비난해요. 그리고 그 모든 짐을 아이에게 떠 넘겨 버립니다. 아이들에겐 절대 죄가 없어요. 거짓말 하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에게 죄가 없어요. 부모인 내가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죠. 언어로, 행동으로, 때로는 알지 못하는 수많은 원인들.. 습관.. 무언의표정, 분위기, 사소하게 넘긴 대답과 질문들 속에서..
좀 읽기 불편하셨을 줄 압니다. 저 또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투의 글을 쓰는 게 좋지 않지만, 귀 있는 자는 듣기 바라는 마음에서 또 끌적였습니다. 너는 똑바로 하냐고 비난하지 않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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