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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천재학교.. 소통이야기..

  • 바람불면
  • |
  • 2013-03-15
6

지난 일곱 번 째 수업을 정리하지 못했어요. 회사 일로 바빴거든요.


참, 그저께는 퇴근하면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미래, 소원이 엄마를 만났어요. 밤 10시 30분쯤이었는데, 그 분도 늦게 퇴근하시더라고요. 서로 늦게까지 일하느라 수고 많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죠.

 

그 다음날 아침에 미래와 소원이 가르치러 갔어요. 새벽 5시에 만나서 1시간 동안 공부하는데, 아이들이 대뜸 그러는 거에요. 어제 밤에 자고 있는데 엄마가 느닷없이깨워서는

“야, 선생님이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시고, 지금 퇴근하시더라. 그리고 새벽에 너희들 가르치려고 일어나시는데 너희들 똑바로 해야 하지 않겠니?”

 

아이들 표현을 빌리자면.. 이게 무슨 테러냐는 거죠. 아이들 참 잘하고 있거든요.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스스로 공부하는데, 더 뭘 어쩌라시는 건지.. 아무튼 엄마들 만나기가 무서워요.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전할지 모르니..

 

일곱 번째 수업에서 문제가 생겼어요. 고원이가 랭* 영어학원에 다니는데, 너무 지쳐 보이는 거죠. 아침 8시 반에 집에서 나와서 학교 가고, 학교 끝나고 곧바로 영어학원 가고, 영어학원 차가 아파트 앞에까지 바래다 주어 행복한 천재학교 참석하고, 집에 가면 저녁 7시 반쯤되는 거에요. 밥도 못먹고..ㅜㅜ

거의 11시간을 쉼 없이 도는 것인데.. 수업시간에 집중할 수가 없는 거죠. 체력이 고갈되니까요.

 

그래서 고원이 어머니께 말씀 드렸고, 행복한 천재학교를 그만 두기로 했어요. 영어학원 시작한지 이제 2주차이고, 영어학원에 아이가 무척이나 다니고 싶다고 주장했던 것이거든요. 피곤해서 집중도 못하는데 무슨 공부가 되겠어요. 고원이에게 필요한 것은 공부가 아닌 쉼이겠죠.

 

전 이걸 보면서 아이들과 엄마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백경이도 어제 집에 가면서 엄마가 너무 싫다고 그러길래.. 그래도 좋은 부분이 있지 않냐고 하니까..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거에요. 참..ㅜㅜ.. 듣고 있는데 굉장히 난감했죠.  어떤 부분이 싫으니라고 물으니.. 대답을 안 해요.. 대답하기 싫다고.. 그런데 백경이 엄마는 제 앞에서는 아이 스스로 하고, 최대한 재량권을 준다고 말씀하거든요. 뭐 제가 그 어머니께 뭐라고 말씀 드리지는 않지만..심각한 소통의 문제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죠.

 

고원이 엄마는 아이에게 그냥 끌려 다니시고.. 아이는 엄마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있죠. 전 그게 보이는데 엄마는 어쩌질 못해요. 그렇다고 그런 문제로 대놓고 조언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이가 원하고 좋아한다는 것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요. 다 배경을 갖고 말하니까요.. 특히 아이들이 엄마와 집에 있길 싫어하기 때문에 피아노 학원, 미술학원, 영어학원을 다니는 경우도 많아요. 그냥 친구와 놀겠다고 하면(이게 진짜 아이들이 원하는것인데..) 안 된다고 하잖아요. 집에 있으면 숙제 했니? 다른 아이들 학원에서 공부하는데 넌 집에서라도 해야지.. 뭐 이런 이야기를 늘어 놓으니.. 아이들이 엄마 눈을 피해 다니는 것뿐인지..영어학원을 진짜 좋아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고원이에게 제가 지난주.. 그러니까 랭* 영어학원 첫 수업한 날에 물었어요. 학원 재미있냐고.. 그랬더니 엄청 재미있다고, 들 뜬 목소리로 말했거든요. 그리고 어제 물어보니.. 대답을 안 해요.. “음.. 뭐.”.. 이러고 말더라고요. 게다가 백경이에겐 영어학원 싫다고 얘기했다는데, 그게 백경이 엄마의 입에서 고원이 엄마 귀로 넘어갔죠. 거기다 왜그러냐고 아이에게 따져 물어봐야.. 아이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죠.. 영어학원싫다고 이야기 안 했다고 한다는 거죠. 지리한 진실게임의 시작인데, 엄마가 백전 백패일 수 밖에 없는 게임이죠.


이게 바로 아이들 영혼에 시퍼런 멍을 들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살기 위해 엉뚱한 이야기들을 꾸며내야 하고.. 엄청나게 큰 부담을 지고 살아야 하고..

 

행복한 천재학교 4월부터는 주3회로 늘리고, 토요일 오전에는 약 3시간 정도 지속해서 공부를하려고 해요. 그리고 영어는 어린이 영어성경으로 진행하려고 하죠. 물론 엄마들이 교회에 모두 다니시는 것도 아니라서 무척이나 마음이 쓰였어요. 이 분들 설득하려고 제가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레미제라블 소설책을 들고 갔죠. 그리고 보여주었어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서문에는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12:24)고 도스토예프스키가.. 책에 대한 의미를 함축해 놨어요. 제가 어머니들께 물었어요. 이게 무슨 뜻이냐고? 아마 성경 이야기인줄은 아실 텐데.. 안 읽어 봤으면 생소할 수있겠죠. 희생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레미제라블 책 뒷표지에는 “한 죄인이 어떻게 성인이 되고, 예수가되고, 하나님이 되어가는지를 그리고 있다.”라고 표현되어있어요.

 

성경을 모르면 서양 문학을 이해할 수도 없고, 철학을 이해할 수도 없다고 설명을 드렸어요. 제가 키에르케고르의 실존주의 철학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온통 성경이야기여서 깜짝 놀랐어요. 학교에서는 그렇게 배우질 않았거든요.. 또 20년 전 대학 교양영어 시간에 프로이드의 잠재의식과 관련된 아티클을 읽는데 요나 이야기가 중심인거에요. 그때 저는 요나가 누구인지? 성경에 나오는 인물인줄도 몰랐거든요. 텍스트가 이해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죠. 그 때 영문과 교수님이 한마디 했어요. 성경을 읽지 않고 영문학, 자연과학, 철학을 논하지 말라고..


종교적 가르침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고, 성경의 이야기를 영어로 배우고, 아이들 나름대로 상상하고 해석할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죠. 다행히 동의를 다 해주셨어요.

 

엄마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짜야 할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대화 중에 나오는 대답과 질문들을 통해서 면밀히 그 특징,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배경, 감정 등을 파악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고, 제가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설득력이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결정되니까요. 그래서 대화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죠.

 

그런데 의외로 엄마들은 아이와 중요한 이야기를 나눌 때 전혀 전략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아이의 이야기 속에 감춰진 감정이나 배경을 전해 해석하지 않는다는 거죠. 엄마는 내 자녀에게 최고의 엄마가 되어야하는 거 아닐까요? 왜냐하면 우리 아이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거든요. 더 좋은 엄마를 선택할 권한이.. 그러니 부모가 더 고민해야 할수 밖에.. 부모 노릇하기가 그래서 힘든 것이고요..  안타깝게도 부모들은 노력을 덜 하거나 아예 하지 않고, 아이들을 비난해요. 그리고 그 모든 짐을 아이에게 떠 넘겨 버립니다. 아이들에겐 절대 죄가 없어요. 거짓말 하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에게 죄가 없어요. 부모인 내가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죠. 언어로, 행동으로, 때로는 알지 못하는 수많은 원인들.. 습관.. 무언의표정, 분위기, 사소하게 넘긴 대답과 질문들 속에서..

 

좀 읽기 불편하셨을 줄 압니다. 저 또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투의 글을 쓰는 게 좋지 않지만, 귀 있는 자는 듣기 바라는 마음에서 또 끌적였습니다. 너는 똑바로 하냐고 비난하지 않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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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uth맘
  • |
  • 2013-03-22 12:22
답댓글

저도 애에게 햇던 말과 행동을 돌아보게 되네요

아이들의 말과 행동 엔 반드시 이유가 있겠죠  저의 전략은 앞으로

아이의 생각을 잘  아니 정확히 아는것 으로 정했어요   힘들고 속상한 아이의 마음을

엄마가 잘 알아 줄때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게되고 엄마의 말을 아이도 잘 들을려고 하겠죠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잘 읽어 주고 헤아려 주면 아이는 거기서 힘들더라도 극복 하고 참는법을

배우게 되는게 아닐까요?.

그리고 항상 느끼는거지만 말은 정확히 듣고 잘 이해하고 정확히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점도 제가 울애들에게 강조하는거랍니다 집안 식구들조차도 잘못듣고 옮기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애들때문에 저희부부도 서로 오해하는적이 있었어요.하튼 저도 님의글을 통해 많이 배우고 다짐하고

갑니다. 부모노릇 제대로 잘 하기위해  난 무엇을 했고 앞으로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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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는영어쌤
  • |
  • 2013-03-17 02:32
답댓글

아이와 스케쥴 선택에서 아이의 선택권이나 재량에 대한 의견이 많이 와닿았답니다.

좋아서 하는 것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엄마입장에서는 다분히 충격인데 아이와의 소통에서 문제가 있어서 그런거 같다는...

그런데 알고는 있는데 그리 성장과정에서 엄마세대에서는 겪어보지 못해서 모르는 경우도 있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데 칭찬을 '잘'해야 한다는 것!

'잘하네, 착하네'만 칭찬인 줄 알고 큰 세대인 저로서는 '칭찬잘하기'도 상당히 어려운 과제였답니다.

 

그리고 성경에 대한 언급은 종교를 넘어서 서양문화권에 대한 이해의 부분에서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많이 동감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와 중요한 이야기를 나눌 때 전략을 세우지 않는 것 같다는 점...

정말... 그런 거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

나누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환절기, 바람의 심통에 으슬으슬 추워지기도 하던데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한 주말되세요~

 

p.s.새벽 5시에 공부할 수 있는 아이들과 바람불면님의 모습... 저로서는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혹시 크립톤행성에서 오신 분이 아니 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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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고민
  • |
  • 2013-03-15 10:42
답댓글

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한번도 빼놓지 않고 글을 읽고 있답니다.

함께 하는 아이들  참 행복할 것같은데 지금은 잘 모르겠지요.

나중에 커서 한편의 추억이 될거같습니다.

저도 제아이 얘기를 다른엄마에게서 듣고서 당황해 했던적이 있었어요.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지요.

뜻 있는일 항상 맘속으로 응원하고 있답니다.

건강 잘 챙기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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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불면
  • |
  • 2013-03-15 10:57
좋은 추억이 될 수만 있다면 참 좋겠죠.
뭔가 힘들 때.. 그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는 것 만큼..위로가 되는 일이 또 있을까요?
아이들 마음과 영혼에 무엇을 심어줄 것인가.. 두렵고 떨리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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